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0일 6자회담 참가 무기한 중단을 발표하고 핵무기 보유 및 추가생산을 공식선언, 북핵문제가 새로운 중대국면에 돌입했다.
***北외무성, “6자회담 무기한 중단” **
북한 외무성은 이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6자회담을 원했지만 회담 참가 명분이 마련되고 회담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과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인정될 때까지 불가피하게 6자회담참가를 무기한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무성은 “2기 부시 정권의 정책정립과정을 인내성을 가지고 예리하게 지켜봤다”면서 “그러나 2기 부시 행정부는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끝내 외면하고 대통령취임연설과 연두교서, 국무장관의 국회인준청문회발언 등을 통해 우리와는 절대 공존하지 않겠다는 것을 정책화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외무성은 “미국의 공식 정책 입장을 밝힌 미 행정부 고위인물들의 발언을 보면 그 어디서도 우리와의 공존이나 대북정책전환에 대한 말은 일언반구도 찾아볼 수 없다”며 “오히려 그들은 ‘폭압정치의 종식’을 최종목표로 선포하고 우리나라도 ‘폭압정치의 전초기지’로 규정했으며 필요하면 무력사용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공연히 폭언했다”고 2기 부시정부의 '바뀌지 않은 대북정책'을 회담 무기 연기 이유로 들었다.
외무성은 이어 “그들은 미국식 ‘자유와 민주주의의 확산’을 통해 세계를 오직 미국식 가치관을 따르는 한 모양새로 만들어 놓겠다고 다짐했다”며 “결국 2기 부시 행정부의 본심은 1기 때의 대북 고립 압살 정책을 그대로 답습할뿐더러 보다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무성은 또 “우리는 부시 행정부가 취임한 이래 지난 4년간 아량을 보일만큼 다 보였고 참을 만큼 다 참아왔다”면서 “이제 또다시 4년을 지금처럼 지낼 수 없으며 그렇다고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 4년 동안 반복할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외무성은 또한 “미국은 지금 어리석게도 인민에 의해 선출된 우리 정부를 부정하고 인민의 편에 있다고 하는데 회담을 정 하고 싶다면 미국이 좋아한다고 하는 농민시장 장사군들이나 미국이 만들어 놓았다고 하는 ‘탈북자조직’ 대표들과나 하라”고 말해, 이같은 강경노선이 부시정부의 '김정일체제 변형' 전술에 대한 맞불대응임을 분명히 했다.
***“핵무기 만들었고, 늘리기 위한 대책 취할 것”**
외무성은 이같은 6자회담 무기한 중단 선언과 동시에 “우리는 이미 부시 행정부의 증대되는 대북 고립 압살 정책에 맞서 핵무기전파방지조약(NPT)에서 단호히 탈퇴했고 자위를 위해 핵무기를 만들었다”며 “미국이 핵 몽둥이를 휘두르면서 우리 제도를 기어이 없애버리겠다는 기도를 명백히 드러낸 이상 우리 인민이 선택한 사상과 제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핵무기고를 늘이기 위한 대책을 취할 것”이라고 밝혀 핵무기 증대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그동안 공식, 비공식 방법과 표현으로 핵무기 및 핵억제력 보유를 주장해 왔으나, 외무성이 TV를 통해 중계된 성명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표명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주요 사안에 대한 북한의 최고위급 공식 창구인 외무성의 이번 북핵관련 성명은 지난 2000년 9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방미 취소와 관련한 성명 이후 4년 5개월만에 나온 것이다.
아울러 외무성은 일본에 대해서도 “미국에 추종해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적대시정책에 집요하게 매달리고 있다”면서 “이미 다 해결된 납치문제를 걸고 가짜 유골문제까지 조작하면서 북일 평양선언을 백지화하고 국교정상화를 하지 않겠다는 일본과 어떻게 한자리에 마주앉아 회담할 수 있겠냐”며 강하게 비난했다.
외무성은 그러나 “우리의 핵무기는 어디까지나 자위적 핵 억제력으로 남아있을 것”이라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우리의 원칙적 입장과 한반도를 비핵화하려는 최종목표에는 변함이 없다”고 성명을 끝내, 이같은 강경선언이 대미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것임을 시사했다.
