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 정권, '암살 의혹'으로 뿌리채 흔들

<속보> WMD 내부고발자 암살, '정권 소행'으로 의문

파이낸셜 타임스(FT)와 가디언 등 영국의 주요 언론들이 18일(현지시간)부터 일제히 '영국 정부의 위기론'을 보도하고 있다. 지난 5월 29일 이라크 전쟁의 최대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WMD) 보고서가 조작된 것이라는 영국의 BBC 방송 보도로부터 시작된 'WMD 보고서 조작설'이 영국 정부의 위기로까지 번진 것이다.

그 결정적 계기는 BBC 보도의 취재원으로 의심받은 한 국방 과학자(데이비드 켈리)가 18일 변사체로 발견된 것이다. 켈리 박사는 지난 8일 영국 정부에 의해 BBC 보도의 취재원이었을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지목되었다. 때문에 상당수의 영국 국민들은 헐리웃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국가의 적)'가 그대로 재연된 듯한 사태에 큰 충격을 느끼며, 심증으로 블레어 총리의 오른팔로 불리는 앨러스테어 캠벨 공보수석과 제프 훈 국방장관이 이 사건을 지휘한 배후 인물로 믿고 있다.

***"블레어정권 뿌리채 흔들려"**

FT는 18일(현지시간) "블레어 총리의 열렬한 충성파 공보수석 앨러스태어 캠벨의 앞날에 큰 의문이 드리워졌다"면서 "데이비드 켈리의 죽음은 토니 블레어 정권 전체에 심대한 타격"이라고 보도했다.

FT는 "켈리 박사가 사실상 음모에 의해 살해됐다는 의혹이 짙어지면 영국의 위기로 확대될 것이며 캠밸이 첫 번째 타켓이 될 것"이라면서 "캠벨과 제프 훈 장관이 사퇴하게 되면 영국 정부의 토대가 흔들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디언지도 19일(현지시간) "켈리 박사의 타살 의혹으로 토니 블레어 정권은 뿌리채 흔들렸다"고 보도했다.

극동 순방 중이던 블레어 총리는 켈리 박사 사건을 접하자마자 즉각 '독립적인 특별조사'를 실시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대해 FT는 "법조계에서는 한 사람의 죽음을 두고 특별조사가 실시되는 것은 영국에서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면서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BBC에게 취재원의 정체를 밝히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던 캠벨과 제프 훈 국방장관의 사임을 몰고 올 수 있다"고 전했다.

FT는 "블레어 정권은 비교적 빠른 시일내에 사담 후세인을 제거했음에도 이를 정치적 자산으로 삼지 못했다"고 블레어 총리의 위기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 근거로 FT는 " 영국 정부가 이라크 전쟁 후 재건 작업이 지지부진하고 대량살상무기 증거 확보에 실패하면서 과연 전쟁에 참가한 것이 옳은 결정이었느냐에 대한 영국 국민과 언론들의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블레어 총리 자신이 일련의 사태에 얼마나 개입됐는가 의문들도 제기될 것"이라면서 "대량살상무기의 증거를 찾지 못해 심각한 궁지에 몰려온 현 정권의 사정을 고려할 때 블레어 총리가 다음 선거에 나설 배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커져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시의 일방주의 외교에도 큰 차질**

영국이외 국가의 외신들도 이번 사건과 관련, "아무리 블레어 총리가 독립적 수사를 약속한다 할지라도 과연 영국민들이 수사결과를 믿을지는 의문"이라며 "블레어 정권은 켈리 사망의 진위 여부를 떠나 '불신의 늪'에 빠져들었다"고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또다른 일각에서는 조지 W.부시 미대통령의 '영원한 파트너'였던 블레어 총리의 정치 위기로 인해, 부시대통령이 추진해온 일방주의 외교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 와중에도 불구하고 블레어 총리는 20일 방한, 노무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문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