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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우리에겐 입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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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우리에겐 입장이 없다"?

중앙일보 사설 베껴 "盧, 3대 국정난제 입장 밝혀라" 공세

한나라당은 1백49석의 의석을 갖고 있는 무소불위의 국회권력이다. 김두관 행정자치부장관을 하루아침에 떼꺽 날리는 것만 보아도 한나라당의 위세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자칭 '국가적 난제'들 앞에만 서면 한나라당에게는 '입장'이 없다. 아니 단 한가지 입장이 있긴 하다. 대통령에게 무조건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한나라당 성명**

15일 한나라당은 김영선 대변인 이름으로 '국가적 난제들! 노대통령이 앞장서 풀어가야'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 전문은 다음과 같다.

"노무현정부 들어 나라를 온통 짓누르던 내우외환이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그야말로 견디기 힘든 지경으로 악화되고 있다.  

핵폐기장 선정을 둘러싸고 부안 폭력사태가 터지더니 미국이 이라크 추가 파병을 요청해 오고 우리 농민이 WTO 각료회의 현지에서 자살하는 엄청난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했다. 모두 국가적 또는 지역적으로 이해관계가 얽혀 국민여론을 하나로 집약하기 지극히 어려운 민감한 사안들이다. 또 하나같이 노무현정부의 정체성과 직결된 성격의 문제라서 자칫하면 나라가 걷잡을 수 없는 분열과 갈등의 수렁에 빠져들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노무현대통령이야말로 리더십을 발휘해 이 국가적 난제들을 차근차근 풀어가야 한다. 국가최고지도자로서 국익을 기준삼아 신중하지만 확고한 결정을 내리고 당당하게 국민과 국회의 동의를 구해야 옳다. 만약 코드를 좇아 이 눈치 저 눈치 보며 속수무책, 수수방관한다면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는 참담한 결과만이 기다릴 뿐이다.

지난번 ▲1차 이라크 파병 ▲주5일 근무제 등의 국회처리 때처럼 책임과 부담을 야당에 떠넘기는 술수나 책략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노대통령이 가급적 조만간 기자회견이나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일련의 국가적 난제들에 관련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줄 것을 촉구한다."

예민한 현안이 등장할 때마다 이를 집권세력에게 떠넘겨온 '야당 짠밥 6년'의 한나라당다운 성명이었다.

***한나라당 성명의 교과서, 중앙일보 사설** 

그런데 이날 한나라당 성명은 어디선가 본 글이다. 그도 그럴 것이 15일자 중앙일보의 '국정난제, 대통령이 앞장서 풀어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그대로 베끼다시피 한 글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중앙일보 사설 전문이다.

"한 문제만 해도 국론이 분열되고 갈등이 깊어질 난제가 한꺼번에 세가지나 밀어닥쳤다. 이라크 추가 파병, 부안군수 폭행 사태까지 불러온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건립, 한 농민의 자살로 부각된 쌀시장 개방 문제 등이 그것이다.

어느 것 하나 해결책 마련이 쉽지 않고, 그렇다고 마냥 미룰 수도 없는 시급한 사안들이다. 방치할수록 사회적 균열이 점점 더 커질 사안들이기에 정부와 정치권의 긴밀한 협조가 절실한 시점이다.

큰 방향은 이미 잡혀 있다.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은 어딘가에는 세워져야 하고, 쌀시장 개방도 마냥 늦출 수는 없다. 이라크 파병은 북핵과 주한미군 재배치 등의 국익과 직결된 사안과 맞물려 있어 유엔 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참여한다는 등의 명분이 전제된다면 결단을 내려야 할 사안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이를 국민에게 설득해내고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가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원칙을 세우고 추진해 나가되 이로 인해 피해를 볼 사회적 소수세력에 대한 배려와 치밀한 국민설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 발 삐끗하면 걷잡을 수 없이 낭떠러지로 떨어지게 된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문제는 이런 국정난제의 현실적 해결방식에 반대하는 층이 바로 盧대통령의 지지기반 세력이라는 점이다. 만일 盧대통령이 정략적 득실을 따지며 또다시 좌고우면하며 머뭇거릴 경우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것이다. 그러나 이 난제를 잘 수습하면 오히려 지지도는 올라갈 수 있다. 위기가 곧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해임건의된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의 거취와 관련, 청와대가 "사표를 내면 수리하겠다"고 밝힌 것은 긍정적이다. 청와대가 야당의 협조 없이는 3대 국정난제 해결이 어렵다는 현실인식을 한 것이라고 본다. 농산물 시장 개방과 이라크 파병건도 대통령이 국회를 설득하고 국민에게 적극 호소하는 모습을 보이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국정을 책임지는 최고 지도자의 모습이다."

***한나라당의 입장은 무엇인가**

한나라당 성명은 중앙일보 사설에서 '국정난제'라 명명한 것을 '국가적 난제'로 바꾼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내용을 그대로 베낀 '붕어빵 성명'이다.

정당의 대변인이 언론의 사설을 베끼는 것은 어제오늘의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하지만 언필칭 각료들의 생사여탈권까지 쥐고흔들 정도로 무소불위의 권력체인 한나라당이 스스로 '국가적 난제'로 명명한 주요 현안들에 대해 자신의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고, 무조건 노무현대통령에게 책임을 전가하는듯한 한 신문사의 주장을 서슴없이 표절하는 행위를 한다는 것은 국회 제1당으로서 더없이 창피스런 일이다. 말 그대로 '딴지걸기' 수준의 논평을 벗어나지 못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지금 양대권력이 병존한다.

행정부를 장악하고 있는 노무현 정부와, 입법부와 지방자치단체 대다수를 장악하고 있는 한나라당이다. 권력의 병존은 책임의 병존을 의미한다.

한나라당은 따라서 스스로 '국가적 난제들'로 규정한 이라크 추가파병, 부안 핵폐기장 사태, 고 이경해씨 자살로 표출된 쌀시장 개방에 대한 국회 제1당의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비판은 이같은 분명한 한나라당의 입장 표명후 여기에 기초해 행해져야 마땅하다.

그럴 때에만 비로소 노무현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급락해도 한나라당 지지도가 밑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기막힌(?)' 현상도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한나라당은 지금 국민으로부터 '대체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한나라당은 대체세력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제기한-표절을 했다 할지라도 공당으로서 성명을 발표한만큼- 세가지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라크 파병에 대한 한나라당 입장은 무엇인가.
부안 핵폐기장에 대한 한나라당 입장은 무엇인가.
쌀시장 개방에 대한 한나라당 입장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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