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대통령이 퇴임후 처음으로 공개강연을 갖고 오는 27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6자회담의 해법으로 '북한의 핵 완전포기와 미국의 북한안전 보장' 및 '6자 공동의 북한안전 재(再)보장'을 제시했다.
김 전대통령은 21일 오전 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네탈호텔에서 열린 '2003 하버드 국제학생회의'의 초청을 받아 '아시아의 미래와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행한 연설에서 이같은 해법을 제시했다.
***"평화는 우리에게 있어 지상명령"**
김 전대통령은 "그간 나는 통일은 앞으로의 과제로 하더라도, 우선 남북간에 평화적으로 공존하고 평화적으로 협력하는 한반도 평화협력의 시대를 여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의 '햇볕정책'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며 그 결과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로 한반도에는 긴장 완화, 경제-사회-문화적 교류의 증대, 이산가족 상봉 등이 이루어지고 있고 남북간 철도 연결, 북한의 개성 공단 착공, 금강산 육로관광, 북한의 아시안 게임과 유니버시아드 대회 참가 등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햇볕정책'의 의미를 재차 강조했다.
김 전대통령은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한반도는 동북아는 물론 세계적 긴장의 초점이 되고 있다. 그것은 북한 핵문제와 북의 안전문제로 인한 북-미간의 대결 때문이다. 무력충돌의 위험성조차 있다. 만일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남북한에 걸쳐 수백만명이 희생되고 한반도가 초토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그 영향은 아시아로, 세계로 확산될 것"이라고 최근 한반도 긴장 고조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김 전대통령은 또 "평화는 우리에게 있어서 지상명령이다. 우리 한국 국민은 북한 핵을 단호히 반대하고 이를 철폐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평화를 위해서이다. 우리는 또한 한미동맹을 확고히 지지하고 있다. 평화를 위해서이다. 그러나 지금 미국의 일부에서 주장하는 북한에 대한 강경 일변도의 대응에 대해서도 우리 한국 국민은 크게 우려하고 있다. 역시 평화를 위해서이다.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힘을 합쳐서 북-미 관계가 타개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북한의 핵개발과 미국 매파의 강경대응 양쪽을 모두 견제했다.
***DJ가 제시한 6자회담 해법**
김 전대통령은 이어 오는 27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6자회담과 관련, "곧 열리는 북핵 해결을 위한 6자 회담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며 "6자 회담의 핵심과제는 결국 북-미 간에 해결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대통령은 6자회담의 구체적 해법으로 "북은 핵을 완전히 포기하고 미국은 북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6자가 공동으로 이를 또 한번 보장해야 할 것"이라는 '북한의 핵 완전포기와 미국의 북한안전 보장' 및 '6자 공동의 북한안전 재(再)보장'을 제시했다.
김 전대통령은 이어 "원칙은 일괄타결하고 실천은 필요에 따라 단계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여, 현재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북핵타결의 '단계적 로드맵(일정표)'을 지지했다.
***연설 목소리 재임때와 같아...건강 회복된 듯**
김 전 대통령은 연단에 오를 때 불편한 다리 때문에 경호원들의 부축을 받았고 양해를 구한뒤 자리에 앉은 채 강연을 했다. 그러나 강연이 시작되자 돋보기를 쓰고 재임 당시와 다름없는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원고를 읽어 내려가 건강이 상당히 회복됐음을 짐작케 했다.
회의 개막식에는 하버드대 에즈라 보겔, 에드 베이커 교수 등 세계적인 석학과 60여개국 대학생 대표단, 국내외 전문가 등 400여명이 참석해 김 전 대통령이 입장할 때와 퇴장할 때 기립박수를 보냈다. 팬클럽인 ‘DJ로드’ 회원 30여명이 나와 꽃다발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들은 김 전 대통령에게 박수를 치며 “건강하십시요”를 연발했다.
이날 행사는 이희호 여사와 김옥두 의원, 양성철 전 주미대사, 김성재 전 문화관광장관, 조순용 전 청와대 정무수석, 박선숙 전 청와대 대변인 등도 동석했다.
다음은 김 전대통령이 이날 행한 강연 전문이다.
***아시아의 미래와 한반도 평화**
***1. 아시아의 미래**
아시아는 18세기까지 긴 세월동안 서구사회에 버금가는 독자적 발전을 해 왔으나 19세기와 20세기의 양 세기 동안 서구사회에 의해 지배당했다. 20세기후반부터 아시아는 다시 민주주의, 경제, 문화면에서 괄목할 발전을 보이고 있다. 21세기의 아시아는 서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발전을 이룩할 것이다.
