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파병을 요청한 국가들이 잇따라 파병 거부의사를 밝히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 치안상황이 테러전쟁 수준으로 치닫자 기존에 파병한 국가들조차 철수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라크의 무장저항세력들이 미군뿐만 아니라 다국적군에 대한 무장공격을 본격화하자 파병국들이 자국 군인들의 희생을 우려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홀로 파병'이 될 우려가 높아진 우리나라의 파병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태국 의회, “태국군 공병-의무부대일지라도 이젠 안전하지 않아”**
미국의 AP통신은 29일(현지시간) "지난 9월 4백22명의 비전투병력을 이라크에 파견한 태국 상원 외교위원회와 야당이 '이라크에 태국군이 주둔하기에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기에 즉시 태국군은 이라크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같은 철수 요구는 지난 27일(현지시간) 바그다드 국제적십자사와 경찰서 등에 자살폭탄테러공격이 감행돼 47명이 숨진 사건에 대한 충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태국 상원 외교위원회 크라이삭 춘하반 위원장도 “외교위로서는 이라크의 상황을 쿠게 우려하며 현지에 주둔중인 태국군 장병이 가급적 빨리 귀국하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크라이삭 위원장은 또 “미군이 법과 질서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이라크 안보상황은 악화일로에 있다”면서 “최근 일어난 폭탄공격들은 미국이 이라크 국내 상황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고 폭력이 심화될 가능성을 뚜렷이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처음에는 미군만을 노린 전후 테러 공격이 지금은 다국적군과 비전투병 및 인도주의 단체로 확대되고 있다”면서 “태국군 부대가 복구 작업과 의료 지원 등 인도적 활동을 벌인다고 해서 안전이 보장되는 상황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현재 태국군 비전투병 4백22명은 폴란드 사단 소속으로 지난 달 6개월 기한으로 이라크 바그다드 남쪽에서 1백km 떨어진 카르발라시의 ‘리마’ 기지와 인근 비블시의 4개 기지에 배치돼 있다. 주요 임무는 우리나라 서희. 제마 부대처럼 공병과 의무부대가 주축으로 돼 있다.
***태국 총리, 의회 지도자들 요구 거부**
태국 상원의 왈롭 탕카나누락 상원의원도 “이라크 주둔 태국군 장병들의 안전을 정부가 보장해야 한다”며 “이는 사람의 목숨과 관련한 민감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임론 말루림 상원의원도 “이라크에는 어떤 대가를 치루더라도 미군을 분쇄하겠다는 반미 정서가 깔려 있으며 이라크는 미군의 ‘무덤’이 돼가고 있다”며 “미국에 동조한 국가의 군인들은 그들의 이라크 주둔 목적과는 상관없이 공격대상이 되기 쉽다”고 경고했다.
태국 야당인 민주당의 주린 락사나위싯 부총재도 “이라크 주둔 태국군 부대를 즉각 철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시민단체인 ‘대중민주주의 캠페인’의 수리얏사이 카타실라 사무총장은 더 나아가 “이라크 파병 결정이 헌법의 선전포고 조항 등에 위배되는 지를 묻기 위한 헌법소원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회 지도자들의 철수 주장에 대해 탁신 치나왓 태국 총리는 29일 기자들에게 “아무 문제가 없으며 어떤 일도 태국군에 일어나지 않았다”며 “현재로서는 태국군을 철수시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태국군은 이라크의 재건지원이라는 인도적 목적을 띠고 있기 때문에 우리 군대는 지역민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며 이라크내 상황악화에도 불구하고 국내 정치권의 강력한 철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미국 요구로 5천명 파병 검토하던 방글라데시, 파병 거부”**
하지만 이러한 태국 총리의 입장과는 달리 세계 다른 많은 국가들은 파병을 철회하고 있다
미국 USA투데이는 28일(현지시간) “미국의 요구로 5천명 파병을 고려하고 있던 방글라데시는 포르투갈과 함께 파병을 거부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방글라데시의 입장정리는 국내여론 악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방글라데시 여론은 그동안 미군주도 침략에 반대해 왔으며 미군 점령에 매우 높은 반감을 가져왔다.
특히 “미군 이외의 국제단체나 다국적군에 대한 테러가 이어지자 방글라데시는 파병을 결정하는데 상당한 압박 및 어려움을 느꼈다”고 신문은 한 고위 방글라데시 외교관 말을 인용, 보도했다.
방글라데시는 계속해서 파병을 거부하겠다는 발언을 해오고 있는데 지난 20일에도 방글라데시 외무부 당국자인 샴세르 모빈 초두리는 유엔 결의안 채택에도 불구하고 파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이젠 다국적군도 테러 공격에서 안심 못해” -“우크라이나군 7명 무장공격으로 부상”**
한편 다국적군에 대한 테러도 발생하기 시작했고 전후 교전중 미군 사망자 수가 이라크전 중 사망한 미군 수를 넘어섰다.
로이터 통신이 29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바그다드 남부를 관할하는 다국적 ‘폴란드 사단’ 소속 우크라이나 군인 7명이 이라크 저항세력의 매복공격을 받아 부상당했다”고 폴란드 사단 사령부 대변인이 밝혔다.
이는 이라크 중부의 폴란드 사단 관할지역에서 다국적군을 상대로 감행된 최초 공격인데 우크라이나군은 이라크 중부와 남부지역을 관할하고 있으며 약 1천6백50명으로 구성돼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병사들은 두 대의 차량으로 야간순찰중이었는데 3곳의 지뢰가 터져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전후 미군사망자수 이라크전 기간 사망자수 넘어, 미 탱크 전후 처음으로 파괴돼 **
또 지난 28일 밤에는 바그다드 북쪽으로 1백20km 떨어진 발라드 부근에서 미 제4보병사단 소속 M1 에이브럼스 탱크가 지뢰로 보이는 폭발장치로 인해 파괴돼 미군 2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당했다고 4보병사단 대변인이 밝혔다.
M1 에이브럼스 탱크는 미 육군 주력 탱크로 종전 선언 후 이 탱크가 파괴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전후 교전중 미군 사망자수는 1백16명으로 늘어나 이라크전 기간중 교전중 숨진 미군 수 1백15명을 넘어섰다.
한편 이날에도 북부 모술에서도 미 제101공수사단 소속 병사 3명이 폭발물이 터져 부상당했다고 미군 당국이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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