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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매국노' 매도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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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매국노' 매도 파문

"단병호-문성근-명계남은 非국민", 비국민은 일어로 매국노

조선일보의 강천석 논설주간이 3일 기명칼럼에서 단병호 민주노총위원장을 비롯해 문성근, 명계남씨 등을 싸잡아 '매국노'라고 몰아부쳐 물의를 빚고 있다.

강 주간은 이날 칼럼에서 이들 3인의 이름을 거명하며 이들은 "옛시절 용어로 '비국민(非國民)'이라 불려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런데 문제의 '비국민'이란 표현은 강주간 주장대로 우리나라의 '옛시절 용어'가 아니라, 일본 극우들이 일본의 양심세력 등을 비난할 때 즐겨 사용하는 '매국노'라는 의미의 일본표현이다.

아무리 자신과 반대진영에 있는 인물이라 할지라도, 한 언론사의 논설주간이 상대방을 매국노라고 매도하는 행위는 정도를 벗어난 품격없는 행위라는 게 일반적 세평이다.

***"단병호-문성근-명계남은 매국노"**

강 주간은 이날 '눈물 젖은 역사를 가르치라'라는 칼럼에서 1964년 12월10일 서독 루르 탄광지대를 방문했던 당시 박정희대통령과 육영수여사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시작했다.

박대통령이 당시 서독에 파견 나가 외화벌이를 하고 있던 3백명의 광부와 50명의 간호사들을 앞에 두고 연설하던 중 울어버린 유명한 일화를 소개한 강 주간은 이어 노골적으로 단병호, 문성근, 명계남씨의 이름을 지명하고 이들에 대한 융단폭격을 시작했다.

"불과 40년전의 이 '사건'을 지금 이 나라에서 아직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을 것이다. 나라를 쥐고 흔드는 단병호 민노총 위원장이 그때 열네 살, 노무현대통령을 만든 일등공신이라는 배우 문성근과 명계남이 각각 열 살, 열 한 살 무렵이다. 그러니 386들이야 이 '눈물 젖은 역사'를 알 턱이 없다. 역사를 모르니, 그 역사를 숨쉬던 사람의 모습이 보일 리 없다."

이렇듯 비아냥조로 단병호 위원장 등 세 사람을 갉은 강 주간은 이어 노골적으로 이들에 대한 비판공세를 폈다.

"단병호, 문성근, 명계남씨는 이 '숨가쁜 역사'와 '눈물 젖은 빵'을 모를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나라를 벼랑으로 떠밀고 공영방송을 통한 현대사 비틀기를 계속한다면, 옛시절 용어로 '비국민(非國民)'이라 불려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올라가는 역사만 기억하고 내려갔던 역사는 잊고 사는 국가가 있다. 그런 국가는 잊고 싶은 역사의 바로 그 대목을 되풀이하게 돼 있다. 그것이 제멋대로의 선택적 망각에 대해 역사가 내리는 벌(罰)이다. 애국가 마지막 구절을 통곡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었던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설움을 까맣게 잊고 사는 오늘의 한국이 두렵고 걱정스러운 것도 이 때문이다."

***조선일보가 과연 '눈물 젖은 빵'과 '숨가쁜 역사'를 아는가**

강 주간의 이 칼럼은 '박정희 향수'를 불러일으킴으로써 진보, 민주세력을 공격하는 전형적 '조선일보 논법'에 기초해 있다.

조선일보의 이같은 논법의 허구성은 학계나 언론계에서 이미 여러 차례 갈파된 바 있다. 개발독재 시절을 그리워하는 조선일보다운 논법으로, 과거 기득권을 그리워하는 구세력의 '전형적 퇴행현상'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여기서 새삼스레 조선일보 논법을 놓고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단병호 위원장 등이 '숨가쁜 역사'와 '눈물 적은 빵'을 모를 것이라는 강 주간의 주장은 실소를 낳게 한다.

개발독재의 최대 수혜자중 하나인 조선일보의 강 주간이 감히 지난 십수년간 '눈물 젖은 빵'을 씹어온 어려운 노동자들을 위해 여러 차례 옥고를 치뤘던 단병호 위원장이나, 고 문익환 목사의 자제로 누구보다도 '숨가쁜 역사'의 지근거리에 있었던 문성근씨 등을 '눈물 젖은 빵'과 '숨가쁜 역사'를 모른다고 매도한 대목은 실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비국민'이라는 일본말을 우리나라 "옛시절 용어"라고 왜곡하며 단병호씨 등을 매국노로 몰아부친 대목은 강천석 주간의 사고틀이 '일제시대의 잔재' 차원을 넘어서, '일제 잔재의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번 매국노 파문은 조선일보의 친일적 '역사적 뿌리'가 지금 이 순간까지도 조선일보 지면의 근간을 이루고 있음을 보여주는 웅변적 사건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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