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사령부와 유엔군사령부를 포함한 용산 미군기지가 이르면 오는 2007년 한강이남지역으로 완전히 이전, 1백22년간 지속된 외국군의 서울주둔 역사가 마감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30억~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이전 비용을 우리가 전액 부담키로 하고 이전비용 사용내역과 한국물품 우선 구입 요청을 미군측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군 전략 변화에 따른 이전이면서도 비용 전액 한국 부담**
차영구 국방부 정책실장과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를 단장으로 한 한미 양측은 16~17일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아시아태평양 안보연구센터에서 제6차 미래한미동맹 정책구상 회의를 열고 이르면 2007년 유엔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를 포함한 용산주둔 미군기지를 모두 한강이남으로 이전키로 합의하고 이전 비용도 모두 한국이 부담하기로 확정했다.
용산기지 이전 비용은 평택 땅 구입비, 건물 신축비 및 이사비용까지 포함해 최소 30억달러(3조6천억원)에서 최대 50억달러(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용산기지 이전 비용을 우리가 모두 부담키로 했으나 최대 6조원에 이르는 이전 비용을 우리가 모두 부담해야 하느냐는 근본적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용산기지 이전은 물론 우리가 먼저 제기했으나 미국측도 인정하고 있듯이 주한미군의 성격변화에 따른 이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세계에 배치돼 있는 미군들을 기동성과 정밀타격을 위주로 한 새로운 전략에 따라 재배치를 수립하고 있으며 주한미군의 오산 평택 이전도 이러한 방침에 따라 동북아지역군으로 전환하려는 미군의 군사전략에 따른 이전이기도 하다는 지적이다.
***국방부, 우리측 부담 타당성 강조만**
이전비용 전액부담에 대해 국방부측은 "현재의 소파 규정에는 기지 이전을 먼저 요구한 국가가 이전 비용을 부담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지난 90년 한미 합의 당시 한국쪽이 용산기지 이전비용을 부담한다는 것이 기본 전제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차 실장도 18일 귀국 후 기자들과 만나 "용산기지 이전은 국민 그리고 서울시민의 요구사항"이라며 "미측과의 회의에서 부담 내용은 처음부터 논의사항이 아니었다"며 우리측 부담의 타당성을 강조했다.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도 "모든 미군이 신속히 기동할 수 있도록 재배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용산기지 이전은 한국에도 매우 중요한 것이며 미군 재배치 문제와 연관되지 않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시민단체, "불평등 협상"**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이같은 방침에 거세게 비판하고 나섰다. 참여연대는 18일 논평을 통해 "용산기지 이전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강했던 만큼 완전이전 결정은 당연하지만 한국이 30억 달러에 달하는 이전 비용과 3백20만평에 달하는 대체부지를 제공하도록 하는 등 결코 수용할 수 없는 결과물"이라며 협상 내용을 비판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도 이날 오전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택 이전은 주한미군을 동북아지역군으로 전환하려는 미국 군사전략에 따른 것"이라며 "이번 협상은 한국이 이전 비용 전액을 부담하고 대규모의 대체부지를 제공하는 불평등 협상"이라고 강조했다.
***美, 비용집행내역 확인요청 및 한국물품 우선구입요청 거부**
이전 비용의 한국측 전액 부담이외에도 미국쪽이 이전 비용 집행 내역에 대한 우리 정부의 확인 요청 및 한국물품 우선 구입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이 또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한국측은 용산기지 이전 협상을 완전 타결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미측이 비용 집행 내역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주장함에 따라 지난 90년 체결된 합의각서(MOA)와 양해각서(MOU)를 대체할 기본합의서(포괄협정) 및 이행합의서를 작성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이와 관련 미측은 또 미군시설 등에 쓰이는 각종 부품이나 물건을 한국에서 구입할 수 있을 경우 현지에서 조달하도록 하자는 한국 쪽 제의도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회담 막판에 이전비용 집행에 대한 통제권을 요구하고 미군시설을 턴키 방식으로 지어주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미국쪽은 이에 대해 "뒤늦게 딴소리한다"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한미군 시설 건립에 우리가 돈을 내고서도 사용내역을 확인하지 못하는 이같은 상황에 대해 일반 국민들이 납득할 지는 의문이다. 전액 부담을 약속하고서도 실질적인 실익을 전혀 얻지 못한다면 한미 관계에 또다른 불평등 독소조항을 남겼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하승창 사무처장은 "이전 비용이 얼마나 들지 알 수 없는데다 미국이 요구하면 비용을 대주더라도 그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세부사항들이 정상적이지 못한 협상"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국방부는 이번 이전협상에서 1990년 체결된 합의각서와 양해각서 가운데 한국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독소조항으로 주한미군 고용원의 청구권을 삭제했으므로 기지이전에 따른 일자리 상실로 발생한 손실을 한국이 보상하지 않아도 되고 주한미군의 이사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한국이 현금으로 제공키로 했던 종전 조항을 고쳐 한국이 용역업체를 선정해 터무니없는 현금 요구 가능성을 차단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준보다 훨씬 엄격한 미군 건축기준을 충족하는 시설을 미군에 제공한다는 내용 등 30여가지 불평등 조약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도 문제점으로 대두될 예정이다.
***재원조달 관련 ,국방부-서울시 대립**
이밖에 재원 조달도 문제점으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전 비용을 국방부 예산으로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라 국방부측은 공원용지인 용산기지를 민간에게 상업용지로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정부와 서울시가 약속해온 용산기지 땅 민족공원 활용 계획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
이와 관련 이명박 서울시장은 18일 김순직 대변인을 통해 "1백20년만에 되돌아 온 용산 미군기지는 7천만 모든 민족의 입장에서도 민족의 주체성을 찾을 수 있는 사업으로 국립공원을 지정,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따라서 서울시는 중앙정부에 국립공원으로 지정해줄 것을 건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서울시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국방부가 당초 생각했던 이전비용 충당은 물건너갈 공산이 크다.
이러한 비용 문제 이외에도 용산기지 이전 문제가 완전 이행되기 위해서는 한나라당 중심의 이전 반대 움직임과 평택 지역의 반대 민심도 달래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어 앞으로 좀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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