첫째, 민주 발전이다. 오랫동안 서구학자들은 아시아에는 민주주의 문화 전통이 없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자랄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맹자의 주권재민 사상은 존 로크보다 2천년이나 앞선 것이다. 한국의 민족종교 동학에서도 '사람이 곧 하늘이다. 사람 섬기기를 하늘 섬기듯 하라'는 말이 있다. 불교에는 '나 자신의 인권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가르침이 있다. 아시아에는 1천년 전부터 공무원을 세습이 아니라 공개 채용으로 뽑고, 왕권을 견제하는 강력한 기구를 두는 등 민주주의와 상통하는 수많은 전통이 있다. 이러한 사상과 전통의 기반 위에 서구 민주주의 제도를 받아들인 것이다. 그동안 약간의 혼란도 있었으나 이제 아시아에서 민주주의는 보편적 현실로 확대되고 있다. 21세기에 아시아 민주주의는 더욱 발전하여 서구사회 못잖게 정착될 것이다.
둘째, 경제적 발전이다. 그동안 아시아에서 일본을 제외하고는 봉건경제체제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 단계인 경제의 근대화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주장은 근거 없는 것으로 입증되었다. 더구나 21세기 지식기반경제 시대에는 아시아처럼 지적 전통이 풍부한 지역이 더욱 괄목할 발전을 이룰 것이다. 21세기 아시아 경제는 NAFTA, EU와 더불어 세계 3대 경제블럭으로 성장하여 이들 경제권의 강력한 파트너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문화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아시아 문화를 폄하해 왔지만 이것도 사실이 아니다. 서구보다 훨씬 앞서 황하문명, 인더스문명 등 아시아 문명이 번창했다. 2500년 전에는 공자의 유교와 부처의 불교가 탄생하여 문화적 융성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교육이 가장 중시되고 지적발전은 세계 어느 지역 못지않게 이루어졌다. 지금 아시아는 종교, 문화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상호 공존 속에 평화를 누리고 있다. 이러한 아시아의 문화적 기반은 지식산업과 문화산업 등 21세기 주력산업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면서 세계문화의 주역으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2. 21세기 아시아의 과제**
아시아의 현실과 장래에는 밝은 빛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직도 많은 문제점이 있다. 독재가 지배하는 나라들이 있고 민주주의를 한다고 하지만 문제점을 안고 있는 나라들도 있다. 정보 격차로 인해 빈부격차가 더욱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고, 낙후된 지역에서는 개인의 삶의 질이 등한시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아시아는 안으로는 정치, 경제, 문화의 21세기적 발전과 개인에 대한 공정한 기회 부여에 힘써야겠고, 밖으로는 WTO와 인터넷의 영향아래 급속히 진전되고 있는 세계화 시대에 발맞추어 나가야 한다. 일면 협력, 일면 경쟁하는 '다이나믹 아시아'를 실현하여 21세기 역사를 이끄는 주역이 되고 세계와 힘을 합치는 성숙한 아시아가 되어야 한다.
특별히 아프리카 등 빈곤과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지역에 대한 지원과 정보화 교육 등에 힘써서 그들도 21세기 번영의 시대에 동참하도록 도와야 한다. 빈곤이야말로 평화를 파괴하는 최대의 적이다. 오늘날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테러도 그 근본 원인은 빈곤에 있다. 우리는 이제 민족 국가의 일원이라기보다는 세계화 도상의 한 구성원이다. 급속한 세계화에 대비하고 인류의 보편적 자유와 번영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지적, 문화적으로 성숙된 여러분 젊은이들의 노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3. 한반도 평화를 위한 과제**
그간 나는 통일은 앞으로의 과제로 하더라도, 우선 남북간에 평화적으로 공존하고 평화적으로 협력하는 한반도 평화협력의 시대를 여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의 '햇볕정책'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로 한반도에는 긴장 완화, 경제-사회-문화적 교류의 증대, 이산가족 상봉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남북간 철도 연결, 북한의 개성 공단 착공, 금강산 육로관광, 북한의 아시안 게임과 유니버시아드 대회 참가 등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한반도는 동북아는 물론 세계적 긴장의 초점이 되고 있다. 그것은 북한 핵문제와 북의 안전문제로 인한 북-미간의 대결 때문이다. 무력충돌의 위험성조차 있다. 만일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남북한에 걸쳐 수백만명이 희생되고 한반도가 초토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그 영향은 아시아로, 세계로 확산될 것이다.
평화는 우리에게 있어서 지상명령이다. 우리 한국 국민은 북한 핵을 단호히 반대하고 이를 철폐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평화를 위해서이다. 우리는 또한 한미동맹을 확고히 지지하고 있다. 평화를 위해서이다. 그러나 지금 미국의 일부에서 주장하는 북한에 대한 강경 일변도의 대응에 대해서도 우리 한국 국민은 크게 우려하고 있다. 역시 평화를 위해서이다.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힘을 합쳐서 북-미 관계가 타개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곧 열리는 북핵 해결을 위한 6자 회담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6자 회담의 핵심과제는 결국 북미 간에 해결되어야 한다. 북은 핵을 완전히 포기하고 미국은 북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6자가 공동으로 이를 또 한번 보장해야 할 것이다. 원칙은 일괄타결하고 실천은 필요에 따라 단계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러한 북미관계 해결방안을 1994년 제1차 핵 위기 때부터 계속 주장해 왔다. 6자 회담의 성공을 우리 모두가 지원하고 격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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