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철군 도미노’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스페인의 철군 방침에 이어 온두라스 등의 중남미 국가들이 철군을 공언한 데 이어 이번에는 이라크에서 사단 사령부를 맡고 있는 등 미국 주도 이라크전의 주요 동맹국 가운데 하나인 폴란드가 “WMD 문제에 대해 속았다”며 이라크에서의 조기철군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폴란드 대통령, “WMD정보에 속아”-“당초 예정보다 빠른 2005년초 철군가능”**
알렉산드르 크바스니예프스키 폴란드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프랑스 기자들과의 회견에서 “우리는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정보에 대해 오도됐다”고 말했다고 AP,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크바스니예프스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폴란드내에서는 WMD 관련 정보에 대해 처음으로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폴란드는 현재 2천4백명의 병력을 이라크에 파병한 상태이며 최근 철군을 선언한 스페인군을 포함, 약 9천5백명의 다국적군 사단 사령부를 지휘하고 있는 등 미군 주도 이라크전에 적극 지지해 왔다.
크바스니예프스키 대통령은 또 RMF.FM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폴란드군은 내년초에 이라크에서의 철수를 시작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의 안정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후에 이라크에서의 철군은 가능할 것”이라며 “내 판단에 따르면 그 시기는 2005년초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러한 철군 시기는 당초 폴란드가 밝혀왔던 철군시기보다 수개월 빠른 것이다. 폴란드 정부 관계자들은 철군 시기를 2005년 중반경이 될 것이라고 밝혀왔다.
그는 또 “폴란드는 최근 테러공격을 당한 스페인과 마찬가지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테러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테러리즘은 마찬가지로 무력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세계 각국 잇따른 철군 발표**
이날 폴란드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각국의 '철군 도미노'와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미국을 크게 당혹케 하고 있다. 스페인의 경우 파병을 결정한 집권당이 총선에서 패배하면서 새로 집권한 사회노동당 정부는 오는 6월말까지 이라크에서 스페인군 철군을 시작하겠다고 밝혔으며, 그 뒤를 이어 중남미의 온두라스도 철군을 공식선언했다.
또다른 중남미 국가인 엘살바도르도 오는 21일 총선 결과에 따라서는 철군할 가능성이 높으며 니카라과는 병력을 대체할 여유가 없다고 밝혀 철군 의사를 시사한 바 있다. 아울러 도미니카는 일찍이 지난해에 철군을 결정했다.
세계 각국으로 이라크파병에 따른 테러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오사마 빈 라덴으로부터 스페인과 함께 테러경고를 받은 바 있는 폴란드로서는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테러 표적화에 불안, 재건지분에 대한 불만도, “너무 친미적이었다”**
또한 크바스니예프스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 크게 영향받은 것이기도 하다.
폴란드에서 지난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42%의 국민만이 이라크전을 지지하고 53%는 반대한 것으로 나왔다. 지난해 11월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폴란드 국민 가운데 75% 가량은 이라크의 참전으로 폴란드가 테러리스트들의 공격표적이 되는데 대해 불안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AP 통신은 이와 함께 이날 크바스니예프스키 대통령이 WMD 문제를 거론하며 조기철군을 시사하는 발언을 배경과 관련, 이는 이라크에 파병했음에도 폴란드를 홀대해온 미국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AP는 “폴란드는 미군 주도의 이라크전을 적극 지지했지만 이러한 모습이 이라크에 재건활동 지분을 얻는 것으로 연결되지도 못했고 폴란드인들이 미국 비자를 얻는 데도 미국이 협조하지 않고 있는 데 따른 폴란드인들의 불만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폴란드에서는 “EU에 가입하기에 앞서 지금까지 너무 필요한 균형을 잃어왔다”며 “너무 친미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폴란드 주간지인 <폴리티카 위클리>의 논평가로 활동하고 있는 제니나 패러다스카씨는 이와 관련해 “이제는 유럽인들간의 협조를 추진할 때이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황한 미국, 폴란드 강하게 압박, “폴란드, 흔들리고 있지 않아”**
이유를 불문하고 미국으로서는 최근 국제정세 움직임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가장 강력한 우방 가운데 하나라고 여기고 있는 폴란드의 WMD 의혹 제기와 조기철군움직임에 미국은 즉각 압박하고 나섰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폴란드가 미국 주도의 이라크 연합군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크바스니예프스키 대통령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무기 문제에 대해 논의했었다”며 “이들은 정당한 이유로 전쟁에 참전했다”고 강변했다.
애덤 에럴리 미 국무부 대변인도 “미국은 폴란드가 흔들리고 있다고 믿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에럴리 대변인은 “우리는 이라크에서의 임무에 대한 폴란드의 꾸준한 지원에 대해 어떠한 의심을 하고 있지 않다”며 폴란드의 조기철군 움직임에 대해 압박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같은 미국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참전국들은 대다수 짐을 꾸리기 시작한 분위기며, 당초 내달초 이라크에 3천명을 파병키로 한 한국도 최근 미국과의 협의과정에서 위험스러운 키르쿠크 대신 상대적으로 안전한 이라크 중부지역으로 파병을 원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미국은 국제사회서 고립무원의 처지가 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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