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반미 성지'로 급부상한 팔루자에서 최근 일주일새 6백명의 사망자와 1천2백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부상자 가운데 여자가 2백43명, 아이가 2백명인 것으로 밝혀졌다. '팔루자 학살'의 명백한 증거다.
이처럼 민간인 학살이 자행되자, 이라크인들 사이에서 "미군에 대한 공격은 정당하다"는 여론이 70%를 넘어설 정도로 반미감정이 이라크 전역을 휩쓸고 있으며, 이에 미군 통제하의 이라크 군경찰이 대거 이탈해 저항세력에 합류하는 등 미국의 통치기반이 빠르게 와해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각국 수뇌에게 전화를 걸어 이라크 전선의 유지를 호소하는 한편, 알-사드르 등의 이라크 저항세력을 완전소탕하겠다고 다짐했다.
***팔루자 민간인 6백명 사망. 여성-아이 4백40여명 부상**
한시적인 팔루자 휴전협정으로 인해 대규모 전투는 발생하지 않고 간헐적으로 교전만 발생하고 있지만, 지난 일주일간 팔루자에서는 미군의 격렬한 공격으로 이라크 민간인들 수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극심했던 사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이 11일(현지시간) 병원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한 보도바에 따르면, 지난 4일 미군의 팔루자 공격이후 최소한 6백명 이상의 이라크인이 지난주 미군 공격으로 사망했으며 1천2백명이 부상당했다. 휴전협정이 맺어진 11일에도 이라크인 11명이 숨지고 50명이 부상당했다.
팔루자 지역 병원관계자인 라파 하야드 알-이사위는 "이라크인 사망자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땅에 묻히기도 해 실제 사망자 숫자는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5개 국제 비정부기구(NGO)의 전언에 따르면, 부상자 1천2백명 가운데 최소한 여자도 2백43명에 이르렀으며 아이들도 2백명에 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군 대변인은 이같은 보도를 강력부인하며 "미군은 단지 전투원만 죽이도록 고도의 훈련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라크인 71%, 미군 등 연합군 공격에 찬성**
이처럼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자 이라크인들의 반미 감정도 빠르게 고조되고 있다.
미국 ABC방송 등의 현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라크 알-안바르 지방 주민들 가운데 71%는 "미군 등의 연합군을 공격해도 좋다"고 답했다. 또 "점령당국을 위해 일하고 있는 외국인에 대한 공격도 용서된다"고 생각하는 주민도 56%에 달했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반미 감정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조사로, 이는 미군 등의 연합군에 대한 공격은 이라크내 한줌밖에 안되는 과격단체 소행이라고 주장해온 미군측 주장의 허구성을 그대로 드러내주고 있다.
***이라크군 미군명령 거부, 이라크군경찰 20~25% 이탈**
팔루자 학살에 대한 이라크군의 반발도 거세다. 특히 이라크군은 팔루자를 공격하라는 미군의 명령을 거부, 미군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미군은 팔루자에서 미 해병대를 단계적으로 철수시키고 그 대신 이라크 경찰과 민방위군 병력을 배치하려 했으나, 새로 창설된 이라크군 4개 대대중 제2대대가 미 해병대의 팔루자 공격 지원 명령을 거부했다.
미군 장교들의 말을 인용한 워싱턴포스트의 10일 보도에 따르면, 미 해병대는 지난 5일 이 이라크군에 지원 명령을 내렸으나 이들 가운데 2대대 병력 6백20명이 팔루자로 가던 도중 일부 부대원이 바그다드에서 시아파 회교사원 인근에서 총격을 받자 바그다드 북쪽의 병영으로 회군한 뒤 미군측에게 "우리는 이라크 국민과 싸우러 입대한 게 아니다"라며 사실상 항명했다.
이에 대해 폴 이턴 미 육군 소장은 이번 사건을 '군사반란'으로 규정하지 않고 단순히 '지휘실패'로 규정하며 파장을 은폐하려 했으나, 최근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WP에 따르면 미군은 이미 이라크 보안군이 일부 지역에서 와해되고, 최근 수일동안 이라크 군대와 민병대, 경찰, 기타 보안군의 20~25%가 이탈하거나 저항세력에 가담해, 미군의 정권이양 계획에 치명타를 입히고 있다.
***美 부시, 알-사드르 공격 다짐, 미군 증파 시사**
이처럼 이라크 정세는 '민중 봉기'로 완전히 자리매김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은 이번 항쟁을 소수그룹의 반란으로 규정한 뒤 이들을 완전타도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10일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오는 6월30일 주권이양계획을 재차 확인한 뒤 "일부 소수 그룹이 이라크의 민주화를 좌절시켜 권력을 잡으려 하고 있다"고 알-사드르를 지명해 강력 비난했다.
부시는 알-사드르에 대해 "존경받던 시아파 성직자 살해혐의로 수배된 과격파 알-사드르가 연합군에 대한 폭력을 선동했다"며 "이같은 민주주의의 적에 대처하기 위해 미군은 향후 수주간에 걸쳐 공세를 계속하겠다"며 미군의 대대적 공세를 예고했다.
