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강 주변국들, 이집트의 물 독식에 맞서다
적도 부근에서 발원해 지중해까지 6671㎞를 흐르는 나일강. 이 강의 상류지역 7개국 르완다, 민주 콩고, 에티오피아, 우간다, 부룬디, 케냐, 그리고 탄자니아는 14일 우간다 엔테베에 모여 나일 강 수자원 이용에 관한 새로운 협약 조인식을 연다.
나일강 하류의 이집트와 수단이 1959년에 체결한 협정을 대체하는 조약이다. 상류 지역의 7개국은 나일 강 수자원의 90% 이상을 쓸 수 있도록 규정한 1959년 협정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새 조약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이미 수년 째 논의를 진행했지만 하류 두 국가의 반대에 부딪혀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 상류 7개국은 나일강에 수력발전소를 건설하거나 관개수로 공사 등을 추진하려 해도 1959년 협정을 내세우는 수단과 이집트에 의해 저지당해 왔다.
나일강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이집트와 수단은 상류 국가들이 나일강의 물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거나 수력발전소를 세우면 극심한 물 부족에 처하게 될 것으로 우려하며 현상유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류 7개국은 하류 2개국의 반대 속에 나일강의 수자원을 평등하게 이용할 권리를 담은 새 협약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우간다의 나뮤안구 비아카토나 수자원 장관은 "우리는 조인식을 강행할 것"이라며 "새로운 조약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에는 1년간의 서명 유예기한이 부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집트의 무함마드 알람 수자원 장관은 "상류 국가들이 일방적으로 새 조약에 서명한다면 이는 '나일강 유역 구상(NBI)'의 사망을 선언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NBI는 1999년 빈곤퇴치와 사회·경제개발을 위해 세계은행의 후원으로 설립된 나일강 유역 국가 간의 공동협력기구이다.
그러나 새 조약이 상류 국가의 수자원 개발을 어느 정도 가능하게 해줄지는 미지수다. 현재는 9개 국가 중 이집트가 정치 및 군사적으로 가장 큰 나라다. 아스완 댐을 건설해 유리하게 나일강 수자원을 이용하고 있다.
과거에서 이미 여러 차례 수단을 포함해 8개국이 댐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었다. 하지만 '폭격할 수도 있다'라는 이집트의 위협에 어느 국가도 댐의 건설을 강행하지 못해왔다.
▲ 수단의 소년들이 나일강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다. 수단 등 나일강에 인접해 있는 9개 국가는 강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로이터=뉴시스 |
요르단강 고갈의 주범, 이스라엘
중동의 수자원 분쟁은 나일강 유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요르단강이 지나는 팔레스타인 지역에서는 이미 수자원 갈등이 재앙에 가까운 상황으로 발전했다.
예수가 세례를 받은 요르단강은 이미 작은 개천 수준으로 폭이 줄어들었다. 앞으로 없어질 수도 있다. 강 유역의 국가들이 물을 과도하게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50년간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의 분쟁으로 희생양이 된 요르단강. 갈수록 거세지는 국가이기주의의 한 단 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1960년대만 해도 13억 입방 미터였던 하천의 수량이 최근에는 1억 평방미터로 90% 이상 감소했다고 한다. 이스라엘·요르단·시리아·팔레스타인 등 4개국이 매년 엄청난 양의 강물을 농업용수와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각국이 건설한 파이프라인·수로·댐·수중보는 강의 수량과 유속을 크게 감소시키고 있다. 일부 구간은 이미 폭이 3m도 안 되는 개천수준으로 전락해버렸다.
요르단강이 흘러 들어가는 사해(死海)의 수위도 매년 1m씩 낮아지고 있다. 50년 후에는 사해도 사라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요르단강 수자원 고갈의 주범은 이스라엘이다. 1948년 국가 건설 이후 이스라엘은 자국 내 유일한 하천인 이 강을 유린해 왔다. 1950년대부터 갈릴리호(湖)의 물을 내륙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파이프라인을 설치했다. 요르단강 서안 및 이스라엘 북부지역에 건설되던 수백 개의 정착촌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서였다.
