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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사, 국민들의 반미감정 자극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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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사, 국민들의 반미감정 자극하지 말라

한미동맹 약화 막고자 하는 고언(苦言)

최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의 언행들이 한미관계에 도움이 안 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지난 8월 23일 우리 정부가 한일 지소미아(GSOMIA, 한일 군사 정보 보호 협정) 종료를 결정하자 해리스 대사는 즉각 우리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이 때문에 우리 외교부는 해리스 대사를 '초치'해 항의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해리스 대사는 연이은 안보 관련 행사에 불참하는 대신 미국 햄버거 프랜차이즈 개점식에 참석하면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9월 국회의 '미래혁신포럼' 멤버 의원들과의 비공개 회의에서 해리스 대사가 "문재인 대통령이 종북좌파들에 둘러 싸여 있다는 게 사실이냐"라고 물었다는데, 이는 질문 형식으로 문 대통령을 에둘러 비난한 것이다.

한편 해리스 대사보다 더욱 한심한 것은 야당 국회의원들이다. 한 야당 원내대표는 총선 전에 북미 정상회담이 열려서는 안 되고, 또 다른 야당의원은 북한과 종전선언을 하면 안 된다고 해리스 대사에게 요청했다고 한다.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종북좌파들이 미군 철수와 유엔군 사령부 해체를 주장할 것이라는 종북좌파론을 폈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느 나라 국회의원인지 망연자실하다.

2018년 7월 9일 부임한 해리스 대사에게 '한국사랑'까지 기대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주재국에 대한 이해와 한미 양국의 우호와 이익 증대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외교관, 대사의 역할이 아닌지 묻고 싶다.

문 대통령이 지소미아 종료를 결심한 것은 일본의 터무니없는 대(對)한국 안보 불신론과 이를 핑계로 한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 차원이었다. 그리고 이는 주권국가의 외교‧안보 최고정책 결정권자로서의 결정이었다.

물론 그런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미국이 우리 정부에 사실상의 '압력'도 행사했겠지만, 문 대통령과 외교‧안보 참모들은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기보다 국익과 국권을 지키는 쪽을 택했던 것이다. 이런 결정과 조치가 해리스 대사 눈에는 문 대통령이 종북좌파들에 둘러싸여 일어난 일이라고 보여진 것이란 말인가?

툭하면 '종북'이니 '좌빨'이니 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이념 프레임으로 몰아세우고,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보수야당과 언론이 있다. 그런데 '종북'이라는 말은 도대체가 어불성설이다. 남한사람이 북한을 추종한다는 말인데, 도대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인 한국이 왜 최빈국 반열에 있는 북한을 추종한다는 말인가?

GDP 총액 1조 5500억 달러, 1인당 소득이 3만 1000달러나 되는 대한민국이 GDP 총액 450억 달러, 1인당 소득 1800 달러 정도밖에 안 되는 가난한 북한에게 35배나 큰 대한민국 살림을 갖다 바친단 말인가? 실제로 그런 공작이 진행되거나 하면 이를 용인할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고, 결사 항전에 나설 것이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벌어지는 남북 간 격차로 북한이 남한을 두려워해서 남북 간 교류협력에 소극적이지 않을까, 이것이 더 문제다. '종북좌파'론은 이념 프레임으로, 진영논리로 사용하기에는 구시대적 유물이 되었다.

북한을 나쁘게 말하지 않으면 '친북'이라고 몰아붙이는 양단 논리는 지극히 단세포적이다. '반북'이 아니면 '친북'이고, '친북이니까 종북이다'라는 것도 유치한 3단 논법이다. 보수진영과 보수언론이 이렇게 선전‧선동하니 주한 미국 대사가 '종북좌파'라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불문곡직하고 해리스 대사의 편을 들 사람들, 즉 '종미 우파'가 더 많은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미국의 말이라면 뭐든지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남북관계도 미국의 동의나 승인 없이 추진하면 금방이라도 큰일 날 것처럼 외치는 정치인 언론인들이 수적으로 훨씬 많다.

물론 수적으로 많다고 꼭 정의고 진실은 아니지만, 그런 사람들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지금 4.27 판문점 정상회담, 9.19 평양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1)금강산 관광 재개 2)개성공단 조업 재개 3)남북 철도·도로연결 및 현대화 사업의 첫발도 못 떼고 있다.

한편 4.27 판문점 합의, 9.19 평양 합의를 철석같이 믿고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조건과 대가없이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을 재개하겠다"고 호언했건만 하나도 성사된 게 없다. 그러다 보니 북한의 대남 불신의 골은 깊어졌고, 북한은 남쪽과는 상종도 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

유엔 대북 제재를 빙자한 미국의 '불허'와 종미우파들의 반대에 부딪혀 남북관계에서 아무 것도 못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겨우 일본을 상대로 국익과 국격을 위해 결정한 일을 놓고 해리스 대사는 '종북좌파' 타령을 했다.

우리 국민들의 민심을 건드려 반미정서가 들불처럼 번지고 촛불시위가 일어나면 그 때는 종북좌파들의 저항 때문에 한국대사 더 이상 못 해먹겠다고 할 것인가? 우리 국민을 자극해서 반미감정을 키우고 한미 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이는 결과적으로 미국의 국익을 해치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위한 친미-非(비)종북좌파의 고언(苦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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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옥

이화여대 정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북한학으로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원광대 초빙교수(외교안보통일), 김대중평화센터 이사 등을 거쳐 현재 민주평통 상임위원, 민화협 정책위원장, 통일부 남북관계발전위원회 위원, 더불어민주당 한반도경제통일교류위원회 부위원장, 외교안보통일 자문회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북한의 기아>(역서, 2001) <북한인권문제 : 원인과 해법>(2012), <국경을 걷다>(2013), <정세현 정청래와 함께 평양 갑시다>(공저, 201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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