***정부, “너무 과도한 의미부여할 필요없다”**
설 연휴 마지막날 터져나온 북한의 예기치 못한 강경선언에 한국정부는 경악한 분위기다. 우리 정부는 최근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의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에 나오지 않자, 오는 3월에 4차 6자회담이 열릴 것을 거의 확신하다시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날 오후 6시 정동영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 겸 통일부 장관 주재로 외교부, 통일부, 국가정보원 등의 최고책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NSC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북한 성명에 대한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후 이규형 외교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북한의 무기한 6자회담 참여 중단 발표에 “강력한 유감의 뜻”과 핵무기 보유 선언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 뒤, “북핵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기본 입장을 다시 한번 천명한다”며 우리정부 입장을 밝혔다. 이 대변인은 “한반도 비핵화와 6자 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평화적 해결에 이미 동의한 바 있는 북한이 핵능력을 강화한다는 언급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미국 등 우방국과 긴밀히 협력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이같은 북한의 강경선언 배경과 관련, 이날 가진 비공식 브리핑에서 “상식적으로 연료봉보다는 플루토늄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것이, 플루토늄보다는 핵무기를 보유한 것이 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데 유리하다”며 “마찬가지로 핵무기도 1개 보다는 서너개 등 더 많을수록 미국이 더 많이 걱정하고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하고라도 타결하려 할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이제까지는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해도 별로 효과가 없었기에 앞으로 더 많이 만들겠다는 주장”이라면서 “기존 주장과 톤이 달라진 것이나 기본적으로 해오던 주장이고 조금씩 그 범위를 넓혀 나간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당국자는 “늘 하던 얘기를 공식 자리에서 한 번 더 한 것”이라며 “너무 과도한 의미부여를 할 필요는 없다”고 정부의 '신중 대응'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
이날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 등을 위해 미국에 도착한 반기문 외교부장관도 “북한의 외무성 성명을 통했다는 점에 유의 주목해야 하며 새로운 상황”이라고 우려하면서도 “북한은 과거 중요한 회담이나 협상 과정에서 왕왕 이런 태도를 보인 적이 있으므로 좀 더 냉정하게 상황을 주시하면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같은 '신중 대응' 반응은 북한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할 경우 국내외 매파에게 역공의 빌미를 제공할 우려가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이번 북한의 성명 발표로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이 주도권을 쥐게 되면 6자회담 대신 유엔안보리 상정과 경제제재, 무력불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국정연설 등에서 북한에 대한 자극을 삼갔지만 북한의 이런 반응이 나왔다는 점에서 부시대통령을 자극할 우려도 대두되고 있다.
***북한, 6자회담 틀 깨려하나**
일각에서는 그러나 우리정부의 이같은 신중대응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차제에 6자회담 틀 자체를 변화시키려 하고 있으며 그럴 경우 향후 북핵문제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개속으로 빠져드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분석은 "부시 행정부가 취임한 이래 지난 4년간 아량을 보일만큼 다 보였고 참을 만큼 다 참아왔다. 이제 또 다시 4년을 지금처럼 지낼 수 없으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4년 동안 반복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외무성 성명에 기초하고 있다.
또한 6자회담국중 하나인 일본에 대해“미국에 추종해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적대시정책에 집요하게 매달리고 있다. 이미 다 해결된 납치문제를 걸고 가짜 유골문제까지 조작하면서 북일 평양선언을 백지화하고 국교정상화를 하지 않겠다는 일본과 어떻게 한자리에 마주앉아 회담할 수 있겠냐”고 '일본 배제'를 시사한 대목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는 한 근거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발언에 기초할 때, 북한은 4차 6자회담에 참석하더라도 북한이 희망하는 체제안전-경제보상에 획기적 진전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판단아래 미국과의 직접대화를 통한 조기타결을 목적으로 초강경 승부수를 던진 게 아니냐는 분석을 하고 있다. 이런 승부수의 배경에는 그동안 여러 차례 드러낸 6자회담 중재국인 중국에 대한 불신과, 일본인 납치문제로 북한을 계속 궁지로 몰고 있는 일본에 대한 적개감도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아울러 부시대통령이 최근 연두교서에서 북한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으나 이에 앞서 취임사 등에서 '폭정정치'를 거론했으며, 라이스 국무장관도 앞서 국회청문회에서 동일한 언급을 한 대목 등도 북한으로 하여금 부시 2기 정부의 대북정책이 1기때와 변함이 없다는 판단을 갖게 했으며, 그 결과 초강경 승부수를 던지게 만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 정확한 배경이 무엇이었든 간에, 북한의 선언으로 북핵문제는 최대 중대고비를 맞게 됐고 이에 따라 한반도에는 상당기간 긴장국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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