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등학교를 바로잡지 않으면 한국 사회 미래가 없다"
"학생인권조례를 만드는 작업에 핵심적으로 관여했는데?"
"그 작업을 하면서 1000명 정도 만났다. 교육 분야의 모든 전문가와 토론했다.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다. 아이들, 교사, 교장, 학부모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동안 굉장히 궁금했던 것이 있다. 도대체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는 왜 이렇게 취약한가? 우리 사회의 진보에 미래가 있는가? 지금 목도하고 있는 한계는 어디에서 연유하는가? 모든 진리는 가까이 있다. 학교였다. 우리가 6살부터 18~19살 까지 다니는, 국민이면 모두가 겪는 학령기에서 가장 중대한 이유를 찾았다."
▲ 서울시 교육감 출마하는 곽노현 교수 ⓒ곽노현 선거사무소 |
"학교에 어떤 문제가 있나?"
"학교는 폭력 폭언 체벌에 길들여져 있다. 이렇게 되면 용인해야 할 폭력이 많아진다. 교육 목적의 폭력을 용인하는 것은 사람 되기를 유보하는 것이다. 이런 식의 통제와 간섭이 있으면 순응주의와 권위주의가 득세한다. 학교에서는 성적 차별을 한다. 1점 때문에 근거 없는 우월감, 근거 없는 열등감에 시달린다. 가정 형편에 따른 계급 차별, 이런 것도 몸에 밴다. 복지는 거의 없다. 샤워실이 따로 있나, 탈의실이 따로 있나, 다양한 악기가 있나? 저복지에 익숙해져 버린다. 참여? 선생님, 학부모, 교장 선생님이 다 결정한다. 우리는 이런 학교 시스템의 산물이다. 책에서는 자유, 참여, 안전, 복지, 평등을 배우지만, 몸으로 배우는 것은 반대의 것들이다. 초·중등학교를 바로잡지 않으면 한국 사회의 미래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학교 현장을 들여다보니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했다. 그래서 12월 말에 교육감을 직접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교육감이 되면 우리 교육을 아주 근본적으로 바꿔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단순히 교육을 새롭게 하는 것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를 새롭게 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은데, 그게 교육감으로 가능한 일일까? 임기는 4년밖에 안되는데."
"교육감이 다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제가 방통대 교수여서 '평생 교육 철학'을 갖고 있다. 평생 교육 철학은 학교와 사회의 담을 허물고, 학령기와 비학령기의 담을 허무는 것이다. 학교 교육도 이 관점에서 재편돼야 한다. 평생 학습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자기주도 학습 능력, 즉 자발성과 주체성이다. 일방적인 강의식, 문제풀이식에서 벗어나 창의교육으로 가야 한다. 수업 방식을 혁신해야 한다. '애 하나 키우는 데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지역사회에 있는 교육 자원과 교육 역량을 모두 동원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교육자가 돼야 한다. 학교는 반드시 지역 사회형 네트워크가 돼야 한다. 우리 동네 장인, 우리 동네 달인, 우리 동네 시인, 우리 동네 화가, 우리 동네 가수, 우리 동네 힙합 댄서 이런 사람들이 전부 학교 안에 들어와서 가르치고 교육하는, 그런 교육이 돼야 한다."
"그런 교육철학을 현장에서 구현하려고 하면 교과부와 전면적으로 부딪힐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지금 서울시 교육청의 업무를 봐도 지난 10년 정부의 흔적들이 다 있고, 좋다는 얘기는 다 들어 있다. 문제는 의지다. 우선순위의 문제다. 지금 진로 적성 교육을 열심히 한다고 돼 있다. 안 그렇겠나. 그런데 예산은 0.01%, 이런 식이다."
"전교조 명단 공개, 총체적 관권 개입 선거의 일환"
곽노현 후보는 자신의 교육철학을 자세하게 설명하려 했다. 그러나 6.2 지방선거, 특히 교육감 선거는 이미 정치화되고 있다. 교육철학의 차이가 아니라 이념의 차이가 선거 구도를 규정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는 국면이다.
