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이라크에서 미군이 종전선언후 최초로 전투기를 동원, 수니파가 저항하고 있던 이슬람 사원을 폭격해 최소한 45명의 이라크인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완전한 '제2 전쟁' 국면에 접어들었다. 궁지에 몰린 미군이 결국 이라크인들의 성지인 종교사원까지 폭격함에 따라 일반이라크인들까지 봉기에 가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다른 전선인 이라크 남부 시아파와의 전투도 확대돼, 시아파 민병대와 미군간 전투가 4일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 남부 주요 도시 중 시아파 저항세력에 접수된 도시가 속속 늘어가고 있다.
또 바쿠바 등 새로운 도시들에서도 무장 봉기에 따른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으며, 이는 오는 9일 바그다드 함락 1주년을 맞이해 더 격렬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아랍의 무장저항세력들은 오는 10일 부활절에 전세계 곳곳에서 많은 신자들이 집결하는 것을 대상으로, 동시다발적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는 첩보도 속속 입수돼 세계를 바짝 긴장케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이라크 각 계파간 주도권 쟁탈전"이라며 파병 강행방침을 밝힌 한국 국방부 김장수 합참작전본부장의 7일 주장과는 달리, 이라크 전역이 완전히 전쟁지대화하고 있는 중차대한 국면이다.
***美, F-16 전투기 이용 팔루자 이슬람 사원 폭격**
알자지라, AP통신 등 주요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 서부 팔루자에서는 3일째 미 해병대와 저항세력간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군은 7일(현지시간) 코브라 공격용 헬리콥터와 F-16 전투기를 동원, 이슬람 사원에 미사일 공격을 퍼붓고 5백파운드의 폭탄으로 쏟아부었다.
미군의 공격을 받은 압델-아지즈 알-사마라이 사원은 수니파를 대표하는 그룹인 이슬람학자협회 소속의 사원으로, 미군측은 "저항세력이 이 사원을 군사기지로 사용하고 있다"며 이번 공격을 정당화했다.
미군은 또 "이번 공격으로 사원의 담장만 부쉈을 뿐이고 민간인 사망자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목격자들에 따르면 민간인 피해가 엄청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저녁에 예배를 보고 있던 신자들 가운데 최소한 45명이 이번 융단폭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군 폭격 및 공격으로 한가족 25명이 몰살당하기도" **
미군 폭격과 공격에 따른 사망자 수자와 관련해 아랍 위성방송인 알-자지라는 병원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7일 하루 동안 "적어도 45명이 숨지고 90명이 부상당했다"며 "6일 숨진 53명 가운데 25명은 모두 한 가족이 몰살당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현장에 나가있던 알자지라 방송 기자는 "지난 24시간 동안 여자와 아이들을 포함해 2백명 이상이 부상당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군이 F-16 전투기와 무장헬리콥터, 탱크 등을 이용해 공격했다"며 "미군은 여전히 도시 중심부에는 들어오지 못하고 외곽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라고 전해, 미군이 자신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민간인들을 대량살상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알자지라는 또 "급증하는 사상자가 병원이 대처할 능력을 넘어서는 등 상황이 점차 더 악화되고 있다"며 "약 30만명에 이르는 팔루자 거주 시민들은 아랍세계 지도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고 팔루자 주민들의 공포를 전했다.
이와 관련해 미 해병대 에릭 넵 대변인은 "팔루자를 공격하고 있는 미군은 6일 밤이후 현재까지 이라크인 저항세력 30명이상을 사살했고 51명을 생포했다"며 민간인 피해는 전무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 미군측 피해도 늘어나, 5일 이후 팔루자와 라마디에서 사망한 해병대 수는 15명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남부 저항세력 도시 속속 점령, 무장봉기 이라크 북부로도 확대**
팔루자에서의 수니파와의 전선뿐만이 아니라, 이날에도 이라크 남부에서는 시아파와 연합군간 격렬한 전투가 4일째 이어졌다.
특히 이날 민중봉기는 이라크 전역으로 더욱 확산돼, 이라크인들의 무장봉기가 일어난 도시 목록에 새로이 바그다드 북부의 주요도시인 바쿠바와 키르쿠크도 추가돼 전선이 이라크 북부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라크 북부 키르쿠크에서는 격렬한 전투가 벌어져 8명의 이라크인이 숨지고 10명이 부상당했으며, 바쿠바에서도 미군과 알-사드르측 민병대 간에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 민병대는 미군 헬리콥터를 격추시키기도 했으나 미군조종사는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우크라이나군, 민병대에 밀려 퇴각하고 점령되는 도시 속속 늘어**
전투가 치열해지면서, 퇴각하는 연합군도 출현하기 시작했다.
