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스탠더드차터드, 제일은행 인수 임박"

"홍콩상하이은행은 외환은행 인수로 방향 전환"

외환위기 과정인 지난 99년 미국계 투자펀드 뉴브리지캐피탈에 넘어간 제일은행이 5년만에 영국계 스탠다드차터드(SCB)은행에 매각될 것으로 알려졌다.

***FT,"스탠더드차터드,제일은행 인수 임박"**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현지시간) "SBC의 인수가격은 씨티그룹이 한미은행을 인수했던 수준과 비슷하게 장부가격의 1.85배에 달하는 것"이라면서 "지난 연말 HSBC가 제일은행의 유력한 인수자로 떠올라 SCB가 또다시 아시아 지역의 은행 인수협상에서 실패할 것으로 보였으나 크리스마스 연휴에 기습적인 협상조건을 내놓아 HSBC를 놀라게 했다"며 제일은행의 SCB 인수 유력설을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HSBC는 지난 12월24일 주당 1만3천5백원 안팎의 인수가를 최종 제시한뒤 협상에 진전이 없자 국내에 파견했던 협상 실무팀을 영국으로 철수시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제일은행은 뉴브리지캐피탈가 가진 지분 49%를 팔 경우 한국 정부가 가진 51%의 지분도 함께 팔아야 하는 조건이 붙어있어 총인수대금은 33억2천만달러(약 3조5천억원)에 달한다"면서 "지난해 씨티그룹은 한미은행을 27억 달러에 인수했다"고 덧붙였다.

FT에 따르면, SCB는 제일은행 전체 주식 2억5백92만주(자본금 1조2백96억원)를 주당 16.5달러(약 1만7천원) 수준에서 사들이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말 제일은행에 대한 최종 실사 후 HSBC가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주당 13달러에 비해 3.5달러 가량 높은 것이며, 작년 11월 씨티그룹의 한미은행 인수가격(주당 15달러)에 비해서도 1.5달러 정도 높은 수준이다.

SCB는 인수대금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위해 20억달러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에서는 나머지 자금은 채권발행이나 차입 등의 형태로 시장에서 조달해 오는 3월경에 인수작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CB가 제일은행(총자산 45조원)을 인수한 뒤 기존 지점과 합병을 완료할 경우 국내 개인 영업시장에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SCB는 전세계 56개국에 5백여개의 지점을 보유한 영국계 은행으로 자산규모는 1백20억 달러로 국내 2위인 우리은행(총자산 1백22조원과 비슷하며 한미은행을 인수한 씨티은행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나, 제일은행을 인수할 경우 단숨에 자산규모 7위 은행으로 떠오르면서 국내 은행시장을 위협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은행계, '글로벌 플레이어'와의 사활건 '금융전쟁'대두**

한편 홍콩상하이은행은 가격조건 등이 맞지 않자 협상에서 발을 뺀 뒤 그 대신 미국계 펀드 론스타가 최대주주인 외환은행 인수에 주력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은 2003년 10월 미국계 펀드 론스타에 인수돼, 올 11월부터 매각이 가능해진다.

금융계에서는 지난해말 한미은행이 씨티은행에 매각된 데 이어 제일은행이 SCB에 인수되고 외환은행도 HSBC에 매각되면 국민.우리.신한.하나 등 국내 4대은행과 '글로벌 플레이어'로 불리는 외국계 은행들과의 사활을 건 '금융전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뉴브리지캐피탈은 이번 매각이 성공할 경우 5년만에 제일은행 지분 인수에 들였던 5천억원의 3배가 넘는 가격으로 매각하며 1조원이 넘는 차익을 거두게 된다. 반면 한국 정부는 이번 매각으로 1조7천억원을 추가회수해도 5조원이 넘는 손실을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