"조전혁 의원과 한나라당 의원 10여명이 전교조 명단을 공개하면서 법원과 싸우고 있다."
"법원이 두 번이나 명령을 내렸다. 한 번은 공개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공개했다. 그 다음에는 이행 강제금 결정이 내려졌다. 안하무인이고, 오만방자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다. 법과 법원의 권위를 무시하면 누구에게 권위가 있다는 것인가?"
▲ "정치, 사회적 맥락상 전교조 명단 공개는, 명단을 블랙리스트로 쓰라는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에 제소하면 100% 노동 인권 침해이자, 결사의 자유, 단결권 침해로 결론날 것이다." ⓒ곽노현 선거사무소 |
"(웃음)그런 논리라면, 행정부를 상대로 하는 행정 행위 무효 취소 소송 같은 것도 없어져야 한다. 사법부가 행정부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니까. 그러면 다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로 가야 한다. 조 의원의 주장은 한마디로 난센스다. 코미디다. 삼권 분립과 견제의 장치를 권한 쟁의로 가져가야 한다는 뜻이니까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알권리'를 내세우는 것은 논쟁할 거리가 되긴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헌법상의 노동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명단을 공개하는 목적이 뭔가. 전교조가 역사적으로 특이하게 누명집단이 됐기 때문이다. 적어도 일부 사람들에게는 마녀 사냥감이라는 것을 전제해야 한다. 정치, 사회적 맥락상 명단 공개는, 명단을 블랙리스트로 쓰라는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에 제소하면 100% 노동 인권 침해이자, 결사의 자유, 단결권 침해로 결론날 것이다."
"전교조는 왜 '누명 집단'이 됐을까?"
"전교조도 이런 부분에 대해 자성할 부분이 있다. 왜 일부 사회 구성원들에게 그런 누명 집단이 됐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억울한 것은 억울한 것이다. 정부 여당의 최근 움직임을 돌출행동으로 보면 안 된다. 검찰을 동원해 김상곤 교육감을 기소하고, 교과부는 김상곤 교육감을 고발했다. 경찰이 동원돼 사실상 내 뒷조사를 했다. 내 핸드폰에서 자꾸 이상한 소리가 나는데, 문제제기를 한 시점 후에는 그런 소리가 안 나다가 다시 난다. 나는 통화중에 일부러 '어이 도청 잘 되냐'고 말을 던지기도 한다. 선관위는 무상급식 문제가 선거 쟁점이니까 서명 운동도 못하게 하고 있다. 총체적인 관권 개입이다. 조전혁 의원은 국회의원이라는 헌법 기관의 지위를 이용해 관권 개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것은 공정택 비리 등으로 인한 여권의 위기의식의 발로다. 공정택 교육감 사례에서 보면 MB교육정책은 이미 체포 구속된 상태다. 버림받은 것이다."
"공짜 점심 안된다는 한나라, 재벌 아들딸 공짜 등록금은 어떻게 할 건가"
"무상급식 문제는 어떻게 보나?"
"제가 노동법, 인권법, 사회복지법을 하는 사람이다. 저소득층에 국한하는 선별적 복지는 낙인, 상처가 따를 수밖에 없다. 보편적 복지가 가장 필요한 부분은 학교다. 그 다음이 노인이다. 노인에게는 보편적 복지를 하지 않느냐. 의무교육은 보편적 복지여서 초등학교, 중학교 등록금 안 받는데, 한나라당 논리대로 하면 부자 등록금이라고 해서 상위 20%에게는 등록금을 받아야 한다. 부자급식 논리의 연장선으로 가면 그렇게 가야 한다. 그리고 상위 20% 노인에게는 노인 연금 드리면 안 되고, 노인 지하철 표도 뺏어 와야 한다. 말이 되나? 이런 억지가 어디 있나. 유초중등학교는 모든 아이들이 환대의 대상이 돼야 한다. 가난한 아이들, 어려운 아이들에게 생애 최초로 희년을 경험하게 해야 한다. 학교에만 가면 임금님 부럽지 않고, 재벌집 아들 부럽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재벌집 아들에게는 무료로 급식을 줄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얘기를 했다. 그 말이 일반 국민들에게는 나름대로 설득력 있게 들렸던 것 같은데?"