바그다드 남부 도시 쿠트를 책임지고 있던 우크라이나군은 시아파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아 쿠트에서 퇴각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날 전투로 12명의 이라크인이 사망하기도 했으나 우크라이나군은 약 20명의 연합군 관리들과 함께 쿠트에서 철수했다. 이에 따라 알-사드르 민병대원들은 우크라이나군 기지를 점령하고 무기를 접수하고 곡식 저장고에는 알-사드르 깃발을 꼽기도 했다.
또한 이라크 남부에서는 시아파 민병대에 의해 점령된 도시들은 점차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쿠트 이외에도 시아파의 알-마흐디군은 시아파 성지인 쿠파와 카르발라, 나자프 등지에서 사실상의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이라크 경찰은 이들이 자유로이 돌아다니는 것을 전혀 저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물론 카르발라에 주둔중인 폴란드군과 알-마흐디군은 이 과정에서 충돌을 빚기도 했다.
***시아파-수니파 연합전선 점차 뚜렷해져**
강경 시아파와 수니파간의 연합전선도 빠르게 구축되고 있다.
수니파 지역인 라마디에서는 알-사드르의 초상화가 수니파 사원과 정부 건물에 걸리기도 했다. 북부지역인 모술과 라사드에서도 알-사드르를 지지하는 시민들의 행진이 이어지기도 했다.
인명피해도 급증해, AP통신 집계바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현재까지의 사망자 수는 미군 34명, 연합군 2명, 이라크인 2백30여명 이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라크인 사망자수에는 이날 발생한 사원에서의 사망자수는 포함되지 않은 것이라 실제로는 3백여명에까지 이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날 바그다드와 바그다드 북부 수니트라이앵글 지역인 발라드에서도 저항세력의 공격으로 미군 2명이 사망했다.
***美, "이라크 공격 소규모", 알-사드르, "이라크, 제2의 베트남" **
미국 정부는 사태의 조기진화에 애쓰는 모습이나 백약이 무효다.
이날만 해도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리처드 마이어스 미 합참의장과 공동으로 미 국방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고 1만명으로 추정되는 알-사드르의 병력 규모를 묵살하며 "이번 전투에 연루된 이라크인들은 상대적으로 소규모"라며 주장했다.
마크 커미트 이라크주둔 미군 대변인도 이날 "미군이 과격 시아파 성직자인 알-사드르가 이끄는 민병대 알-마흐디군을 분쇄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럼즈펠드 장관은 현 상황의 위급성을 인정해 앞뒤 모순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미군과 연합군, 자유 이라크군은 테러리스트들과의 전투를 벌이고 있다"며 "우리는 이라크에서의 의지에 대한 테스트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맞서 반미전을 주도하고 있는 알-사드르는 나자프에서 성명을 통해 "이라크는 미국을 위한 '또 다른 베트남'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오는 9일 바그다드함락 1주년 맞아 대규모 공격 가능성**
미국측은 "알-사드르 공격은 소규모"라고 말하고 알-사드르는 "또다른 베트남이 될 것"이라고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AFP통신이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르 델라 세라'를 인용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라크 시아파 무장세력은 오는 9일 성 금요일(예수의 수난일)을 기해 연합군에 동시다발적 공격을 준비중이라고 보도했다.
시아파 무장세력은 바그다드 함락,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 1주년이기도 한 이날을 기념해 연합군에 로켓포와 차량폭탄까지는 사용하는 동시다발적 공격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언인 것이다.
이같은 분석은 이탈리아 군 정보기관인 SISMI를 통해 나온 것으로 SISMI는 이라크의 외국 민간인들 특히, 비정부기구 요원으로 활동중인 민간인들이 무장세력의 납치 목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문은 또 이란이 시아파 과격 성직자인 알 사드르가 이끄는 민병대가 주도하는 폭동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라크가 알 사드르에게 재정지원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 제기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10일 부활절을 맞아 세계 곳곳에서 신자들이 대규모 집회를 갖는 것을 계기로 아랍 무장저항세력들의 동시다발적 테러공세도 예상하고 있어, 금주말이 이라크전 전면화의 또다른 주요 고비가 될 전망이다.
이라크에서 타오른 저항의 불길이 전세계를 초긴장케 하고 있는 국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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