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보유 선언 이후 미국의 대북 강경책이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미 정부는 북한의 자금줄을 조이기 위한 전략을 개발하기 시작했으며 북한 선박의 입항을 사실상 가로막는 일본의 선박배상법도 이 전략과 연관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전략에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북한의 핵보유 선언이 이같은 정황과 무관치 않은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NYT, “美, 자금줄 봉쇄 등 대북 압박 새 전략 개발”**
뉴욕타임스는 14일(현지시간)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기 몇 달 전에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얼마 안남은 수입원을 옥죄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정보부서 관리들과 정책결정자들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이와 관련 “북한은 더 많은 자금을 핵 프로그램에 쏟아붓는 데 필사적”이라며 “미국은 그러한 자금줄을 막으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새로운 전략은 북한의 금융거래를 추적해 봉쇄하는 공동노력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로, 미국은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 이 금융거래를 이용해 위조와 마약밀매, 미사일 및 무기 기술 판매 이득을 얻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은 또 북한이 이용하고 있는 은행과 회사 등의 명단을 수집하는 작업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일부 전략은 이미 시행되고 있으며 일본이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하는 선박유탁손해배상보장법은 이 전략의 한 예라고 미 정부 관리들이 확인했다. 대북 압박에 미-일 양국이 밀접하게 손발을 맞추고 있는 셈이다.
손해배상보장법은 1백톤 이상 선박의 선주책임보험(PI) 가입을 일본 국내 입항조건으로 규정한 것으로, 북한선박의 PI 가입률은 극히 낮아 이 법이 적용되면 만경봉호 등 북한 선박의 입항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美, 새 전략으로 北정권교체 발생 가능성 부인 안 해**
하지만 이러한 강경책은 북한을 상당히 자극할 수 있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정책으로 북한의 정권교체가 발생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체제변형이나 정권교체 모두 북한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미 정부는 이에 대해 “이 전략이 북한의 정권교체를 의도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이 새로운 전략 시행으로 정권교체가 자연스레 일어날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
미 정부는 아울러 이번 조치에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을 끌어들일 수 있길 내심 바라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관리는 이와 관련 “미국은 다른 나라들을 점차 이 전략에 동참시키도록 하기 위해 아직 행동계획까지 진행시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일부 관리들은 또 이번 조치를 ‘(대북 압박) 블록 건설’로 설명하면서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동맹국들이 북한이 자신들의 이번 선언으로 무장해제와 고립 심화 중 하나를 택해야 하게 됐다는 점을 확신하게 된다면 더 광범위한 격리조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과 중국을 압박해 대북 강경책에 동참시키려는 이러한 미국 정부의 입장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 이후 잇따라 나오고 있는 미국 언론 보도에서도 나온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2일 익명을 요구한 한 미 관리를 인용, “모든 사람들은 이제 한국과 중국에 압박을 가할 때라는데 동의하고 있다”고 보도했었다.
***백악관 및 부시 전략 개발에 깊숙이 개입한 듯**
한편 이번 새로운 전략 수립에는 백악관이 직접 깊숙이 개입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미 정부 관리들은 “이 노력은 백악관이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압력을 가하기 위해 전술을 조정하고 확대하는 첫 사례”라고 밝혀 백악관이 상당 정도 개입해 있음을 시사했다.
NYT는 또 “이같은 전략은 알카에다를 대상으로 사용됐던 기술에 기반해 있는 것으로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초기 단계들은 최근 국가안보회의(NSC)가 다듬어왔던 비밀스런 ‘일련의 기법’ 속에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가장 최근의 제안 내용은 지난해 11월 사임한 로버트 조지프 전 NSC 확산방지국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특히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을 싫어하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라면서 한 전직 관리를 인용, “부시 대통령이 이 전략에 개입돼 있는 정도는 생각 이상일 것”이라고 전해 부시 대통령이 직접 진두지휘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백악관은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히기를 거부했다. 스콧 멕클랠런 백악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이러한 노력은 미국의 지속적인 외교 노력을 보완해주는 것”이라면서 “일부 기법은 이미 이전에 사용돼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위조와 마약 등 북한의 불법적인 행동을 막기 위해 동맹국들과 함께 해 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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