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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긴장고조속 영국 '脫이라크' 모색

[이라크 총선 D-4] 블레어 “총선후 철수 논의”

이라크전에서 미국 다음으로 많은 병력을 파병한 영국이 미국과 마찬가지로 이라크에서 발을 빼기 위한‘이라크 출구 전략’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탈(脫)이라크'는 이라크 총선의 성공적인 ‘결말’이 도출되지 않고서는 가능하지 않은 상황으로 총선을 나흘 남겨둔 이라크는 극도의 긴장 속에서 공격이 빈발, 폭풍 전야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英블레어, “총선후 통제권 상당수 이양, 철수시간표 논의” **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26일(현지시간) “블레어 총리가 새로 선출된 이라크 정부의 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해 미국과 영국은 오는 30일 이라크 총선 이후 이라크 상당 지역의 통제권을 이라크 보안군에 이양하는 작업을 시작할 것임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블레어 총리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미-영 양국이 이라크에서 철수할 날짜를 확정해서 밝히지는 않았으나 “연합군은 이라크의 새로운 정부와 철군 시간표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연합군이 이라크군에 통제권을 넘길 수 있는 지역들이 있다”면서 “이라크의 18개 주 가운데 14곳은 상대적으로 평화롭고 안정적”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또 “이양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연합군이 언제 함께 떠날 수 있을지 보다 더 분명해질 것”이라며 “우리와 이라크인들은 모두 우리가 가능한 한 빨리 떠나길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문제는 ‘가능한 한 빨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라면서 “그 답은 이라크군이 이 일을 할 능력을 확보할 때”라고 단서를 달았다.

블레어 총리의 이날 발언은 구체적인 철군 일정을 못박지는 않았지만 이전 발언과 비교해 볼 때 출구 전략을 보다 구체화시킨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미 정부 움직임과 맞물리는 것으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최근 “이라크 군경이 더 많은 치안유지부담을 떠안는다”는 단서를 붙이긴 했으나 “올 해 안으로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었다.

<뉴욕타임스>도 이와 관련 “미군이 언제 어떻게 이라크에서 빠져나올지에 대해서 의회와 국방부에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미국내 분위기를 전하고 “백악관 안보 담당 고위 관리들도 이미 논의를 나누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총선 앞두고 이라크 긴장 고조, "투표자들 공격할 것"**

그러나 미국과 영국 등이 ‘성공적인’ 출구 전략을 실행해 옮길 수 있을지는 아직 장담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성공적인 출구 전략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오는 30일 이라크 총선의 성공적인 ‘결말’이 선행돼야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이라크에서는 연일 저항세력의 공격과 경고로 긴장도는 더욱 높아가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라크 이슬람 군대라는 수니파 강경 무장단체는 25일 한 웹사이트에 성명을 발표하고 조직원들에게 공격을 강화하라고 명령했으며 다른 저항세력에게는 총선방해를 위해 인질 납치 등 투쟁 강화를 촉구했다.

바그다드에서는 이날 또 이름을 밝히지 않은 무장단체가 전단지를 통해 “투표를 하려는 사람들과 투표소 등을 박격포와 로켓포 등을 동원 공격할 것”이라며 “바그다드 거리가 투표를 하는 사람들의 피로 물들이겠다”고 위협, 긴장도를 더했다.

아울러 또다른 무장세력은 지난해 11월 필리핀인과 함께 납치했던 미국인 로이 핼룸스가 살려달라고 호소하는 모습의 비디오테이프를 이날 공개했다. 핼룸스는 테이프에서 자신의 머리에 총구가 겨냥된 상태인 채 “미군을 위해 일한 것이 입증됐기에 지금 내 목숨은 매우 위험한 상태”라며 애원했다.

이밖에 이날 저항세력의 공격으로 이라크 경찰관이 최소한 11명 숨졌으며 투표소도 3곳이 공격을 받았다고 AP 통신 등이 전했다. 또한 이라크 판사 1명과 그의 경호원이 바그다드에서 총격을 받고 사망했으며 24일에는 미군 장갑차가 바그다드 북동쪽에서 수로로 굴러 미군 5명이 숨졌다.

이에 앞서 알카에다와 연계된 이라크 저항세력을 이끌고 있는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는 23일 육성 녹음 테이프를 통해 총선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하고 투표에 참여하지 말라고 경고한 바 있다.

***美 총선사수 진력, 부시-알라위 전화통화. 부재자투표는 부진**

이에 따라 미군은 총선 사수를 위해 총력을 다하는 분위기다. 이라크 주둔 미군은 대부분 투표 경비에 동원된 상태며 전략적 길목마다 탱크 등을 동원, 경계에 나서고 있다.

이라크내 대부분의 병원들도 선거가 유혈 충돌로 끝나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 비상 근무에 돌입했으며 이라크 보건장관은 로이터 통신에 “보건부는 선거를 위한 비상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이라크전 수행의 정당성을 이번 총선을 통해 인정받으려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스콧 멕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부시 대통령은 아야드 알라위 이라크 총리와 5분여의 전화 통화를 가졌다. 양 정상은 이 통화에서 총선을 앞둔 이라크의 안보 상황과 이라크 사회의 모든 분야가 총선에 참여하기 위한 노력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밖에 이번 총선의 투표율이 어느 정도 될지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으나 해외 부재자 투표율은 상당히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거주 투표자 등록 마감일인 이날까지 선거인 명부에 등록한 해외 거주 이라크인은 25만여명으로, 1백20만명으로 추산되는 해외 거주 이라크인의 25% 미만 만이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총선이 가까스로 마무리 된다 하더라도 총선은 오히려 또다른 파국의 시작도 될 수 있어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총선을 통해 선출된 이라크 정부의 대표성이 인정되지 않고 이라크 내정이 사분오열된다면 총선은 오히려 내전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영국으로서는 철군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고 아니면 철군을 하되 성공적인 철군 모양새를 갖추지 못한다면 이또한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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