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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盧의 '21세기 북방외교'를 적대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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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盧의 '21세기 북방외교'를 적대시하고 있다

[기고] 일본이 노무현정부에 극도로 적대적인 이유

문명의 충돌을 말한 샤무엘 헌팅턴은 한국을 중국과 같은 유교문화권으로 보았다. 하지만 일본은 중국과 구별된 독자적 문화권으로 해석했다. 일본은 미국 중심의 서구문화권도 중국 중심의 공자문화권도 아닌 일본만의 독특한 문화적 정체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최근 동북아에서 펼쳐지고 있는 혼돈의 외교패러다임을 설명하는 데 설득력을 얻는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연의 일치일는지는 모르겠으나 최근 들어 대한민국의 외교적 시계추는 태평양 보다는 대륙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빠져나와 같은 유교문화권인 중국과 접속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우리 정부의 국방부장관은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의장 사열도 받았다. 그리고 앞으로 한중간의 군사적 관계를 한일간의 그것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고 말했다. 한미일 중심으로 구축된 냉전의 진영외교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실리외교, 즉 21세기 북방외교가 시작된 느낌이다. 그 목적은 동북아 균형자론이다.

***일본, 왜 노무현정권에 적대적인가**

그러나 일본은 우리 정부의 이런 주장에 냉소를 보냈다. 그리고 독도에 대한 영토분쟁을 역사교과서속에서 더욱 불붙여 나가고 있다. 군국주의 일본의 외교적 공격은 날로 거세지고 있고, 한일 양국간에는 일견 외교전쟁을 선포한 느낌이다. 왜 일본은 과거사 문제와 독도 영토분쟁에 대해 역대 어떤 정권보다도 한국에 적대적인 공세전략을 펼치고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한미관계의 약화와 미일동맹의 강화에서 그 원인을 찾으려 한다. 소위 우리 정부에 대한 일본의 공세적 외교 전략의 배경에는 미국의 보이지 않는 개입이 있거나, 아니면 일본이 한미동맹관계가 약화된 틈바구니를 이용해 미국을 믿고 독자적 외교영향력을 보다 많이 확보해 두기 위한 전략으로 평가한다. 어쩌면 이러한 상식에 기반을 둔 한미일 삼국간 외교적 퍼즐은 정확한 진단일지도 모른다.

이에 관한 한 편의 글을 소개하고자 한다.이 글은 왜? 일본이 노무현 정부를 대한민국 역대 그 어떤 정권보다도 무시하는 외교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는지에 대한 일본 정부의 심리적 저변을 인식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매우 시사적이다. 그리고 이 글을 발표한 저자 또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동북아문제와 한반도 정책을 다루는 실무정책 메이커란 점에서 주목을 끈다. 필자는 다른아닌 빅터 차. 그는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최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한반도 담당 정책 보좌관에 기용되었으며, 한미일 삼각 안보체제를 다룬 <적대적 제휴(Alignment Despite Antagonism)>(문학과 지성사, 2004) 란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물론 이 글이 쓰여진 시점은 노대통령의 대통령 당선 3개월 직후지만, 이 글은 오늘의 일본과 백악관의 한반도 담당 보좌관이 노정권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에 대한 인식과 시각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있기에 <적대적 제휴>의 마지막 장에 기록된 글을 그대로 소개한다.

***빅터 차의 '한일관계 : 노무현은 누구인가?'**

지난 3개월 동안 한일관계의 가장 큰 화두는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이라는 정치신인이 당선된 사실과 관련된 한일관계의 미래였다.

선거 이후의 언론 보도에서 나타났듯이 한국의 대통령 당선자는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동맹국들과 보조를 맞추겠다는 자신의 희망을 분명히 밝혔다. 선거 다음날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자신의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50년 동안의 대미동맹관계와 동아시아 지역의 안보틀에서 어떠한 변화도 없을 것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추측컨대 여기에는 일본도 포함되었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의 노무현 개인의 신상소개에서 분명히 알수 있듯이, 그는 외교 정책과 관련된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지 못했다. 사실 선거운동 기간동안 정치학자들이 제기했던 우려는 한미동맹에 관한 노무현의 입장이 미국에 대해서 강력히 반대하던 초기의 행동주의적 성향과 동맹을 지지하는 온건한 입장인 재고(re-thought) 사이에서 모호하고 다양하다는 것이었다.특히 일본에 대한 그의 시각은 완전히 불투명한 것이었다. 한일 관계에 대해서 당선자가 자신의 의중을 밝힌 공식 논의는 실제로 일본과 공동 노력을 기울인다는 모호한 언급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이었다. 또한 미국과의 관계에 관해서도 그는 북한에 대해 지속적으로 개입한다는 점과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점만을 언급했다.

그러나 일본 외무성 내부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한일 관계를 이끌어갈 방향에 대해 특정한 불안감이 명백히 존재한다. 김대중 행정부 초기에는 새로운 기반 아래 한일 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진지하고 효과적인 노력들이 수행되었다. 2000-2001년의 역사 교과서 파동 때문에 양국관계가 침체기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노력들은 유지되었다. 이러한 한일 관계의 진전은 월드컵 공동개최를 훌륭하고 성공적으로 이끌어 냈을 때 절정에 달했다.

