"점심을 매일 이 시간에 하나?"
"그런건 아니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둘러볼 데가 많았다."
"'김상곤 효과'라는 말을 들어봤나?"
"저도 언론에서 봤다. 글쎄, 그렇게까지 지칭할 수 있을 정도의 역할을 했다고는 보지 않는데, 선거 국면이니까 하는 표현이 아닌가 한다.(웃음)"
김 후보는 겸손하게 얘기했지만 2008년 김상곤 교육감의 당선은 지금 주목받고 있는 지방선거 야권 후보 단일화 못지않게 의미가 컸다. 야당이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에서 연이어 참패한 후, 희망을 갖기 어려웠던 상황에서 김상곤 교육감의 승리는 야권에 희망을 갖게 한 사건이었다. 이후 두 차례의 재보선, 특히 수도권 선거에서는 '김상곤 효과'라는 말이 퍼졌다.
▲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후보 ⓒ프레시안(박세열) |
"'김상곤 효과'가 좀 있더라"
"일요일이라 행사가 많나 보다."
"체육 대회를 다녀왔다."
"다니면 사람들이 알아보나?"
"알아보는 사람도 꽤 있다. 처음부터 알아보기 보다는 '교육감 아무갭니다' 하면 '아 TV에서 본 사람 같다. 어쩐지 낯이 익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역에서 와달라는 요구 같은 것은 없나?"
"더러 있다. 지역에 가면 저를 그 동안 지원했던 5+4 테이블 관련 인사들이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고, 일부 후보들은 교육과 관련된 연대를 하고 싶어하더라."
"영남 지역에서는 '박근혜 마케팅'이 있다는데 '김상곤 효과' 때문에 사진 찍자는 사람도 있나?"
"좀 있다.(웃음) 그러나 선거법 때문에 교육감하고 같이 찍은 사진을 선거 공보에 쓸 수는 없다고 하더라."
"보수 세력과 한나라당이 김 후보를 스타로 만들어준 것 같다. 교육감을 얼마나 했나?"
"2008년 5월 6일부터 업무를 시작했고, 2009년 4월 21일 예비후보 등록을 했다. 1년을 채 못 채우고 예비후보 등록을 했다. 직은 유지하고 직무만 정지된 상태다."
"교육감에 당선돼서 공격을 받기 시작한 시점은 언제인가?"
"바로 공격 받았다. 업무 시작하고 한 열흘쯤 있다가 5월 18일에 임시 경기도의회가 있었다. 도지사와 교육감을 상대로 질의를 하는데, 비난성 질의가 쏟아졌다. 당시 한나라당 도의원이 116명 중에 98명이었다."
"어떤 공격을 받았나?"
"19일에 첫 질문을 한 부천 출신 도의원이 정책, 특히 무상급식을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표현하더라. 사기꾼이라는 표현도 나왔고, 양두구육이라는 표현도 나왔다. 나는 일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공수표 날린 기관장처럼 비난 받았다. 대답할 시간도 거의 안 줬다. 첫 발언자가 그랬고, 뒤에 발언한 사람들도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비난성 발언들을 계속 했다. 난감했다. 내가 일을 시작했다면 또는 뭔가 공약이나 정책을 낸 것과 달리 뭘 하려고 했던 게 있다면 비판이나 비난의 소지도 있다고 보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일종의 '기선 제압' 차원에서 기를 꺾으려 했던 것 아닌가 생각 되었다."
"신입 길들이기였다? 그런데 잘 '길들여지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 비난을 들으면서, 한 5분 정도는 난감했는데, 내가 저런 이야기를 들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조절되더라."
"그러니까 무상급식과 관련된 이념 공세가 교육감 직무 시작하자마자 시작된 것인가?"
"그렇다. 제 공약들, 무상급식, 공교육 살리기 정책들, 평준화 확대 등도 문제 제기받았다."
