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중요한 것은 설사 세종시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친이-친박 갈등구조 자체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는 사실이다. 세종시는 친이-친박 갈등구조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는 것이고 따라서 세종시가 해결되더라도 그 자리에 무언가 다른 문제가 들어서면서 친이-친박 갈등구조는 확대증폭되어 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이 필자로 하여금 '박근혜 현상'에 주목하게 하였다. 변수를 넘어 상수로, 그리고 일종의 '현상'으로까지 해석되는 박근혜 힘의 비밀은 무엇인가? 박근혜 대표의 비서실장으로 그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이성헌 의원과의 만남은 필자에게는 '박근혜 현상'에 도전하는 지적탐구의 탐색전과 같은 의미가 있었다.
▲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 ⓒ프레시안(김하영) |
"박근혜는 'MB 잘되기 위해 최대한 비켜서 있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간에는 철학적 차이가 가로놓여 있는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과 박근혜 전 대표의 리더십 스타일은 상당히 다르다. 이 대통령은 경제 현장에서 일을 해 와서 성과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대신 과정을 건너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면에 박 전 대표는 과정과 원칙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박 전 대표가 매우 권위적이고 강압적이라는 비판이 있다."
"아전인수다. 세종시 문제는 2005년에 수도 없이 토론을 해 당론을 정했다. 그런 것을 수정안으로 딱 정해놓고 의총을 하겠다고 하면 의미있는 토론이되겠나. 그런 비합리적인 부분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박 전 대표가 토론을 막았다고만 한다. 앞 뒤가 맞지 않는다. '독선적'인 박 전 대표 때문에 의원들이 휘둘린다고 하는데 박 전 대표가 수정안에 반대한다고 수정안에 반대하는 다른 의원들이 토론을 하면 그것이 박 전 대표의 독선이 반영된 결과인가? 그런 식으로 몰아붙이면 안된다."
"박 전 대표는 접근 자체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의원들이 '식사하고 싶다'고 하면 한 번도 거절한 적이 없다. 이런 말씀을 한 적이 있다.
'대통령 선거에 나갔다 낙선한 사람들을 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영국으로 가서 한동안 한국에 안 들어왔다. 정동영 의원도 미국에 갔다왔다. 그런데 나는 경선 떨어지고도 계속 국내에서 정치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처신하면 좋은지 참으로 어렵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를 꾸려나가고 있는데 이 분이 잘되게 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비켜서 있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 만나는 것도 자제하고 절제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그만큼 자제하고 있다. 불필요한 조기 경쟁을 촉발시킨다는 오해를 받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행보가 그랬다. 박 전 대표는 사회 이슈별로 정책 전문가, 사회 원로들을 만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지만 그런 만남도 조용하게 하고 있다. 여러 사람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그러시는 것이다. 학교, 사회단체에서 강연 요청 등이 엄청나게 들어오지만 전혀 안한다. 박 전 대표인들 왜 응하고 싶지 않겠나. 그런 걸 다 꾹 눌러 참고 있는거다. 지방선거 끝나고 나면 좀 더 활발하게 활동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는 극도로 자제해 왔다.
"박근혜가 정말로 마음에 상처를 받는 것이 '배신'"
▲ "이 대통령은 성과를 중시하는대신 과정을 건너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면 박근혜 전 대표는 과정과 원칙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프레시안(김하영) |
"여론 조사는 올라갈 수도 있고 내려갈 수도 있다.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1월 11일에 발표하고 2월 구정이 지나면 수정안이 대세가 돼 판이 정리될 것처럼 말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수정안과 원안이 거의 비슷한 지지율로 가고 있다. 국민들이 그만큼 냉정하고 현명하다. 국민들은 지금 피곤해하고 있다. '이제 그만하라'는 메시지가 계속 나오고 있다. 그런 분위기에서 '누구를 지지하느냐'고 물으면 어느 쪽에든 좋은 점수를 주지는 않을 것이다. 둘째로 시간이 갈수록 세종시 문제가 국토 균형 발전의 문제가 아니라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사이의 갈등 구조로 비화되고 있다. 어떤 의원은 입에 담을 수 없는 상소리까지 했다. 이렇게 되면 국민들의 실망하고 그 실망감이 수치에 반영돼 나온다."
