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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오만'과 '착각', "패배자집단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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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오만'과 '착각', "패배자집단들이..."

4.15총선 민의와 언론개혁운동, '패배자집단의 준동'으로 매도

조선일보의 '오만'과 '착각'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번 총선결과를 명퇴자, 이태백, 비정규직 노동자, 신용불량자 등 이른바 '패배자 집단'의 '세상 뒤집기 집단심리'의 결과로 해석한 뒤, 총선뒤 시민단체 및 정치권에서 일고 있는 조선일보 등에 대한 언론개혁 요구 역시 소규모 신문사 등 '패배자 집단'의 집단이기주의적 행태로 매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총선때 패배자 집단의 '세상 한번 뒤집자'는 심리가 작동"**

조선일보의 송희영 출판국장은 23일 조선일보 오피니언란에 실은 '뒤집어져야 할 이 세상'이라는 제목의 기명칼럼을 통해 이같은 '패배자 집단론'을 폈다.

송 국장은 우선 지난 대선과 총선결과와 관련, "새로운 집권 세력의 등장을 이념적으로 온 나라가 좌향좌(左向左)했다고 해석하기에는 적지 않은 허점이 있다"며 수구진영 해석의 잘못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적절한 계획경제와 시장경제 덕분에 찌든 가난에서 벗어났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회사와 상품을 몇 개씩 보유할 만큼 한국경제가 컸다는 사실을 모두가 잘 알고 있다"며 "이런 국민이 이념적 좌파정권을 선택했다고 볼 수는 없으며, 단지 대안(代案)세력을 선택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까지는 그런대로 넘어갈 수 있으나, 다음부터가 문제였다.

송 국장은 "최근 진보세력이 국정주도권을 쥐게 된 배경에는 이념적인 이유보다는 경제적인 이유가 진하게 깔려 있다"며 "IMF외환위기 이후 지난 5년 사이 세계화 물결과 시장경제 정책 추진의 부작용으로 승자(勝者)가 모든 것을 챙겨가는 현상(winner-take-all)이 심화됐고, 그 과정에서 다수의 낙오자 그룹이 탄생하고 말았다. 특히 99년도 일시적인 호황국면후 다시 경기가 침체에 빠지자 명퇴자, 이태백, 비정규직 근로자, 신용불량자가 대량 생산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패배자 집단이야말로 ‘이 세상 한번 뒤집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다"며 "이것이 민주노동당의 간부가 ‘50년 묵은 불판’을 갈아야 한다고 판갈이 유세전을 펼친 논리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열린우리당 압승과 민주노동당 약진으로 특징지어지는 4.15 총선결과를 패배자 집단의 '세상 뒤집기 집단심리'의 결과물인양 왜곡-매도했다.

***"소규모 신문사들이 대형신문이 무너지기만 바래"**

송 국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총선후 봇물터진 언론개혁 움직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패배자 집단론'을 적용했다.

그는 "경제 전쟁터에서는 언제나 승자와 패자가 갈리지만, 지금 우리의 문제는 ‘소수의 승자’만이 살아남았고, 승자와 패자 간의 거리는 갈수록 멀어지고 있는 점"이라며 "예를 들어 재계에서는 삼성과 몇몇 그룹만 독주하고, 대학에서는 소수의 명문대학이 신입생과 편입생을 흡수해버리고 있다. 방송계에서 3개 지상파 방송사들과 케이블TV나 위성방송 채널들 간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져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 국장은 이어 "많은 분야에서 행복한 소수 바로 옆에 불행한 다수가 웅성거리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며 "패배자 그룹은 승자를 향해 욕하고 저항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뒤를 이어 정작 하고 싶은 주제인 '본론'에 들어가 "학생을 빼앗기는 지방대에서는 은근히 서울대와 연·고대가 몰락하기를 기대하고, 갈수록 독자를 잃고 있는 소규모 신문사들은 대형 신문들이 무너지기만을 바란다"며, 총선후 봇물터진 조선일보 등에 대한 개혁 요구를 '소규모 신문사들'로 대표되는 패배자 집단의 '세상 뒤집기 집단심리'로 매도했다.

송 국장은 또 이들 소규모 신문사들에 대해 "그렇다고 '너희도 열심히 일해서 잘하면 될 거 아니냐"는 식의 설득이 먹혀드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이 참에 세상을 바꿔보자는 발상만이 날개를 펴고 있다"는 경멸적 언사도 서슴치 않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제 새로운 집권 세력에게는 4년의 시간이 주어졌다. 다음 선거 때까지 만약 이런 극단적인 쏠림 현상으로 패배자 그룹을 계속 양산하는 정책을 편다면 현재의 지지자들은 금방 저승사자로 변하고 말 것이다"라며 "더구나 소수의 승자로부터 빼앗아 다수의 패배자들에게 나눠주는 정책을 선택한다면 격렬한 저항과 충돌을 겪게 될 것이다. 지난 5년간 누적된 낙오자 그룹에게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만들어주고, 모두가 승자가 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글을 끝맺었다.

