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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반등해도 외국인은 왜 계속 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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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주가 반등해도 외국인은 왜 계속 파나

북핵 위기에 연기금 투자손실로 주식투자 기피

"오늘 새벽 미국 주가가 폭등한만큼 예전 같았으면 오늘 국내증시에서 외국인들이 2천억원어치는 사들였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미국의 영향으로 주가가 22포인트나 급등한 오늘도 외국인들은 계속해 팔아치웠다. 간단치 않은 상황전개다."

투신운용사 피데스의 송상종 대표가 18일 장이 끝났을 때 한 말이다.

그의 우려대로 18일 국내 증시는 기관투자가들의 적극매수에 힘입어 전날 종가보다 22.07포인트 오른 537.31로 급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외국인들은 4백81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과연 외국인들은 지금 우리 증시, 더 나아가 우리 경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 것인가.

***외국계의 잇따른 투자축소 권고**

월가의 시각을 반영하는 미국의 골드만삭스증권은 18일 한국시장의 비중을 축소하고 대신 대만의 비중을 늘린다고 밝혔다. 골드먼삭스는 18일 '아시아-태평양지역 투자전략' 보고서를 통해 "올해 춘절 이후 주가 조정으로 대만 주식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매력적으로 보인다"며 '시장비중'의견을 제시한 반면 한국의 경우 과매도 국면임에도 불구하고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며 '비중축소'(언더웨이트)등급을 매겼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증시가 현재 과매도 상태인 것은 분명하지만 북핵 등 긴장고조로 인해 향후 수개월간 추세적인 반등이 나타나기 힘들다"면서 "또한 가계신용문제의 해결에 시간이 필요하고 외국인투자자들이 경제적. 정치적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최대 투자은행 J.P. 모건도 17일(현지시간) 투자자들에게 한국의 달러화 표시 채권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도록 권고했다.

다우존스에 따르면 J.P. 모건은 투자 보고서에서 한국 채권을 싼 값에 매입한다고 해도 지정학적 긴장과 SK글로벌 회계 부정 사건 때문에 시세 회복이 제한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J.P. 모건 아시아신용지수(JACI) 모델 포트폴리오에서 한국에대한 "비중확대(Overweight)"의 범위를 종전의 7.2%에서 1.2%로 낮췄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지금까지 모델 포트폴리오에서 한국에 대한 투자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던 후순위 채권에 대한 투자 비중을 축소했다.

보고서는 또 SK글로벌의 분식 회계가 취약한 금융시장에 미친 충격으로 한국물에 대한 우려가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달 들어 JACI 포트폴리오에 편입된 국가 중 한국물의 수익률은 마이너스 2%로 최악이었다고 전했다.보고서는 이어 단기적으로 북핵 위기에 따른 긴장이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신용평가기관들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FT, "한국경제 손발이 다 잘린 형국"**

런던 금융시장의 시각을 반영하는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도 18일(현지시간) 투자은행 ING를 인용 "한국의 경제가 손발이 다 잘린 형국으로 변한 것 같다"고 극단적인 표현으로 한국이 경제위기 상황이라고 단정했다.

FT는 "97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을 초래한 일련의 사건으로 '퍼펙트 스톰'의 한가운데에 빠져들었다"면서 "한국의 일부 언론도 한국이 경제위기상황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FT는 "고유가, 가계부채 급증 요인 외에 기업회계분식, 북핵위기로 한국의 경제가 흔들렸으며, 좌파 성향의 새 대통령 노무현의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분위기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분석했다. 한국을 보는 런던시장의 시선이 어떤가를 읽을 수 있는 기사다.

***외국 장기투자 연기금, 주식투자 축소 움직임**

이같은 외국계의 싸늘해진 시선을 '셀 코리아(Sell Korea)'로 받아들여야 하나.

한국금융연구원의 박재하 박사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지난주 홍콩에 외국금융기관들과 세미나차 갔다온 박재하 박사는 "북핵 위기때문에 외국인 투자가들이 신규투자를 멈칫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한국에서 철수하자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홍콩의 경우 50개월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싱가포르, 대만의 경우도 형편없다"며 "그나마 플러스 성장을 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과 우리나라뿐"이라며 현재 진행중인 상황은 결코 셀 코리아가 아니라고 단언했다.

피데스의 송상종 대표도 '셀 코리아'는 아직 아니라고 분석했다. 그는 "기존에 투자했던 자금이 무더기로 빠져나가기보다는 신규자금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이 우려된다"며 그 이유중 하나로 "미국의 장기투자 연기금이 지난 몇년간의 증시침체로 큰 손실을 입자 조합원들의 반발로 주식투자 비중을 축소하는 과정에 있어 기존 투자자금의 일부가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증시에 거대한 장기투자 자금줄 역할을 해왔던 주식형 펀드는 최근 들어 부쩍 위축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내 주식펀드에서는 2백70억달러가 순유출됐고 이 자금 규모를 뛰어넘는 1천2백40억달러의 자금이 채권 펀드로 유입됐다. 이는 뮤추얼펀드 트레이드 그룹인 인베스트먼트 컴퍼니 인스티튜트가 자금 흐름을 추적하기 시작한 18년전 이래 최대 규모의 순유출과 순유입이다.

이처럼 주식형 펀드로부터의 자금 이탈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통상 1월에는 연기금, 개인연금구좌, 확정갹출형 기업연금펀드(401k) 등에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는 시기지만 주식형펀드는 총 10억달러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펀드 조사업체인 리퍼에 따르면 1월에 자금이 순유출을 기록한 것은 지난 1990년 이후 처음이다. 반면 단기 매매에 치중하는 헤지펀드와 프로그램 매매 등 단기 트레이더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401k가 외면되는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401k는 전통적인 기업연금인 확정지급형과는 달리 연금 갹출액은 미리 정해져 있지만 미래연금지급액은 자산의 운용실적에 따라 달라지며 운용손실로 인한 책임도 가입한 종업원이 떠안는 위험한 기업연금제도다. 401k는 지난 10년간 미국 증시가 호황일 때 이를 더욱 부추기고 가입자들도 증시호황의 혜택을 누렸지만 주식시장이 침체되고 엔론 등 기업분식회계 사태로 퇴직연금을 모두 날리는 사건을 겪으면서 인기가 급감하고 있다.

미국 기업연금 가입자중 30%가 401K를 선택하고 있는데, 미국 월가의 애널리스트나 기업연금 컨설팅회사들에 따르면 401K 가입자들의 연금자산이 지난 3년 동안 50%정도 줄어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주가가 3년째 하락하면서 401k형 기업연금 가입률은 7년래 최저수준까지 떨어졌다.

요컨대 최근 한국시장에서의 외국인투자가 움직임은 세계적 증시기피 현상에다가 한국의 특수악재인 북핵문제가 가세하면서 생긴 불안현상인 셈이다. 금융연구원의 박재하 박사는 "북핵문제만 풀린다면 다른나라보다 상대적으로 펀더맨털인 양호한 만큼 우리나라 증시는 급등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경제적 측면에서라도 국가적 역량을 북핵문제 조기해결에 집결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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