그는 이어 11일 텍사스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존 아비자이드 이라크 중부 사령관과 최근 4,5일 동안 2차례 협의했다"며 "그가 보다 많은 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요청하면 된다"고 말해, 필요시 바로 추가파병을 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다급한 부시, 동맹국 단속하면서도 "지난주 힘든 한 주"토로**
하지만 이같은 큰 소리에도 불구하고 부시는 내심 대단히 당혹해 하고 있음을 곳곳에서 드러냈다.
부시는 9일 텍사스 크로포드 목장에서 이탈리아의 실리보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폴란드 알렉산드르 크바스니예프스키 대통령, 엘살바도르의 프란시스코 플로레스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이라크전에 관한 변함없는 협조를 요청했다.
스콧 맥클렐런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통화와 관련해 "부시 대통령과 각국 수뇌가 자유롭고 민주적인 이라크를 실현해, 폭력적 행동으로 권력이양을 방해하려고 하는 과격파들에 대처하기로 한 결의를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부시는 11일 최근 이라크 사태로 인한 심적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포트 후드기지를 방문해 이라크에서 후송된 부상 미군 장병을 위문하러 가는 도중에 "지난주는 힘든 한주였다"고 토로한 뒤 "매일 희생자가 적게 나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 저항세력과 미군, 팔루자 전투 휴전 12일까지 연장**
한편 미군과 저항세력은 11일 미군의 팔루자 봉쇄 공격 중단과 관련해 협상을 벌여 휴전 기간을 12시간 연장키로 함으로써 12일 오전(현지시간)에도 휴전이 이어졌다.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 위원인 하심 알-하사니는 "팔루자 봉쇄공격을 중단시키기 위한 협상이 12일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비공식적인 휴전이 자정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고 아랍 위성 방송인 알자지라가 11일 보도했다.
알-하사니는 "팔루자 전투를 영구적으로 완전히 중지기키기 위한 협상을 이어가기 위해 우리가 다시 팔루자로 돌아올 때인 12일 오전까지 전투를 멈추기로 합의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에 앞서 AFP 통신에 따르면 미군과 팔루자 저항세력간 휴전 협상에 중재자로 참여하고 있는 이라크 이슬람당 고위 간부인 하템 알-후세이니는 11일 협상 이후 바그다드로 돌아와 연합군 관리들에게 "양측이 11일 오전 10시부터 12시간 동안 휴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휴전 중에도 간헐적 교전 이어져**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헐적인 전투는 계속돼 양측간 사상자가 속출했다. 미해병대에 따르면 양측간 교전으로 11일 미군 2명이 부상당했으며 이라크인 한 명이 죽었다.
이번 교전은 휴전이 발표된 지 2시간 만에 발생한 것으로 미군측은 "로켓 추진 수류탄으로 무장한 이라크인을 죽였다"며 "저항세력이 휴전 협상 합의 사항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보도했다.
이에 대해 수니파 저항세력인 알-부자히딘 지도자인 아부 무아즈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휴전협정을 지켰다"며 "적들이 합의사항을 깬다면 우리는 폭력적으로 응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아파 3일간 휴전 선언 불구, 이라크 각지서 교전 이어져**
한편 이라크 남부에서는 시아파가 아르비엔야 종교행사를 맞아 3일간의 휴전을 선언했다. 무크타나 알-사드르를 추종하고 있는 마흐디 민병대는 10일 카르발라에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12일 자정(현지시간)까지 군사행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수십만명의 시아파 교도들이 몰려들고 있는 카르발라에서는 연합군과 시아파간 충돌 가능성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런 휴전제안에도 불구하고 11일 바그다드 서부에서는 미군 아파치 공격용 헬기가 격추돼 승무원 2명이 숨졌다고 미군이 밝혔다. 바그다드 서부에서는 3일째 양측간 치열한 교전이 발생했다.
또 바그다드 북부 바쿠바에서도 미니버스에 저항세력이 타고 있다고 오인한 미군과 이라크 준군사조직의 발포로 이라크 민간인 1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당했다. 한편 미군 대변인은 이번 사건에 대해 아는바 없다고 부인했다.
미군이 주둔중인 바그다드 그린존에서도 이날 7차례에 걸쳐 폭발음이 들렸으며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보도했다.
발라드에서도 미 공군기지가 박격포 공격을 받아 미군 병사 1명이 숨지고 북부의 알-아자미야에서도 미군과 저항세력이 치열한 교전을 벌였다. 또 이라크 남부 바스라에서는 영국군 사령부가 10일 밤에 박격포 공격을 받았다.
미군은 또 11일 지난 이틀통안 이라크 전역에서 미군 8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9일에는 바그다드에서 4명의 기계화사단 병사가 2건의 공격으로 사망했으며 티크리트에서도 제1보병사단 병사 한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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