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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유엔결의안 포기. 그러나 파병압력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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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유엔결의안 포기. 그러나 파병압력은 계속

NYT "한국파병 안할 수도", 백악관 "자유의 적 타도해야"

미국이 이라크 유엔 결의안을 포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수정 결의안마저 안보리 국가들과 유엔 사무총장의 거센 반발 속에 통과가 힘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다.

그동안 공공연하게 '유엔 결의안 통과'와 국민 여론을 중요 파병 조건으로 삼았던 한국으로서는 중요한 상황전개다.

***"유엔 결의안, 다양한 선택사항 가운데 하나일 뿐"**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유엔결의안에 대한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쳐 유엔 결의안 통과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면서 "한국과 파키스탄은 유엔 결의가 없다면 파병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NYT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반응이 별로 없고 오히려 반발이 심하자 "부시의 주요 참모들은 유엔 결의안 통과를 얻어내는 것이 가치가 있는지 조만간 결정할 것"이라며 부시 행정부내의 분위기를 전했다.

원래 부시 행정부는 유엔결의안 채택을 통해 세계 각국으로부터 재정지원과 군사지원을 받을 요량이었으나 "현재 부시 행정부 내에서는 만일 필요하다면 그러한 도움 없이 행동하자는 것으로 변했다"고 NYT는 분석했다.

NYT는 또 "우리는 유엔 결의안 통과와 관련, 시간을 오래 끌고 싶지 않다"며 유엔에 대해 감정이 악화된 미 행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하면서 "유엔 결의안 채택이 안보리에게 선택사항 가운데 하나인 것처럼 우리에게도 그것은 하나의 선택사항일 뿐"이라고 말해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결의안의 조속한 채택을 추진하는 정책을 철회하고 보류할 움직임이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은 지난 7일 미 국무부 리처드 바우처 대변인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바우처 대변인은 "결의안을 포기하는 것은 언제나 선택사항 가운데 하나였다"고 말해 철회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로이터 통신도 9일(현지시간) 익명을 요구한 국무부 관리의 말을 인용, "미국은 결의안의 추가 수정을 하더라도 결의안 통과를 얻어낼 것을 낙관하고 있지 못하다"고 보도하면서 "결의안은 이미 꽤나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유엔 사무총장 및 이사국들 반발로 통과되더라도 반쪽짜리 결의안 우려"**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수정결의안을 제출했음에도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격렬한 반발로 인해 프랑스 등 안보리 이사국들의 반대가 거세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초에도 안보리 국가들은 결의안 내용을 토론하기 위해 모였으나 이 자리에서 미국은 결의안 통과를 위해 확보해야할 9표를 획득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데 위기감을 느꼈으며 "결의안이 가까스로 통과되더라도 세계 각국에 안보리 통과를 무기로 파병과 재정지원을 요청하기는 무리라는 판단을 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결의안이 가까스로 통과된다면 오히려 양분된 안보리 상황을 알리는 꼴이 되고 이러한 상황에서는 파병과 재정지원을 요구할 정당성이 상당히 악화된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아난 사무총장은 지난 주 이라크에의 주권이양 시간표가 제시되지 않고 유엔에의 전폭적인 권력이양을 밝히고 있지 않은 미국 주도의 유엔 결의안에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이는 지난 8월 이라크에서의 유엔사무소 폭발로 22명의 유엔 직원이 사망했음에도 이후 이라크에서 유엔은 미국의 종속적 위치에서 활동을 해야 하는 현실에 많은 유엔 직원들의 불만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프랑스와 독일, 러시아, 중국 등도 여전히 강력하게 미국의 수정결의안에 반대하고 있으며 칠레와 앙골라도 미국 결의안에 찬성하는 입장에서 돌아서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독-러 미국에 수정 결의안 재수정 요구, 미국 회의적 태도"**

이러한 움직임 속에 "슈뢰더 독일 총리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8일 러시아에서 회동을 갖고 미국의 유엔 수정 결의안에 대해 유엔의 역할 확대와 이라크 국민에게의 주권조기이양을 포함하는 재수정을 미국에 요구하기로 합의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9일 보도했다.

하지만 미국이 이러한 안보리 이사국들의 반응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미국의 동맹국들인 영국과 스페인 등은 결의안 통과를 위해서 수정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미국 행정부는 실질적인 변화에 부정적인 입장이기 때문이다.

네그로폰테 미 유엔 대사는 이번 주에 "안보리 이사국들은 더 이상의 급격한 결의안 수정을 원해서는 안된다"고 못박으면서 "미국은 현재의 결의안으로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유엔 결의안 없으면 한국 파병 안할 가능성"**

물론 유엔 결의안 없이도 터키가 파병을 결정해 미국 정부는 고무되기도 했으나 미 행정부 내에서조차 유엔 결의안이 채택되지 못하면 더 이상의 국제적지원은 힘들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NYT는 미국 관리들 말을 인용, "만일 미국이 이라크의 유엔 결의안을 통과시키지 못한다면 국제사회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고 이라크로 군대를 파병하라고 요구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은 인도에 대해서는 이미 유엔 결의안이 통과될지라도 파병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지 않으며 "파키스탄과 한국 등은 결의안이 없다면 파병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런 분위기에서는 이번 달 23일부터 이틀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이라크 재건 공여국회의에서도 확실한 재정지원을 받을 수 없을 것으로 미국 측은 예상하고 있으며 세계은행 등의 국제기구 지원도 불확실해질 전망이다.

***부시정부 "미군 공격하는 '자유의 적' 타도해야"**

하지만 이라크 결의안을 포기하더라도 과연 미국이 NYT 보도대로 한국에 대한 파병압력을 중단할지는 미지수다. 백악관이 일제히 이라크전의 정당성과 이라크 무장세력 타도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대통령 국가안보담당 보좌관은 8일(현지시간) 시카고에서 행한 연설에서 "후세인이 마지막까지 유엔을 기만하고 대량살상무기로 세계에 위협을 가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고 주장하며 "현재 이라크에서 미군 등을 공격하고 있는 '자유의 적'을 타도해야 한다"고 주장해, 한국 등에 대한 파병 압력을 계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부시 정부는 라이스 보좌관의 연설을 시작으로 9일에는 부시대통령, 10일에는 체니 부통령 등이 잇따라 연설을 통해 이라크전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한국 등에 대한 추가파병 압력을 행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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