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이란은 27일(현지시간) 핵연료 공급 협정에 공식 서명했다. 미국은 그동안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 등을 제기하며 러시아의 대이란 연료공급에 강한 반대 의사를 표명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미국의 입장을 정면 반박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어 미-러 관계가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이란과 핵연료공급협정 서명**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골람레자 아가자데 이란 부통령과 알렉산드르 루미얀체프 러시아 원자력부 장관은 이란 남부 부셰르 원자력발전소를 둘러본 뒤 이날 협정에 서명, 기나긴 협상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번 협정의 주요 골자는 크게 세 가지다. ▲러시아는 이란에 핵연료를 공급키로 했고 ▲이란은 핵무기로의 전용이 가능한 사용후 핵연료는 러시아에 반환, 미국 등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으며 ▲이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부셰린 원전 및 핵연료 공급을 감시하도록 허용했다.
루미얀체프 장관은 서명식 후 “오늘은 매우 중요한 발전이 이뤄진 날”이라면서 “앞으로 몇주 내로 많은 러시아 기술자들이 (원전 공사를 마무리짓기 위해) 부셰린 원전에 도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란은 핵무기확산금지조약의 규제사항들을 모두 준수할 것”이라고 강조해, 일부 국제사회의 우려 목소리를 염두에 두기도 했다.
부셰린 원전은 모두 8억달러의 건설비가 들어간 이란 최초의 원자력발전소로 러시아의 기술 및 장비 지원으로 건설되고 있으며 완공되면 1천메가와트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 이 발전소에서 나오는 사용후 연료를 가지고 플루토늄을 만들 경우 전문가들은 매년 30개의 기초적인 원자탄을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란은 이 원전 건설을 상당히 중요시하고 있어 이스라엘 등의 공격에 대비, 방공포대가 에워싸고 있으며 철저히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연료공급이 이뤄지는 시점에 대해 러시아측은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으나 알렉산드르 야코벤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에 “부셰린 원전이 가동할 준비가 되면 연료를 공급할 것”이라고 밝혀 올해 말경에 시작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앞서 아가자데 부통령은 “10개월 이내에 보다 많은 전문가와 기술자들이 시설을 완공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반대 일축, 미-러 관계 경색. 멕케인, “푸틴, 불량한 아이처럼 행동”**
이날 협정에 미 백악관측은 아직까지 논평을 거부하는 등 공식 반응을 내놓고 있지 않으나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협정은 그동안 미국의 강한 반대의사표명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고 미-러 정상회담에서 이란의 핵무기보유불용을 공식 천명한 지 3일만에 나왔다.
그렇지만 러시아측은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이란에 핵연료를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아 서명을 강행할 뜻임을 표명했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24일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러시아의 대 이란 핵프로그램 지원에 우려를 표시했으나 푸틴 대통령은 “이란의 의도는 단순히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한 것이고 무기 생산이 아님을 확신한다”면서 이란과의 협조를 계속할 의사임을 밝혔다.
하지만 미국의 대이란 압력은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IAEA 이사국들에 회람된 한 문건에 따르면 미국은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대이란 협상이 실패할 경우 오는 6월 열리는 차기 IAEA 이사회에서 대이란 압력을 가중할 것임을 분명히 표명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미국의 러시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직접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존 멕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날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러시아의 최근 행동은 미-러 관계에서 단호한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면서 “양측 관계는 손상을 입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에 대한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을 미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모양새다.
미 공화당 내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멕케인 의원은 또 “푸틴 대통령이 이상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불량한 아이처럼 행동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유럽은 푸틴대통령이 다음 G8 회담에서 환영받지 못할 것임을 말해야 한다”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특히 현 국면은 미국의 WMD 비확산정책이 러시아에 의해 발목을 잡혀 있는 형국이어서 이후 미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아울러 이란 핵개발을 둘러싼 이견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 참여하고 있는 양국간 이견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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