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에 카드사 비리를 제보했다가 도리어 해고를 당한 김승민씨 사건이 일반에 알려지면서, 김씨 같은 민간기업 내부고발자를 법적으로 보호 못하는 부패방지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참여연대가 부패방지위의 권한을 대폭 강화한 개정안을 입법청원했다. 하지만 이 개정안에도 민간기업 내부고발자 보호장치는 빠져 있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참여연대, "부방위 강화하고, 공익제보자 보호ㆍ보상 확대해야"**
참여연대 맑은사회만들기본부는 15일 부방위의 권한을 강화해 부패 신고를 활성화되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한 부패방지법 개정안을 입법청원했다.
참여연대의 부패방지법 개정안은 △부방위에 조사권을 부여해 신고된 사실의 확인을 가능하게 하고, △부방위뿐만 아니라 다른 수사기관 혹은 언론에 제보했을 경우에도 신분 보장을 받을 수 있게 하며, △부패행위 신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밀 누설에 대해 면책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부패행위 신고자에 대한 보상도 강화해 △신고자에게 지급하는 보상금의 한도를 두지 않고, 신고로 인해 절약된 국가 예산의 15% 범위 내의 보상금을 주는 정률제로 하며, △부패 신고 과정에서 드러난 신고자의 범죄 사실은 책임을 감면하도록 했다. 또 부패 신고자에게 보복 행위를 한 자에 대해서는 형사 처벌이 가능하도록 했다.
***"언론 등에 제보한 경우도 보호가능해야"**
이런 부패방지법 개정안이 입법될 경우 그 동안 공익제보자들이 겪었던 불이익이 일부 시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많은 공익제보자들은 부방위가 아닌 수사기관이나 언론에 제보를 해 조직의 부패가 확인된 후에도 부패방지법상 보호를 받지 못해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현행법에서는 부방위 신고할 경우에만 신고자의 신분을 보장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이런 점을 감안해 부방위 외에도 소속기관, 감독기관, 수사기관, 언론 등을 통해 부패 사실을 알리려고 한 경우 신고자가 불이익 조치를 받지 않도록 했다.
개정안은 또 조직의 부패 신고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조직의 비밀을 외부로 유출하는 경우에 한해서 비밀 준수 의무를 배제하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신고자가 부패 사실을 외부에 알리는 과정에서 조직의 비밀이 일부 유출돼 법적 책임을 지거나, 조직으로부터 불이익을 당하는 빌미가 돼 왔었다.
공익제보자에 대해서 보복 행위를 한 자에 대해서 형사 처벌을 하게끔 정한 것도 큰 의미가 있다. 현행법에서는 신분 보장에 관한 부방위의 조치 요구를 불이행시 과태료 처벌을 하도록 돼 있어서, 보복 행위를 막는 데 실효성이 없었다.
***"민간기업의 내부 고발도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이번 부패방지법 개정안에는 민간기업의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호대책이 빠져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 맑은사회만들기본부 이재근 간사는 "부패방지법은 공공기관 또는 국가 예산이 일부 또는 전액 출자된 기관의 부패 사실을 신고한 공무원ㆍ준공무원ㆍ민간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민간기업의 공익제보자는 보호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간사는 "최근 일부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내부 고발자를 보호할 수 있는 지침을 만드는 경우가 있으나 아주 드문 일"이라며 "최근 식품위생, 의료, 환경, 국가 연구개발 등 공공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영역으로 '부패'의 범위를 확대하려는 노력이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간사는 "이런 부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 민간기업의 공익제보자라도 공공의 이익에 큰 영향을 줬다고 판단될 경우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이 경우 기준과 범위가 모호하기 때문에 법규로 정하는 것이 쉽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 정도의 부패방지법 개정안조차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참여연대 개정안과 정부안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놓은 부패방지법 개정안은 △부방위의 조사관이 없고, △보복 행위에 대한 규정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신고 과정에서 비밀 준수 의무 배제 등의 조치가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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