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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만 골프장 11개 추진, '골프에 미친 세상' 이젠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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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만 골프장 11개 추진, '골프에 미친 세상' 이젠 그만"

"해외골프 계절적 요인 탓", "골프장 인근 심각한 물부족 사태"

전국 골프장 난립 현장에 대한 현장 보고와 함께,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골프장 경기부양론'의 허구성이 폭로됐다. 이 자리에서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들은 골프장이 지역의 지하수를 고갈시켜 '물 문제'를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고용 효과도 미비해 결과적으로 지역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외 골프 수요 증가는 계절적 요인 때문"**

'골프장 건설 반대를 위한 환경운동연합 전국 협의체'와 군산, 무안, 여주, 평택, 함양 지역 대책위 주민들은 14일 오전 안국동 느티나무 까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국 골프장 난립 현장의 문제점을 직접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그동안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골프장 경기부양론'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데 주력해온 초록정치연대 우석훈 정책실장(경제학 박사)은 "'해외 골프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서 국내에 골프장을 지어야 한다'는 정부 논리는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며 "현재 해외 골프 수요는 국내 골프장의 부족이나 골프 회원권이 고가라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계절적 요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우 실장은 "최근 우리나라 해외 골프 인구를 조사해보면 12~2월 동절기에 집중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며 "2003년 골프채 휴대 반출자의 숫자를 살펴보면 1, 2, 12월이 5만3백30명으로 3~11월 5만7천4백93명과 거의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골프장 건설 증가가 해외 골프 인구를 흡수할 것이라는 주장은 현실적으로 타당하지 않으며, 골프장을 많이 지어 골프 인구를 증가시키면 동계 기간에 해외 골프 인구를 더 증가시켜 골프 국제 수지를 오히려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조사단이 인터뷰를 한 익명의 골프장 종사자도 "땅이 얼면 정확한 실력이 안 나오기 때문에 겨울철에는 해외로 많이 나간다"며 "겨울에 줄었다 3~4월이 되면 다시 올라가는 것이 현실"이라고 우 실장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골프장, 국내 친환경농업 고사시킬 것"**

우리 농업의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친환경농업에도 골프장 건설은 치명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우 실장은 "현재 유기농산물의 경우 다년생 작물은 3년, 그 외 작물은 2년간 유기농 단지에 대한 집중적인 인증 절차를 거치게 된다"며 "인근에 골프장이 건설될 경우 지하수계에 제초제와 화학비료 잔류 검출 등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친환경농가는 회복 불가능한 치명타를 맞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4년 상반기 친환경농업 지정 현황을 살펴보면 전국 2만5천3백34호가 서울부터 제주에 이르기까지 전국에 고르게 지정돼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친환경농업을 육성하는 것을 고려한다면 골프장에 적당한 부지는 우리나라에는 사실상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독일에서는 이런 점들을 고려해 골프장을 새로 건설하기보다는 기존의 골프장을 친환경적으로 개선하는 데 정부 차원에서 나서고 있다"며 "이렇게 기존 골프장을 친환경적으로 개선하면서 발생하는 고용 효과가 신규 건설보다 3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우 실장은 이날도 전남 무안의 36홀 골프장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면, "지방세수는 연간 4억 정도에 불과하고, 지역 고용 효과도 캐디 등을 포함해 30명 정도에 불과했다"며 "골프장 이용객이 대부분 1일 관광이고, 골프 단지 안에 클럽, 하우스 등 숙박시설 일체가 건립되고 있어서 지역 경제는 오히려 파탄 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증언했다.

***골프장 건설로 지역 '물 부족 사태' 심각**

한편 군산, 무안, 여주, 평택, 제주, 함양 등 전국 각지의 골프장 건립 지역을 조사한 결과, 골프장 건설로 인한 지역 주민의 '물 부족 사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른 것으로 밝혀졌다.

박태현 환경법률센터 부소장은 "골프장이 지하수를 과다하게 사용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특히 골프장이 건설되는 삼림, 해안, 미개발된 구릉지 등은 대개 상수도 공급망이 들어서지 않아 골프장이 지하수를 과다 사용하면서 지역의 '물 부족 사태'가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현재 2개 골프장 63홀이 운영중인 여주군 가남면 양귀리의 경우 인근 골프장의 지하수 사용으로 지역 주민의 농업용수와 생활용수가 부족한 상태로 확인됐다. 현재 4개 골프장 총 90홀이 운영중인 근처 안금리의 경우에는 5개 골프장 1백홀이 추가로 건설될 예정이어서 인근 지역의 '물 부족 사태'는 더욱더 심화될 전망이다.

특히 가남면에 예정된 가남 아일랜드의 경우 바로 옆에 초등학교가 있어, 학생들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줄 가능성도 제기됐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지하수관정과 계획된 골프장의 '최종 저류조'가 바로 붙어 있어서, 농약 성분 등이 학생들이 사용하는 물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사업자는 농약 성분 등이 토양에 오염되는 것을 막는 방안을 실시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나, 기존 운영중인 골프장 실태 관찰에 비춰볼 때 그 실천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해안 지역의 경우에는 공사시 토사가 대량으로 유출돼 인근 양식어장에 심각한 해를 끼칠 가능성도 지적됐다. 경주 감포읍 나정리 근처에 지어질 예정인 감포 골프장의 경우 공사시 토사가 유출돼 연안해역의 탁도를 증가시키며 바다를 오염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토사가 전복 어장을 덮쳐 다량의 전복을 폐사하는 일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리산 인근에 골프장 11개나 지어질 예정"**

조사단은 이밖에 지리산 근처에 11개의 골프장을 짓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는 사실과, 평택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택지개발사업의 일환으로 골프장이 '체육 시설'로 추진되고 있는 일을 폭로하고 지역 주민들이 외롭게 싸우고 있는 현실을 폭로했다.

함양에서 올라온 하종기 대책위원장은 "이 나라가 골프에 미쳐 돌아가는 것 같다"며 "함양에 3개를 짓는 등 지리산에 11개의 골프장을 지을 예정"이라고 고발했다. 하 위원장은 "함양에 평생 살면서 골프채도 제대로 구경하지 못했는데 골프장을 반대하는 운동을 하려고 하니 분통이 터질 지경"이라며 "21세기는 생명·평화의 시대라고 하는데, 제발 좀 이성을 찾고 같이 살 길을 모색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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