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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재벌의 '대통령취임 축하광고'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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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재벌의 '대통령취임 축하광고' 경쟁

현대 10개사 백면 독식, 삼성-SK는 1면광고 나눠가져

대통령 취임식날인 25일 10대 일간지에 노무현대통령 취임을 축하하는 4대 재벌기업들의 광고가 일제히 실렸다.

광고비가 가장 비싼, 신문 맨뒤의 이른바 '백(back)면'은 현대.기아자동차가 전면광고로 휩쓸었다. 그 다음으로 비싼 1면 5단 광고는 삼성그룹과 SK그룹이 사이좋게 5개씩 나눠 가졌다. LG그룹은 전면광고로 10대 일간지의 내지를 택했다.

이를 두고 재계 일부에서는 "최근의 재벌개혁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재벌기업들이 대통령 취임축하 광고라는 대목을 놓치지 않기 위해 광고지면 쟁탈전을 펼친 결과가 아니냐"고 보고 있다.

***현대, "왕회장 시절부터 백면은 우리 것"**

현대의 경우 10대 일간지의 백면을 전부 확보하기 위해 가장 발빠르게 움직였다. 광고업계에 따르면, 현대는 대선 결과가 나오기도 전인 지난해 12월15일경 10대 일간지에 백면 전면광고를 예약해 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정주영 명예회장 때부터 지난 십수년간 현대는 백면을 확보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온 결과, '주요 행사 때 백면은 현대 것'이라는 관행이 광고계에 정착돼 있다"고 말했다.

소위 조중동으로 불리는 빅3 신문의 백면 전면광고는 1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는 이날 광고에서 재벌들 가운데 가장 화끈한(?) 광고 카피를 선보여 주목을 끌기도 했다.

"당신에게서 우리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늘 당신보다는 더 큰 우리를 생각하셨기에,
늘 지금보다도 더 나은 세상을 생각하셨기에,
늘 깊고 넓었지만 소박했던 당신의 모습.
하지만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믿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이 환하게 웃게 되리라는 것을."

***삼성과 SK의 이례적인 광고 양보**

백면 다음으로 주목받는 광고지면인 1면 5단광고의 가격은 6천만원선으로 알려지는데, 25일 삼성과 SK텔레콤이 10개 일간지중 5개 일간지씩을 사이좋게 나눠 가졌다.

우선 최근 최태원 회장 구속으로 초상집 분위기인 SK텔레콤은 나어린 여학생이 나온 광고를 통해 "대통령 아저씨 축하드려요! 작년에 월드컵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올해는 새로운 대통령 아저씨가 제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어떻게 달라질까? 뭐가 좋아질까? 대통령 아저씨가 고민하시는 만큼 저도 노력해야겠지요~^^ 모~두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노대통령 취임을 축하했다.

삼성의 광고 카피는 "제16대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오늘은 새로운 대한민국이 출발하는 날, 미래를 향한 국민 모두의 희망이 시작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과 참여정부의 출범! 온 국민과 함께 박수를 보냅니다. 함께 가요, 희망으로"였다.

그런데 이번에 1면 광고를 삼성과 SK가 반반씩 사이좋게 나눠가진 뒤에는 일화가 있다.

광고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이미 오래 전에 조중동의 1면 광고를 예약해 둔 상태였다. 그러나 최근 최태원 회장 구속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SK그룹이 빅3 중 한 곳을 양보해 달라고 요청하자, 삼성이 확보해 두었던 중앙일보 광고지면을 SK에 혼쾌히 양보하고 기타 신문까지 포함해 5개씩 사이좋게 나눠 가진 뒤, 취임식 다음날은 매체를 바꿔 다시 한번 취임축하 광고를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삼성이 SK에게 양보하면서 모양새 좋은 결과를 연출했는데, 이는 과거에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다는 게 광고업계의 전언이다.

대기업 광고 대행을 맡은 한 광고대행사 관계자는 "주요 행사가 있을 때 신문광고 지면을 차지하기 위한 기업들의 광고지면 쟁탈전은 정말 치열했다"면서 "IMF사태후 자존심 싸움은 많이 줄어든 편이나 이번 삼성의 광고 양보는 이례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좋은 지면을 차지하기 위해 평소 신문사 광고책임자에게 로비를 하는 등 관계를 돈독히 해두고 경쟁이 붙으면 광고단가가 평소보다 몇배로 올라가기도 했다"면서 "종전에는 '1면을 잡지 못하면 다 죽어', '1면을 도리하지(모조리 잡지) 못하면 들어올 생각마라' 는 등 윗사람들의 지상명령이 떨어지고는 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동병상련?**

재계에서는 이번에 삼성이 SK에 광고를 양보한 이면에는 일종의 동병상련의 심정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최근 두 그룹 사이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우호적이었다. 손길승 SKT회장이 전경련 회장이 되는 과정만 해도, 이건희 삼성회장이 손회장에게 두차례나 전화를 걸어 전경련 회장직을 권유한 데 이어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을 두차례 보내 설득한 끝에 손회장의 수락을 얻어냈다. 그러나 그후 최태원 SK회장이 전격구속되고 손길승 회장도 수사를 받아야 할 곤경에 처하자, 삼성이 SK측에 대해 광고면을 배려한 게 아니냐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한편 LG는 이날 10개 신문사 내지에 "자부심이 더 커집니다. 대한민국이 새롭게 출발합니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한 사람에게 더 큰 미래가 열리는 건강한 대한민국- 이제 우리의 내일에는 더 큰 자부심이 있습니다"라는 전면광고등 매체별로 3종류를 실었다.

이같은 재벌들의 광고전을 지켜본 한 언론계 관계자는 "대통령 취임식때마다 재벌들이 경쟁적으로 하는 축하광고는 새 대통령에 대한 예우라고도 볼 수 있으나 보는이들에게는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속 보이는 광고보다는 실제로 자기개혁에 충실한 기업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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