"'막말'파동을 보면서 한나라당 지지자들 중에서 분당을 걱정하는 사람들이많이 생긴 것 같다."
"한나라당 사람들은 당의 역사를 돌아봐야 한다. 지금은 집권당이 돼 배가 부를지 모르지만 천막당사 시절을 잊어서는 안된다. 한나라당이 말 그대로 다 스러져가고 소멸돼 갈 때 온몸을 던져 국민에게 호소하고 눈물을 흘렸던 사람들 때문에 한나라당이 다시 살아난 것이다. 당 내부에서 견해가 다르다고 분당할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정말로 잘못하는 것이다. 저는 어떤 경우에도 분당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선때 나왔던 '박근혜 불가론'이 지금도 거론되는 것 같다."
"국민이 선택할 일이다. 국민과 당원이 결정할 일이다. 몇몇 힘 있는 사람들이 '안 된다'고 하는 것을 두려워할 일은 아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원칙론'에 대해 공감을 못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세종시 문제를 두고 표를 의식해서 박 전 대표가 저렇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는 분들이 많은데, 표를 의식했다면, 앞으로 (대선) 경선도 해야하고 보수 세력의 지지가 누구보다도 필요한 사람인데, 이렇게 끝까지 갈 수 있겠나. 표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신뢰를 상실했을 때 당이 받을 타격이 너무 크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기 때문에 어떤 불이익을 받더라도 감내하겠다는 각오로 세종시 원안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이해해줬으면 좋겠다.박 전 대표가 '사람이 고통스러울 때 얼마나 고통스러운 느낌을 표현할 수 있겠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이런 표현을 쓰기는 좀 그렇지만, 박 전 대표는 부모 두 분을 다 흉탄에 잃었다. 세상에 그런 경험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그 때의 고통이 '살가죽이 타들어오는' 것 같았다고 말하더라. 그런 상황에서 정말로 마음에 상처를 받는 일이 '배신'이라는 것이다. 배신은 '신의를 저버린다'는 말이다. 박 전 대표가 '신의와 신뢰'를 강조하는 것은 박 전 대표의 삶 자체와 관련된 것이다."
"박근혜-김무성, 정치 풀어가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
'친박계 좌장'으로 불리던 김무성 의원은 정치 역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한도 많이 쌓였을 것이다. 지난해에는 친이-친박 두 계파가 추대하는 원내대표가 될 수도 있었지만 박근혜 전 대표의 반대로 좌절됐다. 김 의원은 매우 답답했을 것이다. 정치인에게 장이 만들어졌는데도 뛸 수 없는 것처럼 답답한 상황은 흔치 않다. '세종시 절충'으로 입장을 정리한 배경에는 이 같은 저간의 사정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이 의원의 설명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무성 의원과는 인연이 오래되지 않았나?"
"85년도에 정치에 입문하고 나서부터 같이 일했다. 김무성 의원은 비서라는 직함을 갖지는 않았지만 상도동계 핵심으로 일해왔다."
"김 의원이 국회 입성이 늦었다. 굉장히 운이 없는 사람이라는 얘기도 많았다."
"김 의원이 당에 기여한 것에 비하면 공천이 늦었다. 국회의원 선수로 보면 두 번 정도는 더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경험이 풍부한 분이다."
"김 의원의 이번 행보를 해석한다면?"
