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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美 공존-내정불간섭 약속하면 대화 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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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美 공존-내정불간섭 약속하면 대화 용의”

한성렬 北유엔주재대사, “美강경책으로 北협상파 약화”

한성렬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는 17일 “이번 성명으로 우리는 ‘배수의 진’을 쳤다”면서도 “미국이 상호 공존 및 내정 불간섭을 약속하고 회담의 실질적 결과를 보장한다면 6자회담 등 어떤 형태의 대화에도 응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회담에 나갈 명분’ 제공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한성렬 北유엔주재대사 “美 공존-내정불간섭 약속하면 대화 용의”**

한성렬 대사는 이날 <중앙일보>와 전화인터뷰를 갖고 “미국이 상호 공존 및 내정 불간섭을 약속하고 회담의 실질적 결과를 보장한다면 6자회담 등 어떤 형태의 대화에도 응할 용의가 있다”면서 “이것이 지난 10일 외무성 성명의 취지”라고 말했다.

한 대사는 “6자회담은 올드 스토리(옛날 이야기)라고 한 말이 자꾸 오해를 일으키고 있다. 그 말 자체를 쓰지 말라”면서 “이 말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바뀌어야 (우리가) 회담에 나갈 수 있는데 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는 의미였을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또 “성명 말미의 ‘대화를 통한 해결’‘한반도 비핵화’ 원칙은 불변”이라며 “그러나 (우리도) 회담에 나갈 명분이 서야 나갈 것 아니겠느냐”고 강조, 회담 복귀를 위한 명분 제공을 강하게 촉구하고 미국의 대북 정책 변화 등 명분이 제공되면 회담 복귀가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6자회담에 나갈 수 있는 전제 조건은 두 가지”라며 “미국이 공존, 불간섭을 약속하고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에 대한 실질적 결과를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해 북한이 기대하고 있는 목표치를 재차 밝혔다.

그는 이와 관련 “이번 성명으로 우리는 ‘배수의 진’을 쳤다”면서도 “그러나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면 우리도 반미를 버리고 우방으로 지낼 수 있으며 핵무기도 왜 필요하겠느냐”고 강조하기도 했다.

***“美 정책 전혀 변하지 않아”**

한 대사는 이날 또 “우리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선 이후) 인내성 있게 미국의 태도를 주시해 왔다”면서 “그러나 미국이 내놓은 발언들을 검토한 결과 미국의 정책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며 북한 10일 성명을 발표 배경을 드러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의 취임사, 연두교서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상원 인준청문회 발언을 문구뿐만 아니라 글자와 글자 사이(행간)까지 다 따져 봤으나 ‘북한과 공존한다’든가 ‘새 (대북)정책을 펴겠다’는 말은 단 한마디도 없었다”면서 “오히려 ‘미국의 첫째 목표는 폭정종식과 폭정의 잔존(전초)기지 제거’라고 했으며 그 목표를 위해 어떤 수단도 배제하지 않겠다고도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에 대해 “한마디로 미국식 가치관을 따르는 한가지 모양새로 세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핵무기까지 포함한 무력으로 우리를 전복시키려는 분명한 의사표시”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는 연초 방북한 커트 웰든 등 미 의원단에 ‘핵문제 배경에는 우리의 반미 정책이 깔려 있다’‘미국이 우리 제도에 대해 시비걸지 않고 내정간섭하지 않으면 우리도 반미하지 않고 우방으로 지내겠다’고 말했다”면서 “그런데 미국은 우리가 약점을 드러낸 것으로 잘못 판단하고 계속 몰아붙이고 있다”고도 말했다.

***“미국 강경책으로 북한 협상파 약화”**

한 대사는 한편 ‘미국과의 대화를 주장하는 북한 내 인사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뜻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해 부시 행정부의 강경책으로 북한 내 협상파의 힘이 약화됐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현 상황이 북한과 미국 내부의 강경파가 서로의 존재를 강화시켜주는 ‘적대적 의존 관계’에 놓여 있다는 지적으로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는 이와 관련 “(미국의 적대시 정책에 맞서) 비핵화 원칙을 달성하려면 일정 기간 우리 제도를 수호하는 게 불가피하지 않겠나”며 “미국이 우리 제도를 전복하겠다고 위협하면 핵무기를 가질 수밖에 없으며 어떤 의미에선 우리가 핵보유를 할 수밖에 없게끔 (미국에 의해) 몰린 것이다. ‘We are forced to'인 것”이라고 말해 북한 내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또 한국 정부 등의 ‘북한 핵보유 선언은 협상용’이라는 판단에 대해 “협상용이라면 할 일이 없을 것이며 가만히 있으면 될 것”이라면서도 “만일 정말 우리에게 핵무기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협상하면 될 것이고. 한국 판단에 맡긴다”고 말했다.

그는 이외에 “한국은 발언 하나하나에 일희일비 하지 말고 외무성 성명을 기준해 판단하면 된다”며 “나랑 인터뷰할 시간에 성명을 한 글자라도 더 연구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북한의 주장에 대한 관심을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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