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6자회담이 막판 줄다리기를 거듭하며 회기가 연장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실무회의 신설과 공동발표문 발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접점을 찾았으나,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동결 대 보상’ 내용과 미국이 주장하고 있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CVID) 핵폐기' 문구 등 공동발표문에 실을 내용을 놓고 이견이 표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일 "평화목적 핵프로그램도 폐기해야"**
북한, 미국,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6개국은 26일 2차 6자회담의 둘째날 전체회의와 북-미간 2차 양자접촉이후 이날 저녁에는 차석대표간 회담을 가지며 막판 조율에 나섰다. 그 결과 북한은 핵동결을 제안하고 이에 따라 핵폐기 논의 과정에까지 들어갔다는 발표도 나왔고, 미국은 핵동결 상응조치로 한국 등의 북한 에너지 지원 방안을 이해한다는 수준까지 접근했다.
하지만 공동발표문에 실리는 '문구'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共同)통신이 27일 6자회담 당사국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은 26일 공동발표문 초안을 발표했으나 미국과 일본이 내용에 반대했다.
중국측이 26일 저녁 차석대표급 회담에서 제시한 공동발표문 초안에 따르면, 중국은 북한의 핵폐기와 관련해 “돌이킬 수 없고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의 핵무기 프로그램의 폐기”라고 언급했다. 또한 중국은 초안에 한반도 비핵화를 명시하는 동시에 북한의 핵동결에 따른 에너지 지원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당초 “검증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으며 완전한(CVID) 폐기"를 주장해 온 미국과 일본은 중국이 제시한 문구에서는 완전한 폐기에 대한 입장 표명이 없다는 점을 문제삼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미-일은 '핵무기 프로그램'뿐 아니라 평화목적의 핵 프로그램도 전면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며 이에 따라 중국측 초안은 "북한에 치우친 문서"라고 반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요미우리신문도 27일 일본 정부가 “북한의 핵폐기 내용이 모호한 그대로 보상이 선행되면 한미일 3국이 요구하고 있는 완전한 핵폐기가 실현되지 않는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 ‘완전한’ 폐기 요구에 반발**
이에 반해 북한도 '완전한'이란 미국측 요구에 대해 반발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방안은 북핵문제의 궁극적 해결을 위해선 필요하지만, ‘완전한’ 방식이란 북한으로선 핵 주권이 침해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완전한’ 방식에는 북한이 부인하고 있는 고농축우라늄(HEU) 핵프로그램 및 평화적 목적의 핵활동도 포함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럴 경우 현재 중단된 경수로 공사 등이 완전폐기될 수 있는만큼, 이에 대한 '명백한 보상'이 전제되지 않는 한 이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알렉산더 로슈코프 러시아 수석대표는 26일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 폐기를 준비한다고 표명한 반면 평화적인 목적의 핵활동은 유지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고 말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북한, 두 차례 기자회견 열고 미 비난**
이와 관련해 북한측은 26일 저녁 회담장인 댜오위타이 앞과 북한대사관 앞에서 두차례에 걸쳐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이 적대정책을 포기하면 핵무기를 폐기할 수 있다”며 “2차 6차 6자회담이 미국측의 강경한 입장 때문에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현학봉 북한 대표단 대변인은 회담 진행 상황을 이같이 밝히며 “미국은 우리들의 신축성있는 입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선핵포기를 고집하면서 평화적인 핵활동을 포함한 모든 계획을 포기한 후에야 우리들의 요구사항에 대해 말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해, 보상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되고 있다.
***북 "회담 지속 의지", 미 파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북한측의 이러한 강경발언에도 불구하고 회담이 결렬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그리 많지 않다.
현 대변인은 말미에 “이것 때문에 현재 문제해결의 돌파구가 열리지 않고 있다”며 “우리 조선 대표단은 문제해결을 위해 진지하게 노력할 것이다”라고 밝혀 회담에 임하는 자세를 재차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 나름대로 회담장에서 얽힌 문제를 풀기 위해 미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기자회견을 활용한 것이라는 분석을 하고 있다.
미국측도 동결 대 보상에서의 보상 내용과 고농축우라늄을 포함한 CVID식 문제 해결에 대한 이견이 여전히 보이고는 있지만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미국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상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이번 회담에 대해 “사태 해결의 가능성이 있으며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실무회의 신설엔 합의, 회기 연장 가능성**
요미우리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현재까지 공동발표문 내용에 대해서는 핵 동결과 폐기의 단계 등을 검토하는 실무회의 신설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문구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예상됐던 회담 마지막날인 27일에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오전 9시반부터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공동발표문 채택과 실무회의 신설 등을 기본으로 핵폐기 및 동결에 대한 보상 내용, 회담 정례화 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회담 일정과 관련해서는 아직 공식적인 발표는 없으나 일각에선 연장 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다.
일본 지지통신에 따르면 로슈코프 러시아 수석 대표는 26일 기자단에게 회기가 27일로 끝나지 않고 28일이후로 계속될 가능성이 있음을 밝혔다. 교도통신도 27일 미국 대표단의 말을 인용해 이번 회담 기간이 27일 이후 하루이틀 연장될 가능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같은 회담 연장설은 2차 6자회담이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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