"김 후보가 추진한 일들이 모두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과 반대로 가서 그랬던 것 아닐까?."
"이명박 정부는 평준화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하향 평준화라는 말이 대표적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현 정부의 방향과는 분명히 다르다."
"취임하고 1년이 채 못 되는 기간 동안 감사만 3번 받았다고 하던데..."
"8월 말부터 12월 중순까지 인사 문제만 집중해서 감사원 감사를 받았다. 상당히 강도 높은 감사를 했다. 그 다음에 국정감사, 도 교육위원회 감사. 도의회 감사. 그리고 교과부 종합 감사를 받았다. 보통 때 하는 감사보다 강도도 높고 기간도 길었다. 그러나 감사에서 교육 비리라고 드러난 건 하나도 없다. 교육감이 뭘 잘못한 게 밝혀진 것도 없다. 나는 부패종합대책을 만들었다. 다른 지자체는 아직 도입을 안 하고 있는데, 감찰관 제도를 도입했다. 징계 조치도 강화했다. 우리 교육이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기 위한 전제는 뭐니 뭐니 해도 청렴성과 투명성이다. 이게 전제가 안 되면 신뢰 관계는 형성될 수 없다."
"무상급식의 본질은 '복지'라기 보다 '의무교육'의 범주"
도의회의 공격과 거듭된 감사를 버텨내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옛날 일처럼 설명하는 중간중간에도 김 후보는 잠깐씩 호흡을 가다듬었다. 감정적으로 흐르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김 후보의 표정을 못본채 질문을 계속했다.
▲ "게다가 나는 1000억 원의 예산을 절감했고, 전체적으로 예산을 늘렸다. 무상급식 비판은 이미 경기도 의회에서 다 했던 논쟁들이다." ⓒ프레시안(박세열) |
"그렇게까지는 예상을 못했다. 무상급식은 경기도가 처음 시작한 게 아니다. 경상남도, 전라북도, 충청남도 등에서 각 시도들이 무상급식을 해왔다. 우리 사회 역량을 보면 이제는 의무 교육에서 학부모의 부담을 줄여나가는 게 중요하다. 교육의 보편 복지를 늘여 나가는 게 아주 낮은 수준의 사회복지를 보완하는 의미에서도 바람직하다. 선거를 치를 때도 무상급식 공약은 상대 후보들의 공격을 그다지 받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6.2지방선거에서는 최대 이슈가 됐다. 왜 그런가?"
"무상급식을 관철시킬 당시 경기도가 2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있었다. 추경 예산안 규모가 3650억 원인데, 거기에 내가 공약 했던 사안들 몇 가지를 편성하는 것으로 했다. 무상급식은 경기도 교육청 예산으로 봐서는 그렇게 큰 사안이 아니었다. 그와 함께 혁신 학교 예산, 평준화 등과 관련해 외부 용역비 등을 편성해 6월에 경기도 교육위원회에 제출을 했는데 교육위원회에서 무상급식 171억 원의 반인 85억 여원이 깎였고, 혁신학교 지원비가 26억 원이 깎였다. 그리고 7월에 경기도의회가 열렸는데, 도 교육위에서 50% 깎인 무상급식 예산이 올라갔는데 거기에서 전액 삭감됐다. 그런 과정 속에서 무상급식이라는 게 학부모들에게 조금씩 알려지고 다가가게 된 것 같다. 무상급식이 갖고 있는 의미가 여러 가지 있지만, 이것이 갖는 결정적인 의미는 헌법 31조, '의무 교육은 무상으로 한다'는 조항에 근거한 것이라고 설득을 했다."
"한나라당은 무상급식을 교육이 아니라 복지로 보는 것 같다."
