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치러진 이라크 총선이 저항세력의 공격으로 최소 44명이 숨지는 등 유혈충돌 속에서도 일단 공식적으로 종료됐다. 가장 큰 관심을 모은 투표율은 50~60% 정도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종 집계까지는 최소한 일주일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선거를 통해 이라크에서 최초의 시아파 정권이 탄생할 것이 분명하지만, 수니파 상당수가 투표를 거부하는 등 '반쪽 선거'로 치뤄져 이후 향후 이라크 정국은 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유혈충돌 속 이라크 총선 마감, 투표율 50~60% 전망 **
30일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전국 5천2백여 투표소에서 치러졌던 이라크 총선이 유혈충돌 속에서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이라크 전체 인구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시아파의 적극 투표 참가로 시아파의 승리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가운데 투표율은 50%를 넘어 60% 전후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출구조사나 즉각적인 투표율이 나올 수 없는 상황이어서 정확한 집계가 되지 않고 있으나, 이라크 선거관리위원회의 파리드 아야르 대변인은 투표가 종료된 후 "(1천4백만명의 유권자 가운데) 약 8백만명이 투표를 해 60% 정도의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고 아랍위성방송 알자지라 등 외신이 전했다.
선관위는 이에 앞서서는 "오후 2시 현재 투표율은 72%에 달한다"면서 "바그다드 인근 지역에서는 투표율이 95%에 달하는 곳도 있다"고 주장했었다. 선관위는 그러나 "이 수치에는 투표율이 극히 저조한 수니파 근거지 2개 주의 투표율이 포함돼 있는 것이 아니고 비공식적인 집계일 뿐"이라고 한발 물러서는 등 선관위 내부에서도 혼란을 보이고 있어서 실제 투표율은 이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AP 통신에 따르면 이라크 임시정부 관리들은 투표율을 57% 정도로 예상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최종 집계가 이뤄지긴 위해서는 7일에서 10일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선관위는 예상했다.
***부시, "중동 심장부서 자유의 소리"**
선거는 공식적으로 마무리됐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 총선은 성공했으며 중동의 심장부에서 자유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면서 대만족을 표시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이라크 총선이 끝난 지 4시간뒤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발표한 짤막한 성명에서 "오늘 이라크 국민은 세계에 자기 의사를 표현했고 세계는 중동의 중심에서 나오는 자유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며 "(다른 사람들이 아닌) 이라크인들이 이 선거를 명료한 성공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주의로 가는 길에 여정이 더 남아있다"면서 "그러나 이라크인들은 그들이 그 도전을 감당할 능력이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민을 대표해 나는 이라크 국민이 이 위대하고 역사적인 성취에 대해 축하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도 30일(현지시간) 인터넷판에서 '폭력, 바그다드 거리의 파티 분위기 망치는 데 실패'라는 제목의 바그다드발 기사를 통해 폭력사태가 대부분의 이라크인들로 하여금 투표를 단념하도록 만들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저항세력 공격으로 최소한 44명 사망**
그러나 이날 이라크 전역에서는 저항세력의 잇단 공격으로 자살폭탄범 9명을 포함해 최소한 44명의 이라크인들이 사망했다.
30만명의 이라크 군경과 미군 등 연합군이 동원됐지만 저항세력은 선거가 시작된 지 2시간만에 투표소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으며 이 가운데 바그다드 남부 힐라 근처의 투표소에서는 유권자들을 태운 미니버스가 자살폭탄범의 공격으로 최소한 5명이 숨졌다고 폴란드 사단측이 밝혔다.
이밖에 바그다드 시아파 거주지인 사드르 시티와 발라드, 키르쿠크, 마하윌 등지에서도 박격포 공격이 발생했으며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가 이끄는 단체로 알카에다와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 저항세력은 이날 웹사이트에서 성명을 통해 "이라크 전역의 공격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저항세력의 공격은 투표 시간이 끝난 뒤에도 이어져 바그다드 중심부에서는 오후 5시 이후에 거대한 폭발음이 들렸으나 이 공격으로 인한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또 투표가 마감된 후 영국군 수송기인 C-130 한 대가 바그다드 북부 지역에서 추락해 그 원인을 둘러싸고 추측이 무성했으나 아직까지 정확한 사고원인과 인명피해 여부는 나오고 있지 않다. 아울러 투표가 시작되기 전에는 바그다드 그린존안에 있는 미국 대사관내 부속건물에 로켓포탄이 떨어져 대사관에 근무하는 미국인 2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당했다.
***수니파 참여 극히 저조. "사마라, 20만 중 1천4백명만 투표 참가"**
한편 이번 선거에서 투표율과 함께 주목됐던 수니파의 참여도는 역시 극히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수니파 거주지역인 사마라 지역의 한 투표소를 책임지고 있는 한 선관위원은 "하루 종일 한 명도 투표하러 오지 않았다"며 그 상황을 전했으며 알자지라 방송은 "수니파들은 선거에 대한 불만과 저항세력에 대한 두려움으로 선거 참여하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사마라 지역에는 20만여명이 거주하고 있으나 1천4백여명만이 투표에 참가한 것으로 미군과 이라크군측은 전망했다. 이 투표자 숫자에는 특히 이라크군경이 포함돼 있는 것이어서 실질적인 수니파 투표자수는 극히 미미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BBC 방송도 "시아파와 쿠르드족 거주지역과 수니파 거주지역 사이에는 투표율에 있어 커다란 차이를 보였다"면서 "이라크 중부 수니파 지역에 있는 투표소들은 폐쇄되거나 인적이 끊긴 모습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수니파의 이러한 저조한 투표 참여는 이후 이라크 정국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수니파의 참여가 미미하다면 이후 제헌의회와 정부의 정통성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수니파가 배제된 상태로 제헌의회에서 헌법을 제정하게 된다면 수니파가 이에 강력 반발할 것이 분명해 수니파와 시아파, 쿠르드족간 내전 상황이 촉발될 가능성도 있다.
***이라크 최초 시아파 정권 출범, 주변국 우려 **
수니파의 반발은 또한 이번 선거의 또 다른 의미인 최초의 시아파 이라크 정권 출범 의미도 격감시킬 수밖에 없다. 이라크에서의 시아파 정권 출범은 1920년 근대 이라크가 성립된 이후 처음이다.
시아파는 그동안 이라크 전체 2천6백만 인구의 60% 이상을 차지하면서도 후세인 정권 시절 수니파의 권력 장악으로 인구 비례에 따른 영향력을 가져오지 못했다.
하지만 시아파 정권 탄생에 대해 이라크 주변국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아랍 전체 종파로서는 소수파인 시아파가 정권을 장악해 주변국인 이란과 레바논과 함께 시아파 정권을 형성함으로써 요르단, 시리아, 이집트, 사우디 등 수니 국가들은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은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오면서도 이란 등 시아파 국가의 확산을 막는다는 평가를 받아왔었다.
이러한 국내외의 기대와 우려 속에 출범하게 되는 시아파 정권의 구체적인 모습은 2005년 한 해 내내 진행될 이후 정치과정에서 보다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2백75명의 제헌의회 의원은 이슬람의 역할, 쿠르드족의 위상 등을 포함한 이라크 헌법 초한을 8월 15일까지 작성하게 된다. 이 헌법 초안은 10월 15일까지 국민투표에 부쳐질 예정이며 초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하게 되면 12월 15일까지 또다시 총선거가 실시되고 이를 통해 12월 31일까지 제헌의회는 이라크 정부를 구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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