▲ "김무성 의원 본인은 정치적인 경험이 많으니까 박 전 대표에게 많은 조언을 해주고 싶은데, 중요한 사안에 있어서 박 전 대표는 보는 시야가 좀 다른 것 같다" ⓒ프레시안(김하영) |
경선 때 캠프 내부에 두 가지 기류가 있었다. 김 의원처럼 어릴 때부터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어온 정치인들이 한 축이었고 또 한축은 고시를 통해 행정 공무원을 하면서 잔뼈가 굵은 분들이었다. 허태열 최고위원, 유정복 의원 등이 그런 케이스다. 당시 캠프 꾸리는 시기와 관련해 김무성 의원이 '조기 대비'를 주장했지만 다른 분들은 '속도 조절'을 주장했다. 그 때 박 전 대표가 '속도조절' 쪽으로 갔다. 그 때 느꼈다. 정치를 풀어내는 방식에서 확실히 차이가 있다고."
"지금도 그 차이가 있나?"
"지금도 있다. 김무성 의원이 원내대표 제안을 받았을 때 김 의원은 스스로 '계파 문제를 해결해 매끄럽게 갈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박 전 대표는 "재보선 패배는 이 대통령의 '일방 통행식' 국정운영 때문이었는데, 계파 문제 때문인 것으로 잘못 치환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거부했다. 그때 김 의원이 섭섭해 했다. 그런 일들이 쌓이면서 두 분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의 간극이 생긴 것 같다. 김무성 의원 본인은 정치적인 경험이 많으니까 박 전 대표에게 많은 조언을 해주고 싶은데, 중요한 사안에 있어서 박 전 대표는 보는 시야가 좀 다른 것 같다."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겠다. 김무성 의원은 아직 친박인가?"
"부부끼리도 서로 싸움도 하고, 화해도 하고 그러는데, 저는 적어도 김무성 의원이 생각하는 국가 운영의 방향과 박근혜 전 대표가 생각하는 국가 운영의 방향이 큰 틀에서 차이가 없다고 본다. 친박이다. 아니다 그런 얘기보다 두 분은 어떤 누구보다도 더 정치적 목표를 같이 하는 동지라고 생각한다."
"'친박에는 좌장이 없다'는 말을 박근혜 전 대표가 직접 했나?"
"내가 직접 들은 적은 없다."
"친박, 조직·홍보·정책 다 책임 있게 일할 수 있는 구조가 있다."
'친박계'는 실재한다. 그런데 친박계도 하나의 '조직'이라면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것일까? 박근혜 전 대표의 '조직 관리' 스타일을 물었다
"저도 사실 박근혜 전 대표와 일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 그분의 정치 철학이나 속마음을 다는 모른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는 박 대표가 눈물로 호소하며 모든 것을 직접 챙겼다. 지금도 누구를 대리인으로 세워놓고 조직을 관리하거나, 누군가를 시켜 일하는 방식을 선호하지는 않는 것 같다. 2007년에 경선 캠프를 운영할 때도 그랬다.
박 전 대표는 과거의 계보정치를 극복해야 할 첫 번째 과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과거의 계보 정치는 공천권과 돈을 가지고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박 전 대표가 돈이 있나 공천권을 마음대로 행사하나? 본인이 과거식 계보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니까 좌장이나 밑에 뭐가 줄줄 있는 그런 조직 구성을 선호하지 않는다.
계보란 눈에 안 보이는 울타리다. 안에 들어있는 사람은 식구고, 밖에 사람은 관중이나 대상이 된다. 이것은 옳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경선 끝나고 2년이 넘었지만 친박계 모임이라고 해본 적이 없다. 물론 아무 체계도 없이 일하는 것은 아니다. 조직이면 조직, 홍보면 홍보, 정책이면 정책, 각 부분들은 다 책임 있게 일할 수 있는 구조가 있다."
"각 파트는 시스템을 갖춰 돌아가지만 '계보 정치' 수준의 관리는 아니다?"
"세종시 건만 하더라도 제가 방송에 인터뷰 하기 전에 사전에 지시를 받거나 컨펌을 받지 않는다 내부적으로 모여서 미리 수위를 맞춰 본 적도 없다. 비체계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일하는 데 큰 불편함이 없다."