***'지는 태양'은 아름다우나, '지는 신문'은 추해**

송 국장의 칼럼은 1997년 대선, 2002년 대선, 그리고 4.15 총선에 이르기까지 세 차례에 걸쳐 조선일보가 노골적으로 특정 후보와 정당을 돕는 정파성 글과 논리를 양산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연달아 참패했으며 그 결과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는가에 대해 조선일보가 아직도 제대로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또한 70년 중반까지만 해도 한 줌의 독자밖에 확보하지 못했던, 조선일보 표현을 빌면 '패배자 집단'이었다가 동아투위 사태를 계기로 한때 신문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했던 동아일보의 쇠락이 시작되자, 그 틈을 이용해 1980년 전두환 군부쿠데타 세력에 적극 빌붙으면서부터 사세를 확장하기 시작해 그후 노태우-김영삼정권을 거치면서 '유가부수 1위 신문'이 된 '정-언 유착의 야합사'를 마치 시장에서 정당한 경쟁을 통해 승리한 '승자의 역사'로 은폐-왜곡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아울러 4.15총선에서 나타난 민의를 "명퇴자, 이태백, 비정규직 노동자, 신용불량자 등" 이른바 '패배자 집단'의 '세상 뒤집기 집단심리'로 매도한 대목은 조선일보의 시각이 얼마나 뒤틀려 있는가, 왜 조선일보가 많은 국민들로부터 '1순위 개혁대상'으로 꼽히고 있는가를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이는 동시에 조선일보가 연초부터 마치 한국사회에서 소외되고 버림받은 이들에 대한 관심을 쏟기 시작한 양, 시도한 일련의 소외계층에 대한 시리즈물이 얼마나 허구적이고 위선적이었는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지는 태양'은 한순간 아름답기라도 하다. 그러나 '지는 언론'은 그렇지 못한듯 싶다.

다음은 송희영 출판국장의 문제 칼럼 전문이다.

***[송희영칼럼] 뒤집어져야 할 이 세상**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진보와 보수세력 간의 갈등을 이념적인 것으로 보는 시각이 팽배했다. 이런 해석은 진보쪽보다는 보수쪽 사람들에게서 훨씬 강했다. 일부 보수 인사들은 노골적으로 ‘김정일 추종자’라는 표현으로 공격했고, 총선 후에는 마치 좌파정권이 들어선 듯한 해석도 적지 않았다.

***'左向左' 정권 해석의 허점 **

그러나 새로운 집권 세력의 등장을 이념적으로 온 나라가 좌향좌(左向左)했다고 해석하기에는 적지 않은 허점이 있다.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의 중심 인물 중 상당수가 학창시절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에 빠졌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 중 다수는 사회주의 국가들의 몰락과 함께, 그리고 한국 경제의 성장과 정치 민주화를 직접 만들고 겪으면서 어설픈 환상을 버렸다.

만약 이념적인 진보그룹에 정권이 넘어갔다는 보수쪽의 해석이 맞는다면, 다수의 국민들은 김정일의 1~2촌쯤 되는 세력에게 정권을 위탁해버린 셈이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를 동경하고 선망할 만큼 머리가 돌지 않았다.

적절한 계획경제와 시장경제 덕분에 찌든 가난에서 벗어났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회사와 상품을 몇 개씩 보유할 만큼 한국경제가 컸다는 사실을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이런 국민이 이념적 좌파정권을 선택했다고 볼 수는 없으며, 단지 대안(代案)세력을 선택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진보세력이 국정주도권을 쥐게 된 배경에는 이념적인 이유보다는 경제적인 이유가 진하게 깔려 있다. IMF외환위기 이후 지난 5년 사이 세계화 물결과 시장경제 정책 추진의 부작용으로 승자(勝者)가 모든 것을 챙겨가는 현상(winner-take-all)이 심화됐고, 그 과정에서 다수의 낙오자 그룹이 탄생하고 말았다. 특히 99년도 일시적인 호황국면후 다시 경기가 침체에 빠지자 명퇴자, 이태백, 비정규직 근로자, 신용불량자가 대량 생산됐다.

이 패배자 집단이야말로 ‘이 세상 한번 뒤집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다. 이것이 민주노동당의 간부가 ‘50년 묵은 불판’을 갈아야 한다고 판갈이 유세전을 펼친 논리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 전쟁터에서는 언제나 승자와 패자가 갈리지만, 지금 우리의 문제는 ‘소수의 승자’만이 살아남았고, 승자와 패자 간의 거리는 갈수록 멀어지고 있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재계에서는 삼성과 몇몇 그룹만 독주하고, 대학에서는 소수의 명문대학이 신입생과 편입생을 흡수해버리고 있다. 방송계에서 3개 지상파 방송사들과 케이블TV나 위성방송 채널들 간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져가고 있다.

***패자부활전의 기회줘야**

많은 분야에서 행복한 소수 바로 옆에 불행한 다수가 웅성거리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패배자 그룹은 승자를 향해 욕하고 저항한다. 학생을 빼앗기는 지방대에서는 은근히 서울대와 연·고대가 몰락하기를 기대하고, 갈수록 독자를 잃고 있는 소규모 신문사들은 대형 신문들이 무너지기만을 바란다.

그렇다고 “너희도 열심히 일해서 잘하면 될 거 아니냐”는 식의 설득이 먹혀드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이 참에 세상을 바꿔보자는 발상만이 날개를 펴고 있다.

이제 새로운 집권 세력에게는 4년의 시간이 주어졌다. 다음 선거 때까지 만약 이런 극단적인 쏠림 현상으로 패배자 그룹을 계속 양산하는 정책을 편다면 현재의 지지자들은 금방 저승사자로 변하고 말 것이다.

더구나 소수의 승자로부터 빼앗아 다수의 패배자들에게 나눠주는 정책을 선택한다면 격렬한 저항과 충돌을 겪게 될 것이다. 지난 5년간 누적된 낙오자 그룹에게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만들어주고, 모두가 승자가 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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