"그런 논리가 되면 재벌 아들딸에게는 국가가 없게 되는 것이다. 재벌 아들딸들은 국민 취급을 안 하겠다는 것 아니냐. 공동체가 뭐고 연대 의식이 뭔가. 재벌집 아들딸은 우리 연대 의식의 바깥에 있어야 하나? 그렇지 않다. 인권 운동이 저를 키웠는데 제 철학이 이렇다. 극빈자, 가장 어려운 사람, 꼴찌에 대한 상향평준화를 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가장 아픈 사람, 가장 넘어진 지 오래된 사람, 꼴찌를 먼저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맨 아래에 있는 아이들 하나도 빠짐없이 조기에 맞춤형으로 집중 지원해서 일으켜 세울 것이다. 그러면 우리 공동체가 강강술래를 출 수가 있다. 강강술래 행렬에서 재벌 아들, 딸은 뺄 것인가?"
"보편적 복지라는 측면에서 어떤 공약을 구상하고 있나?"
학교는 세 가지가 돼야 한다. 첫째, 기회 균등과 희망의 장이 돼야 한다. 누구든지 풍요와 환대를 경험해야 한다. 둘째, 학교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체험하는 학습의 장이어야 한다. 셋째, 학교는 보편적 복지와 사회적 책임의 체험 학습장이 돼야 한다. 저는 공약으로 이렇게 내걸었다. 각 학교에게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내도록 할 것이다. 노동, 환경, 지역 사회 공헌 등에 대한 상세한 내용들을 보고하게 할 것이다. 학교가 지역에 어떤 일을 하는지, 지역으로부터 학교가 어떤 서비스를 받는지, 학교 내에 비정규직은 어떤 처우를 받는지, 학습 부진 학생에게 어떤 맞춤형 지원 시스템을 갖고 있는지, 다 보고하게 할 것이다. 제가 생각하는 학교 평가는 이런 것이다. 교원 평가는 일부일 뿐이다."
"특별히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있나?"
"문화 민주주의의 허브를 학교가 맡아야 한다. 김구 선생님이 소망한 게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문화 국가였다. 학교와 지역 사회가 협력해, 아무리 가난한 집 아이라도 뮤지컬과 연극에 자유롭게 접근하고, 시낭송과 연극을 보게 하고, 어떤 고가의 악기, 고가의 미술 장비라도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제도적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사교육비 잡겠다면서 일제고사 비중 늘리는 것은 모순"
"일제고사는 어떤가?"
"나는 일제고사 폐지론자다. 학력 부진 학생을 알기 위해서 일제고사를 할 필요는 없다. 안 해도 다 안다. 담임선생님은 한 달 안에 누가 학력 부진이고, 누가 위기학생인지 다 파악할 수 있다. 문제는 학습부진, 위기 학생, 비행 일탈 학생, 가정이 위기에 처한 학생들을 맞춤형 지원하는 교육 복지 체계가 없는 것이다."
"교과부는 일제고사를 강행했고, 거부한 교사를 징계했다. 서울시 교육감이 되면 그것을 거부하나?"
"김상곤 교육감도 일제고사를 거부하지는 않았다. 교과부 장관의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사교육비 절반 공약을 했다. 그런데 사교육비는 실제로 늘었다. 특히 서울은 전국 평균에서 3.5배 늘었다. 자사중 때문이고 국제중 때문이고 일제고사 때문이다. 사교육의 규모는 일제 고사의 비중에 비례한다. 일제고사 형식의 평가를 줄이면 줄일수록 획일적인 교과 과정, 획일적인 교과 내용, 획일적인 교육 방식이 불가능해 진다. 그런데 학교가 학원처럼 문제풀이식 획일적인 평가를 하니까, 학원이 학교보다 더 좋아지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사교육비를 잡겠다'고 했는데, 잡겠다는 사람이 일제고사 비중 늘리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무엇이 문제인가? 어떻게 바꿀 것인가?"