"본질적으로 보면 교육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다. 헌법상에 그런 가치 기준이 있다. OECD 국가 중에서 GDP 대비 교육 예산 비중이 15번째 수준이다. 교육 기초 복지 수준이 매우 낮다. 거의 꼴찌다. 게다가 학부모가 부담하는 교육비 비중은 매우 높다. 사교육비를 포함하면 더 많고, 사교육비를 빼고, 공교육 내에서만 보더라도 사부담이 많은 편이다. 국가가 이런 부담들을 해소해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를 했던 것이다. 이것은 학부모들의 당연한 권리다."
"지금 무상 급식을 실시하고 있나?"
"2010년 본예산과 관련해서는, 시 군, 읍, 면 지역하고 시의 동 지역의 5, 6학년 학생들의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했다. 그런데 동 지역은 깎였다. 읍 면은 실시하고 있다. 이번 학기에 총 17개 시군에서 15만 명이 추가로 무상급식을 받는다."
"교육 예산을 빼서 무상 급식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교육의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던데?"
"그것은 비난을 위한 비난이다. 2010년 경기도 교육청의 본예산이 8조 2175억 원인데, 교육감이 실제로 기준과 원칙을 완전히 정해서 쓸 수 있는 예산이 6000억 원에서 7000억원 정도이고, 교육감 재량이 포함된 예산까지 하면 1조원 정도 되는 규모다. 교육청 사업이 기본적으로 300개에서 더 세분화 하면 1000개 정도로 분류된다. 각 사업별로 깎이고 늘고 하는 것들을 종합적으로 봐야 하는데, 깎인 것만 뽑아서 얘기하면 말이 안 된다. 실제로는 깎인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유아교육 진흥 예산이 44억 깎였지만 유아 교육 교사 지원비 등 새롭게 추가된 게 100억 이상 된다. 마찬가지로 학교 체육과 관련해 내실화 예산은 깎였지만 전체적으로는 다른 새로운 사업들이 추가됐다."
"아이들 교육에 들어갈 예산을 삭감해 무상급식으로 돌린 것이라고 기계적으로 보면 안 된다는 것인가?"
"상대 후보들이 공격을 하는데, 나는 1년 동안 도의회 등에서 이런 공세를 계속 받아왔다. 그 때마다 공방을 벌였기 때문에 새로운 게 아니다. 나는 예산 관련해 두 가지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교육청 차원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것이다. 주민참여 예산제를 도입했고, 제로 베이스 예산제를 도입했다. 전년도 예산이 어떻게 짜여졌는지와 관계없이 새로 짜는 것이다. 2010년에 제가 들어와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2009년 예산을 비교해서 어느 정도가 깎였다고 얘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게다가 나는 1000억 원의 예산을 절감했고, 전체적으로 예산을 늘렸다. 이미 경기도 의회에서 다 했던 논쟁들이다."
"일제고사 안하고도 평균 성적 올리기 성과 냈다"
"학업성취도 평가, 이른바 일제고사를 폄훼했다는 얘기가 있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교과부가 직접 시험을 관리하는 것이어서 제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다른 시도도 마찬가지다. 그와 별개로 학력향상 중점 학교를 지정해서 학력이 부진한 학교를 독려했고, 지역 교육청이 학교와 연계해서 학습부진아를 줄이면서 동시에 평균 성적을 올리기 위한 노력을 해서 성과를 낸 지역도 있다."
"시국선언 전교조 교사들의 징계 문제와 관련해 김 후보가 소극적이었다 혹은 반대했다는 비판도 있다. 이를 근거로 김 후보도 '좌파'라는 공격이 있다."
"이념공세일 뿐이다. 교사의 서명 행위가 어떤 행동이냐 하는 것을 볼 때 헌법상 표현의 자유의 범주에 든다. 그것은 정당 활동이나 선거 정치의 작용 속에서 이뤄진 게 아니다. 시민으로서 국민으로서 의견을 낸 것이다. 내가 (징계를) 거부한 것이 아니다. 사법부에서 재판이 진행중이었기 때문에 사법부의 최종 판단을 봐야 하고, 그에 따라 조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명백히 했다."
