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 등 이슬람 국가들이 19일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이라크 파병에 불가입장을 표명한 데 이어 방글라데시도 20일 파병 불가입장을 밝혔다. 이에 앞서 이미 인도가 파병 불가를 선언한 바 있어, 남아시아에서 파병을 하겠다는 나라는 하나도 없게 됐다.
미국의 또하나의 외교 좌절이자, 한국군이 '나홀로 파병'하며 주공격대상이 될 위험성의 증폭이다.
***방글라데시, “유엔결의안, 파병 조건 만족시키지 못해”**
AP통신은 20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가 새로운 이라크 유엔 결의안이 이라크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는 주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파병 불가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방글라데시 외무부 당국자인 샴세르 모빈 초두리는 기자들에게 “방글라데시는 유엔이 이라크 모든 문제에 있어서 주요한 역할을 하길 원한다. 하지만 유엔 결의안은 그 조건을 채우지 못했다”고 말해, 유엔 결의안 채택에도 불구하고 파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이어“이슬람교가 대다수인 방글라데시는 다른 이슬람 국가들이 이라크 문제에 있어 합의를 이루기를 바란다”고 말해, 파병조건으로서 유엔 결의보다 이슬람권의 동의가 보다 중요한 변수임을 시사했다.
방글라데시는 그동안 전세계 분쟁지역에 약 4천명의 병력을 파견하는 등 그동안 유엔의 평화유지업무에 기여를 해왔으며, 최근에는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 3천명의 평화유지군을 보낼 것이라고 발표하는 등 유엔활동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방글라데시는 미국의 대테러전쟁에는 동참해 왔으나 이라크 전쟁에는 반대한 바 있다.
***미국, 이라크 전략 차질 불가피**
파키스탄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파병 불가 입장과, 파병입장을 밝혔던 터키의 입장 선회 등으로 곤혹스러워 하고 있는 미국 정부는 이번 방글라데시의 파병 불가 입장 표명으로 다시 한번 이라크에서의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미국은 특히 이라크와 같은 이슬람권 국가들이 파병하면 이라크의 반감이 강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 이들의 파병을 강력히 원해왔다. 그 가운데서도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온건 이슬람 국가들로서 미국의 주요 타깃이었다.
방글라데시를 비롯한 아랍권 국가들의 이같은 입장 표명에 대해 외교분석가들은 이라크내의 반감과 무장단체들의 잇따른 위협 및 이라크 정국의 혼란스런 상황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오사마 빈 라덴은 지난 18일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내보낸 육성테이프에서 “미군을 비롯한 다국적군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것이며 이에는 이라크에 파병하는 아랍권 국가들도 포함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그는 아랍권 국가들 국민들에게 “자살 공격 등 성전에 나서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20일 음성분석 결과 이 테입은 빈 라덴이 직접 녹음한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라크 전국 부족 지도자 ,“터키 파병 절대 반대”**
한편 한국군이 파병될 예정인 이라크 북부 도시인 모술에서는 20일 이라크 전역의 부족 지도자들이 모여 터키군 파병에 반대입장을 재차 천명하는 등 전운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이라크 전국부족장연맹’의 타미르 알-둘레미 사무총장은 “우리는 전적으로 터키군 파병에 반대하며 우리는 그들에 대항해야 할 것이다”고 말하면서 “터키는 파병을 재검토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그는 “만일 그들이 이라크에 올 경우, 이슬람교도와 이슬람교도가 전쟁을 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교도통신, “이라크 반미 강경 시아파 지도자 영향력 확대”**
이러한 이라크내 강성분위기는 반미감정과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은 20일 바그다드발 기사에서 “이라크 국내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이슬람교 시아파의 대미 강경파 지도자의 발언력이 강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탄압을 받아 후세인 정권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시아파 교도들 가운데는 미군이 임명한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에 참여하는 등 대미 온건 노선을 표방했던 이라크 이슬람 혁명최고 평의회(SCIRI)가 주도권을 행사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강한 반미 성향을 보이면서 바그다드 빈민층에서 지지기반을 확대해가고 있는 무크타다 알-사드르 시아파 강경파의 지지세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시아파는 2천5백만 이라크 국민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이라크 최대종파로, 향후 정국의 최대변수로 꼽히고 있다.
교도통신은 “이 시아파 강경파의 영향력은 최근 미군 병사 2명이 테러로 사망했을 때, 무크타다 알-사드르가 주도한 반미집회에 약 1만명이 결집하기도 할 정도로 강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20일에도 사제폭탄공격과 총격으로 미군 1명 사망, 5명 부상**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20일(현지시간)에도 이라크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아 미군 1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라크 바드다드 동쪽 팔루자시에서 순찰중이던 미군 제 82송수사단 소속 병사 30명은 이날 5대의 군용차량의 엄호를 받으며 도보 순찰을 하던 도중, 사제폭탄 공격과 총격을 받아 피해를 입었다.
이날 사망 사건으로 지난 5월 1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종전 선언이후 미군 사망자는 1백4명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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