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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들, '마스크' 없이 탱크에서 질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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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들, '마스크' 없이 탱크에서 질식사

[언론 네트워크] 시민단체 "일 터지면 그때뿐...전수조사·대책마련해야"

8년만에 열린 수산물 폐기물 지하탱크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 4명이 숨졌다. 2016년 경북 고령(제지공장 원료탱크)→2017년 군위(돼지 축사)에 이어 이번 영덕에서도 이주노동자에게 보호막은 없었다.

영덕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0일 영덕군 축산면 축산리 오징어젓갈가공업체 지하 3m 수산물 페기물 탱크 청소를 하던 중 태국 이주노동자 A(27), B(33), C(41)씨와 베트남 이주노동자 D(52)씨 등 모두 4명이 이날 오후 2시 30분 탱크 안에서 쓰러졌다. 청소 작업을 위해 가장 먼저 들어간 노동자가 탱크 안에서 쓰러지자 나머지 노동자들이 그를 구하기 위해 차례로 탱크에 들어갔고 곧바로 모두 쓰러졌다. 이후 해당 업체 대표 신고로 119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지만 B씨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은 현장에서 숨졌다. 안동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던 태국 이주노동자 B씨도 11일 새벽 1시쯤 사망했다.

경찰과 소방본부에 확인한 결과, 해당 업체는 8년만에 탱크를 청소하기 위해 이주노동자들을 지하로 내려보냈다. 탱크는 오징어 젓갈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폐수를 처리하는 곳으로 어류 부산물에서 암모니아를 포함한 인체에 해로운 각종 유독가스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체는 방독면과 같은 마스크를 비롯해 어떤 보호장비도 없이 이주노동자들에게 청소 작업을 지시했다. 그 결과 전원이 숨지는 참변이 발생했다. 정확한 사인은 조사 중에 있지만 소방당국은 질식사로 추정하고 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11일 포항지역 수산물 가공제조업체에 경보 발령을 내리고, 해당 업체 등 수산물업체 160여곳에 대해 오는 20일까지 전면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고위험 사업장을 파악해 산소농도를 측정하고 위험한 곳은 출입금지시킨다. 또 노동청, 안전보건공단, 경찰은 지역산업재해수습본부를 설치해 사고 원인 파악을 위한 합동조사에 나선다.

박태홍 대구노동청 산재예방지도과 과장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 곳까지 합치면 질식위험 밀폐공간 업장 숫자는 정말 많을 것"이라며 "그에 비해 감독관 숫자는 적어서 점검을 다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 점검과 예방 교육을 강화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잇단 이주노동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정부와 지자체 대응이 안일하다고 비판했다. 일이 터지면 그때뿐 근본 대책이 없다는 지적이다. 노동청이 매년 7~8월 질식위험 사업장 점검을 하지만 적은 수의 감독관으로 일부 사업장만 조사해 한계가 있는 탓이다. 이를 보강하기 위해 시민단체는 3년 전 고령 탱크 사망 사고 당시 유독가스 발생 업체 전수조사, 사업자 안전교육, 처벌 강화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사이 축사·탱크·화학저장고·맨홀에서 잔혹사는 끊이지 않고 있다.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는 영덕 사고 유가족들을 만나 해당 업체와 대구노동청을 상대로 공동 대응할 방침이다. 최선희 집행위원장은 "보호장비도, 대책도 없이 이주노동자들을 죽음의 현장으로 내몰고 있다"며 "이대로면 사고는 또 터진다. 전수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영덕군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영덕아산병원 장례식장에 합동분향소 설치했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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