"세종시 문제 해결 안되면 서울시 선거 힘들 것"
이 의원의 지역구는 서울시 서대문 갑이다. 여론조사에는 대부분의 현역 단체장들이 40%에서 50%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바꿔야 하느냐'고 물으면 오세훈 서울시장도 50% 이상의 교체 여론이 있다. 현역 프리미엄이 지지율에 포함돼 있는데다 교체 요구가 절반 이상이라고 보면 현역 단체장이라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선거 더 나아가 6.2 지방선거를 이 의원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 "여권의 일부 핵심인사들은 야당이 분열됐고, 중심을 못 잡고 있기 때문에 '안정론'이 '심판론'에 비해 높은 지지를 받을 것라고 상황을 다소 느긋하게 보고 있지만 선거 며칠 남겨놓고도 바뀌는 게 선거 여론이다. 쉬운 상황이 아니다" 고성국 박사와 이성헌 의원 ⓒ프레시안(김하영) |
"이번 지방 선거는 굉장히 힘들게 치러질 것이다. 세종시 문제가 빠른 시일 내에 해결이 안 되면, 특히 그렇다. 권력 중심부에 있는 분들 중에는 '세종시로 인해 수도권 지역에서 지지를 많이 받기 때문에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해석하는 분도 있는 것으로 들었다. 그러나 그건 선거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충청권 유권자가 500만 명이다. 타지에 나와 있는 충청도 분들까지 하면 700만 명이다. 서대문 갑 지역 유권자의 20%가 충청권 분들이다. 이 유권자가 한나라당에 등을 돌리면 어떤 상황에서도 승리하기 쉽지 않다. 최악의 상황으로 박 전 대표를 고립시키는 쪽으로 가는 일이 벌어진다면, 서울 지역에서만 박 전 대표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세력이 10% 이상 되는데, 그렇게 되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
"오세훈 시장의 '재선 가도'에도 영향을 크게 미칠까?"
"세종시 문제가 끝내 매듭이 안 풀린 채 선거를 치르게 되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 여권의 일부 핵심인사들은 야당이 분열됐고, 중심을 못 잡고 있기 때문에 '안정론'이 '심판론'에 비해 높은 지지를 받을 것라고 상황을 다소 느긋하게 보고 있지만 선거 며칠 남겨놓고도 바뀌는 게 선거 여론이다. 쉬운 상황이 아니다."
"서울시장 경선은 불가피할 것 같다. 일방적인 게임이 될까, 팽팽한 게임이 될까?"
"오세훈 시장과 원희룡, 나경원, 김충환 의원 등이 나오고 있지만 경선 구조를 보면 여론조사 비중이 크기 때문에 프리미엄을 갖고 있는 현직을 극복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여론조사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2007년 대선 경선도 여론조사에서 확연히 갈렸었다. 여론 조사를 당내 경선에 적용하는 것에 대한 근본적 비판도 있는 것 같은데?"
"굉장히 비합리적인 방식이다. 당 대표를 뽑고 당의 후보를 뽑는데 그 사람이 어느 당 소속인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하는 것은 불합리한 제도다. 미국에서 선거 전문가들과 얘기를 하는데 그 사람들이 웃더라. 어떻게 당내에서 후보를 뽑는데 여론조사로 뽑느냐고. 2007년 대통령 경선의 경우 한 사람의 답변이 여섯 배가 뻥튀기 돼서 반영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응답률 때문에. 정해진 응답자 수를 채워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응답한 사람들만 갖고 100%로 환산해 결과를 냈으니까.
상도동 막내 이성헌…"YS가 '너무 설치는 것 아니냐'고 하더라"
이 의원은 '독수리 5형제'의 김영춘 전 의원과 함께 상도동 막내로 통한다. 상도동계에서 정치를 시작한 그가 지금은 박근혜 전 대표의 핵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재미있는 정치역정이다.
