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1일(현지시간) “6자회담은 북핵문제를 처리하는 최선의 방식”이라며 북-미 양자회담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에 앞서 한성렬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미국의 직접대화 수용은 대북 적대시정책 변화의 신호”라면서 직접대화가 회담 복귀의 전제조건임을 시사해 관심을 모았다.
***美, “6자회담, 북핵문제 처리의 최선의 방식.” 직접대화요구 일축**
스콧 멕클렐런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을 갖고 “6자회담은 북핵문제를 처리하는 최선의 방식이며 북핵문제를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식으로 푸는 길”이라고 말했다.
멕클렐런 대변인은 “동북아 지역의 모든 당사자들은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끝내는데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면서 “북핵문제는 (북-미간 문제가 아닌) 지역내 국가들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은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거부하는 것으로 그는 “북한은 6자회담의 틀 속에서 미국과 직접 만날 충분한 기회가 있으며 북한은 과거에도 그러한 기회를 충분히 가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1994년 제네바 합의는 북-미간 양자 접근으로 이뤄진 것이나 북한은 이 합의를 어겼고 계속해서 핵무기를 추구해왔다”면서 북한과 직접대화에 부정적인 견해를 분명히 했다.
그는 아울러 “지난 며칠 동안 북한으로부터 혼란스런 신호를 받았다”면서 “어떤 신호는 북한이 회담에 복귀할 것이라는 것이었고 어떤 것은 회담을 중단할 것이라는 신호였다”며 북한의 6자회담 무기한 중단 소식을 언급했다.
그는 이밖에 ‘북한의 핵무기 수출 시도에 물리적으로 막을 것인가’란 질문에 “확산은 부시 정부의 최고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문제고 부시 대통령은 대량살상무기(WMD)나 장거리미사일 확산을 막기 위해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을 만들었다”면서 “북한에 관해 가지고 있는 우려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이 확산 문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성렬 北유엔차석대사, “직접대화, 대북적대정책변화 신호로 볼 수 있어”**
멕클렐런 대변인의 이날 발언은 북한의 한성렬 유엔차석대사의 직접 대화 요구를 분명히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성렬 차석대사는 10일 <한겨레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문제는 (다자냐 양자냐의) 대화 형식이 아니라 미국의 정책이 바뀌느냐에 있다”면서 “그러나 미국이 우리와 직접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건 결국 우리를 인정하지 않고 체제를 말살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해 직접대화를 대북 적대정책변화의 신호로 볼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 차석대사는 이어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해서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변화가 중요하다”면서 ““6자회담에 나갈 수 있는 명분과 조건이 조성된다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빌 클린턴 전 행정부에선 북-미 직접대화 통로였던 ‘뉴욕 채널’이 부시 행정부에선 거의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며 부시 정부는 뉴욕채널을 문서나 전달하는 통로로 여기지 협상이나 대화의 통로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이래선 우리와 공존하려는 의사가 있는 걸로 볼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의 새해 국정연설에 북한 비난 내용이 들어있지 않았는데도 왜 회담 불참을 선언했는지에 대해선 “부시 대통령이 우리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비난한 것은 없지만 앞뒤 문맥으로 보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과 일맥상통한다”고 주장해 라이스의 발언 등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음을 시사했다.
그는 북한의 이번 성명으로 중국과의 관계에 갈등이 생길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리는 독자적인 판단과 국가이익에 기초해서 판단하고 결정해 왔으며 어떤 외부 나라들의 압력이나 중재, 설득, 이런 노력에 의해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고 말해 중국과 껄끄러워질 이유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밖에 “중국과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도록 얘기를 하리라 믿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반기문-체니, “6자회담 통한 평화-외교적 해결 원칙 재확인”**
한편 워싱턴을 방문중인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11일 백악관에서 딕 체니 부통령을 만난 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6자회담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실망스러운 일이라는데 체니 부통령과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반 장관은 또 체니 부통령과 “지난해 11월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이 칠레 산티아고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북핵문제의 6자회담을 통한 평화적, 외교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체니 부통령은 이에 대해 공감하고 한-미 공조 등 관련국들이 적극적인 외교 노력을 경주하면서 긴밀히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 장관과 체니 부통령은 이밖에 북한 핵문제 해결에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온 점을 평가하고 앞으로도 중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나갈 필요성이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체니 부통령실도 회담 뒤 성명을 발표하고 “북한과 관련해 미국과 한국은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종식해야 한다는 공동의 견해를 오랫동안 가져왔다”면서 “오늘 회담에서 이 견해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또 “미국은 북한의 성명에 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서울의 공식적인 입장을 거듭 밝힌 반 장관의 어제 성명에 유의한다”고 덧붙였다.
반 장관은 한편 14일에는 라이스 국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북핵문제 등 양국간 현안에 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