요르단강 유역의 무분별한 지하수개발도 동시에 진행됐다. 이스라엘 정착민들은 요르단강 주변 곳곳에 심정을 파 지하수를 퍼 올려왔다. 이 작업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 수가 증가하는 정착촌과 집단농장인 키부츠에 물을 대기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그곳에 살던 팔레스타인인들을 쫓아내기 위해서였다.
이스라엘은 국가 설립이후 수자원개발법을 마련해 팔레스타인들에게 심정개발을 지하 20m까지 제한했다. 반면 유대인 정착민들에게는 무제한 개발을 허용했다. 물이 없는 팔레스타인 농민은 짐을 싸 인근 요르단으로 이주할 수밖에 없었다.
▲ 요르단강이 흘러 들어가는 사해(死海)의 모습. 그 수위가 매년 1m씩 낮아지고 있다. ⓒEPA=연합뉴스 |
3차대전, 중동의 물 분쟁에서 시작된다?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강 유역에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최상류국 터키의 유프라테스강 유역 개발로 시리아와 이라크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터키는 이미 1990년 아타튀르크 댐을 완공했고, 서너 개의 댐을 더 지을 예정이다. 티그리스강의 경우도 많은 지류가 이란에서 시작되어 이라크로 흘러 들어가고 있어 향후 충돌이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시리아·요르단·이스라엘을 흐르고 있는 요르단강도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큰 문제다. 하천만이 문제가 아니다. 지하수를 놓고도 인접 국가 간 갈등이 일고 있다. 리비아가 지중해 연안 도시에게 물을 공급하기 위하여 300억 달러를 들여 누비아 대수층을 개발하려는 대수로 공사도 이집트와 리비아 사이에 분쟁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그렇지만 특히 물이 귀한 중동에서는 이를 놓고 벌어지는 '보이지 않는 전쟁'이 이미 수세기 동안 지속돼 왔다. 유목민들이 호전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도 물이다. 자신의 우물이나 오아시스를 빼앗기게 되면 죽음을 의미한다. 목숨을 걸고 지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1967년 3차 중동전쟁 때 시리아로부터 빼앗은 골란고원을 돌려주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갈릴리 호수로 흘러드는 모든 물이 골란 고원에서 시작된다. 2000년 남부 레바논을 반환하기는 했지만 이 지역의 수자원을 아직 이스라엘은 사용하고 있다. 지하 파이프라인을 통해 아직도 물을 이스라엘 영토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에서 상수도 매설 지도는 핵 시설 다음으로 중요한 국가비밀이라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IBRD 집계에 따르면 중동 지역의 연간 수자원양은 약 3500억㎥이다. 이 수량은 1인당 연간 1400㎥에 해당하는 것이다. 전 세계 평균치의 20%에도 못 미친다.
1인당 이용 가능한 물의 양이 500㎥인 나라도 꽤 많다. 리비아,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예멘 등은 자국에서 이용가능한 물의 양보다 더 많은 물을 쓰고 있다. 지하수를 대규모로 개발하거나 바닷물을 담수화해 사용하고 있다. 쿠웨이트 등 걸프 산유국은 필수 용수의 90% 가량을 매일 수십 개의 거대한 담수화 시설을 통해 조달한다.
이 시설들은 역삼투압 방식 등 고난도의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한국의 두산 중공업이 중동에서 가장 많이 수주하는 분야가 바로 전력과 담수화를 병합한 시설이다. 그러나 막대한 비용이 드는 담수화 시설을 구축할 수 없는 나라들 사이에서는 더욱 갈등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수자원 이용의 부족은 중동 내 마찰과 긴장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인구 증가에 따른 농업·공업·경제 발전을 위해 수자원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인해 분쟁 위험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물 부족은 각국의 경제발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후변화와 인구증가로 사막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더욱 그렇다. 또 다른 중동 내 분쟁의 씨앗으로 크고 있는 것이다. '제3차 세계대전'이 중동에서 물 전쟁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지적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