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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전쟁, 정보심리전

'엠네스티' '국경없는 기자회', 미국의 언론탄압 비판

미국이 이라크 국영TV방송 등 통신시설에 대해 공격한 26일(현지시간) 국제인권단체 엠네스티 인터내셔널은 “TV방송국은 제네바 협정으로 보호되고 있는 시설”이라며 “미국의 공격은 전쟁범죄에 해당한다”고 비난했다.

또 국제저널리스트단체 ‘국경없는 기자회’(RSF)는 이날 본부가 있는 파리에서 로베르 메나르 사무국장이 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라크 전쟁에 기자를 동행하는 조건으로 미군이 보도에 많은 제약을 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마디로 말해 미국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언론을 통제하려 하고 있다는 비난이다.

일본의 마이니치 신문은 27일 미국이 이처럼 비난을 무릅쓰고 미디어에 대한 통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과 관련 “이라크 전쟁의 이면에서 또하나의 전쟁이 진행중”이라며 지난 1주일동안 전개된 양국의 치열한 '정보 심리전'을 분석한 글을 실었다.

다음은 ‘미.영군 공격으로 국영TV 한 때 마비-정보전 격화’라는 제목의 분석기사의 요약이다.

***또하나의 전쟁, 정보심리전**

미국과 영국군은 26일 새벽 바그다드에 있는 이라크 국영 TV를 공격, 24시간 체제로 방송하고 있는 위성TV가 몇시간 동안 국외 송출이 마비됐다. 방송 개시 전이었던 국내 TV 송출도 마비되었다. 미 CBS TV는 전자. 통신 기기를 사용 불능상태로 만드는 신종 무기 전자파 폭탄(E―BOMB)이 실전에서 처음으로 사용되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국영 TV는 후세인 대통령의 연설이나 기자회견의 모습을 흘려, 이라크 국민이나 아랍 세계에 메시지를 보내는 창구 역할을 해왔다. TV는 후세인 대통령의 선전 기관으로서 12년전 걸프전쟁 때에도 공격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방송시설 주변에 인간 방패를 자원한 민간인들이 있다는 정보와 후세인 정권 붕괴 후 통신 거점으로서 활용하겠다는 방안도 갖고 있어 미 행정부는 통신시설을 공격 목표물로 삼는 것을 주저해 왔다.

그러나 이번 공격은 정보전이 격화되면서 이를 제압할 필요성이 전쟁의 긴급 과제가 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개전으로부터 1주일. 바그다드의 공방이 초점이 되는 배후에서 또하나의 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카타르의 위성 TV ‘알 자지라’는 25일 도로를 가득 메운 군중 사이로 큰 관이 옮겨지는 가운데 한 여성이 눈물을 닦는 모습을 방송했다. 이라크 남부 바스라의 전투로 사망한 시민의 장례식 장면이었다.

이것을 본 요르단인들은 “아랍의 반전 데모가 격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순교자의 장례식은 아랍인의 심금을 울리는 가장 강력한 요소라는 것이다. 이슬람 사회에서는 순교자의 장례식에 지역 주민 대다수가 참가한다. 이라크 정부는 미디어에 이 취재를 허가함으로써 아랍 시민들에게 “미국과 싸우라”는 메세지를 보낸 것이다.

아랍 지역의 미디어 상황은 91년 걸프전쟁 당시와 크게 바뀌었다. 당시 서구 미디어를 통해서 정보를 입수할 수밖에 없었던 아랍인들은 독자적인 방송국(알 자지라 방송)을 갖게 됐다. 이라크 국내에서는 위성 TV의 수신이 제한되고 있지만, 이 방송은 아랍 지역 이외에 사는 아랍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후세인 정권이 적극적으로 정보전에 나서고 있는 또다른 이유는“후세인 대통령은 지도력을 잃고 있다”며 반후세인 봉기를 자극하는 연합군의 심리전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영국군 당국이 “바스라에서 민중 봉기가 일어났다”는 정보를 흘렸을 때 사하프 공보장관이 즉각 국영 TV로 이것을 부정했다. 후세인은 24일 국영 TV로 연설해 자신의 건재 모습을 보임으로써 ‘후세인 사상설’을 흘린 미국과 영국의 정보에 불신을 갖도록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또한 후세인의 연설은 자신의 건재뿐 아니라 아랍 전체에 대한 메시지도 전달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종군기자였던 이집트의 소설가로 가말 기타니는 “이라크가 괴로워하고 있을 때에도 팔레스타인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라크가 공격받아 파괴되어도 우리는 팔레스타인을 잊지 않는다고 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26일 이라크 국영 TV에 대한 공격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은 카타르의 위성 TV 알 자지라를 통해서 미군 포로와 시체들이 전세계에 방송된 사건이었다. 이 자료는 원래 이라크 국영 TV가 전달한 것이다. 중남부 나시리야 전투에서 다수의 희생자와 실종자가 나왔던 것이 확인되며 그때까지 순조롭게 수행되고 있다고 알려진 작전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한 미 정부이 반격에 나선 것이다.

미 정부의 우려대로 작전에 대한 지지율은 격감했다.“지상전의 개시가 성급했던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미지에 좌우되는 전쟁. 정보전의 일면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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