▲ "스승의 날에 선생님들께서 고생했으니 하루 쉬시라고 하는 방안도 좋을 것 같다. 돈 받을까봐 나오지 말라고 하는 식은 안된다. '스승의 날'은 좋은 문화다. 어떻게든 건강하게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프레시안(박세열) |
"안타깝다.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교장 교감 등 관리자들은 우리 사회가 집중적인 경제 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교육계에 헌신해 온 사람들이다. 고생하면서 우리 교육을 책임져 왔던 사람들인데, 이 분들 중 마음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그런 일을 저지른 분들이 몇 있다. 그런 사람으로 인해 전체가 지탄을 받는 상황이 생겼다. 그러다보니 교육비리가 만연돼 있다고 사람들에게 인식이 됐다. 교육계에 오래 있었던 사람일수록 자존심을 다치고 수모를 당하는 느낌을 갖는 것 같다. 이번에는 교총이 스승의 날 행사를 안 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교육 비리를 저지른 대상으로 교장을 지목하면서 여러 조치들을 하고 있다. 그 조치가 갖는 의미는 이해하지만 교장들이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도 받는다."
"스승의 날이 되면 많은 선생님들이 학교 통지문에 선물이나 꽃 같은 것을 갖고 오지 말라고 가정통신문을 보낸다고 한다. 어떤 학교는 아예 쉬기도 한다. '기념일'로는 맞지 않는 것 아닌가?"
"다른 나라, 특히 OECD 국가들에서는 스승의 날과 같은 취지의 기념일에 촌지나 비리 염려 때문에 학교를 쉬는 경우는 없다. 우리는 참 희한한 경우다. 쉬는 학교가 비율로 보면 그리 많지 않지만, 교장이 재량으로 판단할 것인데, 교장이 그런 판단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분위기가 남아있는 게 현실이다. 안타깝다."
"스승의 날을 아름다운 기념일로 만들기 위해서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전체적으로 스승의 날에 선생님들께서 고생했으니 하루 쉬시라고 하는 방안도 좋을 것 같다. 돈 받을까봐 나오지 말라고 하는 식은 안된다. '스승의 날'은 좋은 문화다. 어떻게든 건강하게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교육감 선거는 도지사 찍을 때 같이 찍는 선거가 아니다"
"작년에 교육감 출마할 때 갑자기 출마한 것 아닌가?"
"그렇다. 나는 민주화운동은 했지만 정당 활동은 안했다. 선거 있을 때 간접적으로도 개입한 적도 없다. 그간 더러 교육감 얘기는 있었지만 제가 할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시민단체들까지 나서 해보라고 했고 민교협도 나서면서 결정을 하게 됐다."
▲ "우리 교육이 계속 변화하고 혁신돼야 한다. 그러려면 교육감 선거의 의미가 국민에게 잘 전달돼야 한다. 나로 인해서 그런 관심이 조금이라도 제고된다면 그 또한 의미있는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프레시안(박세열) |
"많은 사람들이 교육감 선거를 두고 '차관급 자리를 얻는 가장 어려운 방법'이라고 한다. 선거하느라 고생은 하지만 사람들은 교육감 선거에 대해 잘 모르고 관심도 없다는 뜻인데 실제로는 어떤가?"
"6.2 지방선거 국면이 본격화 될수록 교육감 선거 관심도가 높아지는 게 아니라 묻히는 것 같다. 도지사 찍으러 갈 때 같이 찍는 선거로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려면 우리 교육이 계속 변화하고 혁신돼야 한다. 그러려면 교육감 선거의 의미가 국민에게 잘 전달돼야 한다. 나로 인해서 그런 관심이 조금이라도 제고된다면 그 또한 의미있는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김상곤 후보는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다음 행사장에 가야한다며 사무실을 나섰다. 남은 사람들도 분주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선거사무실 벽에 붙어있는 '체력 승리' 문구가 실감나게 다가오는 일요일 오후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