"어떻게 정치에 입문했나?"
"상도동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민추협(민주화추진협의회) 결성 직전에."
"YS 비서로?"
"85년 2.12 총선 때 종로 선거에 참여해서 이민우 씨를 도왔는데 그때 김영삼 대통령이 '정치 평론가는 많다. 그러나 실제로 개혁을 하려면 자기 발에 흙을 묻혀야 한다. 이 동지도 같이 하자'고 제안하셔서 고민 끝에 YS 비서를 시작했다."
"비서로는 막내였겠다."
"제가 막내였다. 얼마 후에 김영춘 전 의원, 그리고 한참 지나서 정병국 사무총장이 비서로 들어왔다. 세 사람이 상도동 막내세대다."
"정치는 상도동에서 시작을 했는데 지금은 친박계 핵심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YS는 세종시 수정안을 지지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데 불려가서 야단맞지 않았나?"
"야단맞았다.(웃음) 최근에도 뵀다. 연세대 인천 송도 국제 캠퍼스 행사를 하는데 거기에 오셨더라. 반가워서 행사 끝나고 나서 인사를 드렸더니 (YS가) '너무 설치는 것 아니냐'고 하시더라 (웃음)"
▲ "이번엔 박근혜 전 대표를 도와줘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YS가 '야, 골치 아프다' 하시더라." ⓒ프레시안(김하영) |
"옛날 비서였으니까 편하게 말했을 것 같다."
"'현직 대통령이 차기를 만들 수는 없지만 안 되게는 할 수 있다'는 말씀을 나에게도 했다. 그래서 내가 이명박 대통령도 당신께서 결정적으로 도와줘서 된 것 아니냐 그러니 이번에는 박 전 대표를 도와줘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야, 골치 아프다' 하시더라.(웃음)"
"YS는 국회의원 최연소 기록에 9선까지 했던 사람이다. 평생 의회주의자를 자처했고, 실제로 의회를 중심으로 정치를 해왔다. 그런데 이번에 '국회가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을 못하니 국민투표를 하자'고 했다. 40년 정치 인생과 완전히 다른 얘기 아닌가?"
"김영삼 대통령의 리더십이 시대에 맞는 때가 있었다. 재임 중에 하나회 척결을 통해 쿠데타가 다시 일어나지 못하도록 만든 것은 역사적으로 평가를 받을 일이다. 금융실명제를 해서 지하 경제를 양성화시키고 OECD에 가입해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는 경제·사회기반을 만든 것도 적극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YS는 사람들의 얘기를 많이 듣는 편이었다. 듣고, 그 중에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실천에 옮기는 그런 과단성 있는 리더십은 정말 본받을 만하다."
"예전에는 그랬는데 요즘은 좀 달라졌다?"
"세종시 문제를 보면 김 전 대통령이 시대에 맞지 않는 견해를 갖고 계신 것 같다. 그 자리에서 이런 말씀을 드렸다가 야단을 맞았다.(웃음)"
"예민한 문제인데, <프레시안> 인터뷰 때문에 상도동계에서 파문 당하는 것 아니냐?"
"모르겠다. 아직은 안 당했다. 저는 파문하겠다고 해도 절대 안 나갈 것이다.(웃음)"
재선의 이 의원이지만 정치구력은 25년째다. YS비서,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거쳐 국회의원과 박근혜 대표 비서실장, 당조직을 총괄하는 사무1부총장의 경력은 이 의원을 강단있는 정치인으로 만들었다. 6.2지방선거 공천을 관리할 공천심사위원회에 이 의원을 포함시키라는 친박계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 의원은 절대 안 된다는 친이계의 충돌로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자체가 지연되고 있는 이유도 이 의원의 이력을 보면 짐작이 갈 것이다.
'다부진'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포스'가 느껴지는 이 의원의 '강단정치'가 복잡한 현실정치 속에서 얼마나 관철될지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는 관전포인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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