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납치피해자인 요코다 메구미의 유골을 둘러싸고 북-일간 대립각이 더욱 날카로와지고 있다. 북한이 일본에 26일 '일본의 감정결과는 날조'라는 입장을 공식 전달함에 따라 일본 국내 여론은 '경제제재 불사' 등 강경분위기로 더욱 분명히 돌아서고 있다.
***日정부, ‘유골감정날조’ 北공식 통보에 경제제재 등 강경 분위기 **
교도(共同) 통신 등에 따르면 호소다 히로유키 일본 관방장관은 27일 기자회견을 갖고 ‘일본의 유골 감정결과는 날조’라는 북한의 공식 입장과 관련, “경제제재를 포함한 대응을 관계자간에 충분히 협의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호소다 관방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북한에의 경제제재발동을 포함해 모든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는 의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그는 “성실한 대응을 북한에 요구해 간다”고 말해 대화를 통한 해결도 지속해 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북한이 ‘1천2백도 이상의 고온으로 화장하면 개인 식별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대해서는 “예상 이상으로 일본의 과학기술은 발전해 있다”면서 제3의 기관을 통한 재조사는 필요없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6자회담은 북핵만을 다루는 곳으로 자리매김하지 않았다”며 차기 회담에서 납치문제를 강력하게 주장할 방침임을 분명히 밝혔다.
이에 앞서 마치무라 노부다카 일본 외상도 26일 “북한이 성실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성실한 대응이 없으면 강경 대응을 할 것이라는 것은 북한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강경대응 분위기를 전했다.
마치무라 외상의 이같은 반응은 북한이 이날 베이징의 외교경로를 통해 공식 전달해온 ‘유골’ 관련 입장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에게 보고한 후 나온 것으로 그가 밝힌 ‘강경 대응’은 경제제재 발동 등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일본 언론은 해석했다. 일본 외무성은 이어 이러한 뜻을 베이징 주재 일본 대사관을 통해 북한에 전달하도록 27일 지시했다.
***北, 비망록 통해 ‘유골감정날조’ 주장 “화장 유골 개인 식별 불가능”**
이러한 일본 정부의 강경 반응을 촉발한 북한측의 공식 입장은 지난 2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된 ‘일본은 반공화국 모략극을 조작한 책임에서’라는 제목의 비망록과 같은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 비망록에서 “일본은 요코다 메구미의 유골감정 결과를 날조하고 그를 기화로 살벌한 반공화국 소동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에서 비망록은 엄중한 사건이나 중요한 문제에 대해 정치, 법률적 측면에 중점을 두고 역사적, 체계적으로 진상을 밝힌 국가의 외교문서로 간주되고 있다.
비망록은 일본의 유골감정결과가 날조인 이유를 세 가지 꼽고 첫째로 똑같은 요코다의 골편을 의뢰받은 과학경찰연구소에서 DNA 검출을 하지 못했지만 데이쿄 대학에서는 결과를 얻어낸 부분을 꼽고 있다.
북한은 또 1천2백도 고온에서 화장한 유골은 DNA 분석방법으로 감정해도 개인 식별이 불가능하지만 데이쿄 대학은 세포 체취후 이를 배양증식하는 방법으로 DNA를 감정했다는 점과 한 사람의 DNA 유골이면 염기서열이 같은 형태야 하지만 데이쿄 대학의 감정결과는 세 가지 형태로 나타나 세 사람의 유골 또는 그 이상일 수 있다는 점을 의문점으로 들었다.
비망록은 이밖에 ▲전문가 입회가 없었고 ▲분석자 성명과 분석기관의 공인도 없는 점을 들어 유골감정 절차와 형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이에 따라 일본 특정기관이 DNA를 검출하지 못하자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의 뼈를 제공해 감정하게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日정치-사회 대북감정악화. ‘일본판’ 북한인권법 제정 노골화**
하지만 일본 정계와 사회 분위기는 이러한 북한 회답에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납치 피해자 가족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거짓말을 거듭한 끝에 강변 입장을 보내왔다”면서 정부에 즉각적인 경제제재 발동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러한 북한 회답은 북-일 평양 선언 위반일 뿐만 아니라 일본과 일본인을 모욕했다”며 “일본의 분노를 북한 최고 권력자에게 전하기 위해 즉시 제재를 단행하는 것을 강하게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자민당내 ‘대북경제제재 시뮬레이션팀’도 이날 탈북자 지원 등을 포함한 북한인권법안(가칭)을 2월 하순까지 작성할 것을 결정, 북한에의 압박카드로 활용할 의도를 드러냈다. 법안은 ▲일본 재외 공관에 들어온 탈북자 보호 ▲한국 등 제3국에의 출국 지원 ▲탈북지원 비정부조직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일본판' 미국의 북한인권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본으로서는 개정 외환법, 특정선박입항금지법에 이어 대북제재법 3탄을 준비중인 셈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이에 대해 "국내 여론은 더욱 대북 강경론에 기울 것"이라며 "정부는 이후 경제제재 발동 검토를 본격화하는 동시에 회답 기한을 마련해 재차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최후 통고 제시 등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케이신문도 “정부와 여당에서 유력하게 거론하는 방안으로는 북한에의 송금과 무역을 제한하고 북한국적의 선박 입항 제한 등을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것 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대북수교협상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고이즈미 총리로서는 난감한 처지에 몰리게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북한의 반응은 ‘절연통고’라고 할 수도 있다”면서 “고이즈미 총리의 대화노선은 곤란한 국면을 맞이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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