"이 모든 것이 이명박 정부의 '학교 다양화 300 정책'의 산물이다. 진짜 필요한 것은 학교의 다양화가 아니고, 학교 안의 교육 내용의 다양화다. 학생이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배정 받은 동네 학교 안에서 다양한 교과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를 다양화해버리니까 학교가 수직적 서열화가 됐다. 모든 가치는 보편화 가능성을 제 1 요건으로 한다. 교육 목표가 명문대 입학이라고 하면 그것은 '가치'가 아니라 '반가치'다. 명문대 입학은 보편화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80%가 필패하는 구조는 보편화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제약된 '반가치'다."
"대다수 깨끗한 선생님 명예 위해서라도 교육 비리 없애야"
얘기가 '가치'와 '반가치'의 문제로 확대됐다. 곽 후보는 교육정책보다는 교육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하고 싶어 했다. 그만큼 지금의 교육현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싶어 했다.
▲ "이 정권의 대통령과 수석이 최소한의 '선거민주주의자'도 아니라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이 정부는 교육계 비리 척결에 필요한 현실 진단 자체가 없다." ⓒ곽노현 선거사무소 |
"세상에는 두 부류가 있다. 선거를 좋아하는 사람과 선거를 싫어하는 사람이다. 선거 민주주의는 최대한으로 축소된 민주주의인데, 그나마 그 최소한의 선거 민주주의마저도 싫어하는 사람들이라면 민주주의자라고 부를 수 없다. 엘리트주의자 아니면 독재주의자, 아니면 정글주의자다. 선거 때만 민주주의를 하고, 선거와 선거 사이에는 무심한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을 관료주의자라고 한다. 우리는 도처에서 수많은 관료주의자를 만나고 있는 셈이다. 실패한 선출직이 실패한 이유는 거의 대부분 그가 관료주의자이기 때문이다. 나는 확실하게 말하지만 선거 민주주의로 만족할 수 없는 진짜 민주주의자다.
"며칠 전 청와대 진동섭 교육문화수석이 교육감 직선제는 고비용이고 소모적이고 분열적이고 비교육적이라는 말을 했다."
"그 논리라면 비리를 잡기 위해서는 모든 선거를 다 없애야 한다. 대통령 선거가 정치 비리의 주범이고,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야 말로 문자 그대로 분열적, 소모적, 낭비적이지 않은가. 이 정권의 대통령과 수석이 최소한의 '선거민주주의자'도 아니라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이 정부는 교육계 비리 척결에 필요한 현실 진단 자체가 없다."
"교육 비리에 대해 유권자들이 심각하게 생각한다. 대안이 있나?"
"굉장히 가슴 아프다. 선생님들이 지금 고개를 못 들고 다닌다. 교육계의 부패 비리는 절대 다수의 선생님들과 무관하다. 부패는 언제나 약자의 적이고 강자의 친구다. 교육계 부패 비리는 이번에 다 드러난 것처럼 강자들의 몫이었다. 공정택 교육감과 고위 교육 관료들이 비리를 저질렀는데, 얼굴을 못 들고 다니는 것은 절대 다수의 깨끗한 교사들, 선생님들이다. 이 부분은 오해가 없어야 한다. 이분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교육 부패 비리 문제는 바로잡아야 한다. 제일 좋은 방부제는 햇볕이다. 밀실 교육 행정을 없애야 한다. 인사 제도도 혁파해야 한다. 투명, 공개, 공유, 참여, 통제, 이렇게 가야 한다. 이런 것을 교육 행정의 요소요소에 관철시키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저는 국가인권회라는 국가기관을 운영해본 사람이다. 관료제의 덕목과 한계를 잘 알고 있다. 조영황 위원장과 콤비를 이뤄 조직 전체, 시스템 전체를 성공적으로 혁신했었다."
