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 시각) 러시아를 방문 중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등 러시아 외무부 인사들과 회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미국에 전할 메시지가 있냐는 질문에 "메시지는 없고 이제는 아마 핵문제와 관련한 논의는 앞으로 협상탁(협상테이블)에서 내려지지 않았나 하는 게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최 부상은 "미국과 앞으로 협상하자면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을 다 철회해야 핵 문제를 다시 논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최근 김계관 외무성 고문,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등이 담화에서 밝힌 내용을 재강조했다.
그는 올해 안에 북미 협상 재개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국 쪽에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는 중대한 전략적 결정을 내린 이후라면 모르겠지만 그전에는 지금까지 놓여있던 핵 문제가 협상탁에서 이젠 내려졌다고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부상은 북미 간 정상회담 전망에 대해서는 "정상들의 문제니까 제가 여기서 정상들이 어떻게 하는 거까지는 얘기할 위치에 있지는 않다"며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계속하면서 이런 식으로 나가는 것은 앞으로 좀 불가능하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정상회담도, 수뇌급 회담도 그렇게까지 우리에게 흥미 있는 사안이 아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조치를 내놓아야 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최 부상은 "그것은 미국 측이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제가 여기서 강의할 수도 없다"면서도 "미국 측이 우리를 적으로 대하는 모든 조치를 해제하면 될 것이고 그러한 전략적 결정을 우리에게 통보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북미 간 협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러시아를 방문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일축하듯 최 부상은 러시아와 북미 협상 관련 논의를 진행했냐는 질문에 "북미 협상에 대해 러시아와 우리가 (논의)한 것은 없고, 조미 관계가 어디까지 와있나에 대해 제가 좀 설명을 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러시아 체류 기간 동안 미국 측과 접촉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대화의 선행조건으로 내세운 데 이어 이번에는 비핵화 협상 자체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인 것에 대해 미국은 아직 외교의 가능성이 열려있다며 북한이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일(현지 시각) 미 상원 외교위 인준 청문회에 출석한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는 "(외교의) 창이 여전히 열려있다. 북한은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은 기회를 잡아야 한다"며 "북한이 다시 도발적인 조치들로 돌아간다면 '거대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건 지명자는 그러면서 자신이 부장관이 되어도 북한과 관련한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북미 간 실무협상의 급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 북한 실무협상팀이 권한이 없어 협상이 진전되지 못한 점을 언급하면서 "북한에서 나와 협상할 상대는 최선희 제1부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에 대해서도 "북한에서 부정적으로 이야기했지만 우리는 실현 가능한 조치들에 대해 매우 건설적 논의를 했다"며 실무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비건 지명자는 또 지난 17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본인의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곧 보자"라고 말하며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암시했지만, "북한에 또 다른 정상회담을 제안한 적은 결코 없다"고 말해 실무협상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그는 북한이 미국과 협상 시한을 연말로 정해놓은 것에 대해 "우리는 연말 데드라인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는 북한이 인위적으로 설정한 것이며, 유감스럽게도 그들 스스로 만든 것"이라며 미국은 시한에 구애받지 않고 북핵 문제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건 지명자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관련해 "북한이 비핵화를 했다는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하거나 의미 있는 증거를 보지는 못했지만, 그들이 이러한 선택(비핵화)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이 핵 물질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고 보냐는 질문에 "북한이 중단했다고 시사할 증거는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하겠다"고 답했다.
'벼랑 끝 전술'을 연상시키는 북한의 연이은 압박에도 미국은 일단 대화 의지를 표명하면서 북한과 실무협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 즉 자신들에 대한 제재 해제와 체제 안전 보장을 대화의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어 양측이 이와 관련한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편 비건 지명자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한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동맹 파트너 중 하나"라면서도 "누군가 무임승차가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는 한국과 거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등 다른 동맹국들과 진행하고 있는 방위비 협상 전반에 대해 "이들 나라는 그들의 책임을 심각하게 여겨야 한다. 거친 협상들이 될 것"이라고 말해 미국이 동맹국들의 방위비 대폭 증가라는 입장을 바꾸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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