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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금리 숫자'도 모르는 경제부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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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금리 숫자'도 모르는 경제부총리

엉뚱한 '한국 고금리' 타령, 금융계 "금융을 너무 모른다"

"우리나라 금리 4%는 경제규모가 비슷한 국가에 비하면 2%포인트 가량 높다. 부동산을 잡으려면 금리를 획기적으로 올려야 하는데, 그럴 경우 수출 경쟁력에 타격이 오고 대출이자 급증에 대한 부담 등으로 경제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

김진표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이 9일 콜금리 결정을 위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개최 직전에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전화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우리나라의 현재 금리 수준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인만큼 아파트투기를 잡기 위한 금리인상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를 태우는' 우를 범할 수 있어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말을 하던 과정에 한 발언이다.

김 부총리의 예견대로 이날 금통위는 콜금리 동결을 발표했고, 이는 시장의 예상에서도 벗어나지 않은 결과였다.

하지만 김 부총리의 이날 발언은 금리주무당국인 한국은행을 비롯해 금융계에서 하루내내 구설수에 올랐다. 이유는 두가지였다.

***"경제부총리가 콜금리 숫자도 몰라서야..."**

하나는, 현행 콜금리가 김 부총리가 주장대로 4%가 아니라 3.75%라는 점 때문이었다. 한은은 지난 7월 콜금리를 4.0%에서 3.75%로 0.25%포인트 인하했었다.

당시 아파트투기 붐이 거셌던 만큼 "불경기를 감안해 금리인상은 못한다 할지라도 최소한 금리동결을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견해였으나, 당시 재경부를 필두로 한 경제부처는 경기부양 차원에서 금리인하 필요성을 주장했고 결국 한은은 논란끝에 금리인하를 결정해 아파트투기를 결정적으로 불붙이는 결과를 초래했었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워낙 요즘 경기침체가 극심하고 아파트투기가 극성을 부려 부총리의 넋을 빼놓았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되나, 일국의 경제부총리가 다수 국민들이 듣는 방송에 출연해 경제 기초숫자인 콜금리 숫자마저 잘못 말한다는 것은 넌센스"라고 꼬집었다.

***"우리나라 금리가 높다니..."**

'4% 발언'은 착각에 의한 실수로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금리가 경제규모가 비슷한 나라들에 비해 2% 높다"는 주장은 금융계로부터 "부총리가 금융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근원적 비판을 샀다.

각국의 정책금리만 놓고 비교하면 김 부총리의 발언은 잘못된 게 아니다.

우리나라의 정책금리(콜금리)가 3.75%인 반면, 미국은 1.0%, 일본은 0%, 유럽연합은 2.0%, 캐나다는 2.75%, 영국은 3.5%로 영국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보다 현저히 낮다.

하지만 정책금리로 각국의 금리수준을 비교한다는 것은 "금융의 ABC도 모르는 발언"이라는 게 금융계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각국의 물가상승률이나 성장률 등을 함께 고려해 비교해야만 우리나라 금리가 과연 높은 수준인가를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일본의 정책금리는 0%이나 물가상승률은 마이너스이다. 미국, 유럽연합 등 비교대상 국가의 물가상승률도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 이런 마당에 단순히 정책금리만 놓고 우리나라 금리가 높다는 식의 주장은 턱없이 잘못된 비교방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견해다.

국제금융계에서 각국의 금리수준을 비교하는 잣대는 '정책금리'가 아니라 '장기시장금리'다. 정책금리 자금은 금융기관들이 이용하는 금리인 반면, 국고채로 대표되는 장기시장금리는 민간경제주체들이 시장에서 조달해 사용하는 실질금리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장기시장금리는 3년물 국고채이다. 9일 현재 3년물 국고채의 유통수익률(금리)는 4.12%, 10년물 국고채 유통수익률은 이보다 높은 4.67%이다.

장기채권시장이 발달해 10년물 국채 유통수익률 집계가 나오고 있는 다른 나라들의 금리 수준은 어떠한가.

9일 현재 미국은 4.24%, 유럽연합은 4.20%, 영국은 4.75%, 캐나다는 4.26%, 일본은 1.34%이다. 장기복합불황으로 초저금리 상태인 일본 한 나라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 금리수준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우리나라 금리가 높다는 김진표 부총리의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게 금융계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반성' 없이 '변명'에만 급급**

김 부총리가 금리인하에 반대한 것은 이해가는 일이다. IMF사태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로 몸살 앓고 있는 시점에 금리인하 이상 긍정적 경제효과를 얻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도 다른 나라보다 금리가 한창 높기 때문에 금리를 올리면 수출경쟁력에 타격이 온다"는 식의 주장은 국내외 금융계에서 비웃음거리밖에 안된다는 사실을 부총리는 알아야 한다.

지난 5월과 7월 콜금리를 두차례 인하했을 때도 정부는 국제적으로 우리나라의 금리가 높다며 경기부양 차원에서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재계도 마찬가지 주장을 펴 이를 관철시켰다. 하지만 그 결과는 경기침체의 심화였고, 아파트값 폭등이었다.

시장이 지금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는 '대정부 신뢰'이다. 정부가 솔직히 잘못한 대목은 정책의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지금 '변명'에 급급한 모습이다.

실물경제가 '제2의 IMF'라 불릴 정도로 참담한 지경에 빠져들고 아파트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한마디 '사과'도 없이 "이번에는 확실하다"며 또다른 대책을 쏟아내놓고 있다. 정부가 이럴 수록 이에 비례해 시장의 신뢰가 사그라 든다는 사실을 언제쯤에나 깨달을지 암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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