"행정 경험이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 직원이 120명이 넘고 예산이 100억이 넘는 방통대 TV 조직을 맡아서 98년에 완전히 혁신했다. 나는 혁신가다."
"나는 민주적 정당성을 완벽하게 갖춘 범시민 후보"
곽 후보는 민주진보진영의 단일 후보다. 그러나 아직 약간의 여진은 있다. 이 대목에서 곽 후보는 저간의 사정을 매우 구체적으로 밝혔다. 민주진보진영의 단일후보가 된 과정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박명기 후보는 경선에 참여 안했고, 이삼열 후보는 경선을 99.9%까지 완주하고 그만뒀다. 나는 그 과정에서 다른 후보들의 룰 변경 요구를 손해를 감수하고 들어줬다. 민주진보진영이 지난 주경복 선거의 패배를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서 이번에 단일화에 성공한 것이다. 더 얘기할 필요가 없다. 무려 195개의 교육 시민 단체들이 4개월간의 대장정 끝에 여기까지 왔다. 정치권에서 실패한 5+4가 완벽하게 작동한 것이다. 저는 민주적 정당성을 완벽하게 갖춘 범시민 후보다."
"보수 진영도 후보 단일화를 할 것 같나?"
"후보단일화를 진행하지 않겠나? 김상곤 선거의 뼈아픈 교훈이 있을 것이니까."
"판세는 어떤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15~20% 정도 앞서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최근 보수 매체인 <뉴데일리>가 여권의 단일화를 전제하고, 세 후보와 단독 대결을 시켰는데 내가 모두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앞서 있는 이유는?"
"공정택 비리 때문이다. 제 2의 공정택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다. 이명박 정부는 자사고 만들고, 국제중 만들어서 학부모 등골을 더 휘게 했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은 파탄 선고를 받았다. 민주 진보 진영의 단일 후보에 대한 지지도 있다."
"'주경복 교훈'을 말했는데 강남 3구의 몰표로 공정택 후보가 승리했었다. 이번에도 그럴 수 있지 않나? 곽 후보의 정책과 공약이 강남 3구의 학부모들을 자극해서 보수표를 결집시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강남 3구의 학부모들은 나름대로 굉장히 합리적 선택을 하는 분들이다. 누구든지, 어떤 부모든지 자식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누구도 이분들에게 돌을 던질 수 없다. 오히려 현실은 너무 많은 학부모들이 강남의 여유 있는 학부모들의 행태를 답습하고, 꿈꾸고 있다는 것이다. 강남 학부모가 나쁜 게 아니라 지금의 고교 체계를 만든 정책 당국자가 나쁜 것이다. 이 체계 안에서 가장 합리적 선택을 강남 학부모가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무슨 잘못이 있나. 강남 학부모들이 저를 싫어하실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면에서는 내가 그 분들을 가장 잘 이해하는 교육감 후보일 것이다."
"서울시장 야권 후보와 선거를 같이 치를 계획이 있나?"
"제 모토 중 하나가 책임 교육이다. 무한 책임지는 학교.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지역 사회의 교육 자원을 총 발굴해야 한다. 문제풀이식 닫힌 교육에서 흥미와 필요에 의해 평생 학습을 할 수 있는 틀로 가게 하려면 지역사회는 학교로 들어와야 하고 학교는 지역 사회로 나가야 한다. 교육감과 시장이 굉장히 긴밀하게 협조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교육 재정도 확충해서 학교 안의 서비스, 복지가 뭔지를 가르쳐야 한다. 이것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해야 한다. 교육감은 정치 중립성을 요구받고 있기 때문에 범시민 후보로써, 법의 테두리 안에서 허용되는 선에서 긴밀한 정책 공조와 조율을 할 것이다."