새로 등장한 한국의 검증되지 않은 지도자가 김대중 정부의 노선을 따를 능력과 의지를 보유하고 있는지의 여부는 좀 더 지켜볼 여지가 있다. 노무현의 배경, 그의 정치적 지지자들,그리고 그의 가치 등은 잠재적으로 그가 일본에 대해 덜 호의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점은 과거 식민통치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을 벗어 던지려는 그의 바람에서 드러난다.일본 관방장관 후쿠다는 노무현의 대선 승리는 한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지평을 연 큰 사건이었지만, 노무현이 일본과 어떠한 사적, 정치적 연계도 없는 미지의 인물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양국관계가 완전히 비관적이지만은 않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본에 대한 노무현의 온건한 발언이 그가 아시아에서 가장 생동감 넘치는 민주주의 국가의 정권을 곧 장악할 것이라는 사실만큼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활기찬 민주주의 내부에서 한국의 새로운 지도자는 편협한 지지자들의 입장보다는 국가 전체의 견해를 대변해야 한다. 따라서 정치 중심무대의 변화가 곧 발생하고, 이 점은 일본과의 관계를 유익한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의 역사는 우리에게 하나의 교훈을 준다. 김대중 역시 노무현과 유사한 정치적 지지자들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노무현과 유사한 가치체계들을 표방했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재임기는 오직 박정희 시기만이 견주어질 수 있을 정도로 한일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던 시기로 기억될 것이다. (심지어 김대중에 대한 가장 가혹한 비판자들조차도 마지못해 이 점을 인정하고 있다). 김대중의 계승자는 보다 깊은 변화를 이루어내야만 할지도 모른다.(노무현이 김대중만큼 많은 시간을 일본에 대해 할애한다면 그것은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이 기술적으로 발전한 두 개의 자유 민주적, 시장지향적 국가들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동아시아 지역의 지정전략(geostrategics)은 한일 관계와 미국의 삼자관계의 틀에 대해 장기간의 경험에 의해 입증된 강력하면서도 거의 반박의 여지가 없는 논리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외교 북으로 기울수록 日공세 더욱 극단으로 치달을 것**

위의 글은 몇 가지 점에서 우리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첫째, 글의 저자(빅터 차)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한미일 삼각안보관계 문제를 정책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지 불과 3개월 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그의 대일 대미 외교정책 방향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한 분석을 시도했고, 그 분석의 기초자료인 일본 외무성 관계자들의 노대통령에 대한 초기 평가는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노대통령의 일본에 대한 개인적 외교관계가 거의 전무하다는 점을 일본측이 강조하고 있는 점으로 보아, 작금 펼쳐지고 있는 일본의 노무현 정권에 대한 무시 외교전략은 노대토령에 대한 일본의 초기 평가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셋째, 노무현 대통령이 일본에 대해 비우호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점을 정확히 분석한 것으로 보아, 지금의 한일외교전쟁상태는 일본정부에서도 미리 준비하고 예견했던 사항들이 아니었는가 하는 짐작을 가능케 한다. 특히 일본은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부터 노대통령이 대일본 외교정책을 명확히 밝히지 않자 매우 불안해 왔었다는 점이 잘 드러나 있다.

넷째, 노무현 대통령이 어떤 인물인지도 잘 모른 상태에서 시작하는 한일관계의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 한국이 일본과 공통적인 가치인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시장가치를 제도화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한일관계를 낙관했으며, 김대중전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 같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최소한 노대통령 재임시 한일관계는 김전대통령의 그것과 비슷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기를 기대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제도가 정치적 행위자를 구속하지 못한다는 측면을, 그리고 김전대통령과 노대통령간의 정치적 철학과 세계관이 다르다는 사실을 간과함으로써 오늘의 한일관계의 예측이 빗나가는 현실을 맞고 있다.

끝으로, 한국과 일본이 공동의 적을 갖고 있었던 냉전 시절에도 양국간에는 일정 정도 갈등관계를 가졌던 점을 주시한다면, 한일간 과거사와 관련된 지금의 적대감은 한국의 외교적 시침이 북한과 중국이 있는 북쪽을 향하면 향할수록 일본의 노무현 정권에 대한 외교적 공세는 더욱 극단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일 동맹관계가 강화되고 있는 핵심요인 가운데 하나가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것인데, 일본의 입장에서 본다면 우리 외교가 북쪽을 향하는 것은 자신들의 위협세력에 또 하나의 힘을 배가시켜 준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동북아의 불안 요인이 중-일간의 패권에서 시작되거나 북한의 핵무장에서 비롯될 수도 있지만, 한국과 일본이 상호방위조약의 당사자가 아니란 사실에 눈을 뜬다면, 독도 영토분쟁에서 촉발될 수 있다는 또 하나의 냉엄한 현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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