"인간성을 믿고 인간성에 배팅하는 게 내 철학"
교육철학을 앞세우는 곽 후보가 교육감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는 과연 어떤 내용일까? 조례제정은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새삼 궁금해졌다.
"학생인권조례제정은 어떻게 만들었나?"
"지독하게 했다. 30차례 모임을 가졌다. 13번의 회의와 10번의 사전 협의가 있었다. 사전 협의할 때마다 교사 그룹, 학부모 그룹, 학생 그룹을 만났다. 30차례 모임을 6개월 간 가졌다."
▲ "자유, 평등, 안전, 복지, 참여 없이 사람답게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이 아이들을 무분별하게 만든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 곽노현 선거사무소 |
"학생인권조례는 내용이 획기적인 것 같다."
"사실은 전혀 획기적이지 않지만, 또 획기적이 아니라고도 할 수 없다. 세계 인권 선언에 "누구든, 누구나, 사람은" 이렇게 나온다. 사람이라는 것은, 이제 막 태어난 사람부터 죽어가는 사람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는 것이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사람은 이른바 백인 남자 유산층이었다. 여성, 노인, 장애인, 아이들, 외국인이 빠졌다. 인권의 역사는 빠진 사람들이 '우리도 사람이다'라고 외치는 역사다.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이 여성이다. 그리고 유색 인종, 이주노동자, 장애인, 다 인권의 강을 건넌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학생들은 아직 이 강을 못 건넜다. 인권 조례를 통해 800만 학생들이 인권의 강을 건너게 됐다. 굉장히 중요하다. 학생이 사람다운 대접을 받고 사람답게 살 권리, 사람답게 성장할 권리다. 사람답게 대접받을 권리가 뭐냐. 폭력, 폭언, 폭압, 모욕 등에서 자유로운 것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니까 공동체, 학교, 교육 행정 등에서 목소리를 낼 권리도 있어야 한다. 사람이니까 자유가 필요하다. 그런데 자유라는 것은 사실 굉장히 위태로운 것이다. 자유는 불이나 칼과 같아서 굉장히 위험하면서도 불가결한 것이다. 그런데 자유를 안주면, 자율권을 행사할 수 없고 그러면 책임 있는 인간이 되지 않는다. 책임 있는 인간이 되지 못하면 성숙하지 못한다. 성숙하지 않으면 더 큰 자유를 못 받는다. 이것이 선순환 구조가 돼야 한다."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보수층에서 공격이 있었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쟁점이 될까?"
"될 것이다. 제가 민주 진영의 단일 후보인 이상, 저의 브랜드의 하나니까."
"800만 학생들이 인권의 강을 건너게는 됐지만, 학생들은 표가 없다.(웃음)"
"그렇다.(웃음) 그런데 정말 가치 있는 일, 명분 있는 일, 대의에 맞고 시대정신에 맞는 일이면 그것을 적극적으로 주창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 변명할 필요가 없다. 사람들은 다 안다. 자유, 평등, 안전, 복지, 참여 없이 사람답게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이 아이들을 무분별하게 만든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이것은 인간성의 깊은 요청이다. 이것을 모르지 않는다. 우리가 강한 확신을 가지고 얘기하는 게 필요하다. 표에도 절대로 보탬이 되면 됐지 마이너스가 되진 않을 것이다."
"인간에 대한 믿음이 학생인권조례의 배경이다?"
"그렇다. 인간성을 믿고, 거기에 배팅하는 것이다."
곽노현 후보는 유쾌하게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중간 중간 마음 바쁜 실무자들이 들락거렸지만 곽 후보는 개의치 않고 인터뷰를 이어나갔다. 2시간 정도의 인터뷰를 마치자 곽 후보가 불쑥 제안했다. '선거 끝나고 제대로 된 대담을 하자'고. '대담집을 만들게 되면 그것도 좋지 않겠냐'고. 흔쾌한 마음으로 선거사무실을 나섰다. 밖은 완연한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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