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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부 회장 연임,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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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유상부 회장 연임, 무엇이 문제인가

정부 "연임 반대", 포스코 "주총에서 표대결하자"

포스코 유상부 회장의 연임 문제가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공기업 개혁정책의 바로미터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뛰어난 경영실적으로 포스코의 지분 60%를 넘게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신임을 받아 연임이 무난할 것으로 자신했던 유 회장이 정부 영향권에 있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연임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19일 포스코 주식 2.34%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행의 김종창 행장은 “유 회장이 타이거풀스 주식매입 문제로 형사상 소추된 상태여서 추후 재판결과가 경영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주주 입장에서 찬성하기 어렵다”고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김 행장은 "포스코의 지배구조가 투명하고 안정적이어야 투자자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며 "최고경영자가 법적인 문제로 구설수에 올라있는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지분 0.84%를 보유하고 있는 대한투신운용도 유 회장 연임에 반대하기로 입장을 결정했다고 밝혔고, 한국투신, 국민연금 등 정부 관할아래 있는 여타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비슷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상부 회장은 옥상옥(屋上屋)"**

재계에서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이같은 입장 표명이 '민영화된 공기업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아온 노무현 대통령당선자 및 인수위의 입장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업은행 등이 나서기에 앞서 포스코를 겨냥한듯한 일련의 징후들이 목격됐었기 때문이다.

인수위 경제분과는 지난달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민영화된 공기업의 문제를 제기, 포스코와 KT(구 한국통신) 등을 바짝 긴장케 했다. 기껏 민영화를 시켜놓았더니 CEO의 황제공화국이 되려 한다는 요지의 비판이었다. 인수위는 “사외이사의 구성비율이나 이사회 출석현황 등을 볼 때 이사회가 측근들로 구성되고 있다”면서 “이사회 기능이 제 기능을 못하면 주주자본주의가 구현되고 있는 것으로 보기 힘들다”고 민영화 공기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로부터 얼마 뒤 이번에는 전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포스코를 겨냥해 직격탄을 날렸다. 전부총리는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기업 민영화와 관련, "공기업 민영화 작업은 빠를수록 좋으며 민영화 뒤에는 기업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기업 민영화는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게 목적인만큼 포스코 등 민영화된 공기업이 대표이사 사장외에 회장제를 두는 것은 옥상옥(屋上屋)"이라고 지적했다. 누가 듣기에도 분명히 유상부 회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발언이었다.

전 부총리의 이같은 발언에 대한 해석은 다양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며칠 뒤면 물러날 경제부총리의 발언에 지나친 무게를 둘 필요가 있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의 발언이 새 정부와의 조율을 거쳐 나온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며칠 뒤 후자의 관측이 맞았음이 입증됐다. 노무현 당선자가 직접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노 당선자는 지난 14일 전경련 주최로 열린 신년포럼에서 “민영화된 기업의 지배구조가 민영화 취지에 맞게 설계돼 있는지 의심의 여지가 있으며 경영진이 일부 지배주주나 회장의 사사로운 이익을 좇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 등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으나, 듣는 이들에게는 포스코 등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포스코, "정부와 일전 불사"**

정부나 노 당선자측은 "유상부 회장이 포스코의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를 겸함으로써 사실상 재벌의 오너같은 절대위상을 구축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사회 의장은 CEO를 감시견제하며 유사시 CEO를 교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포스코는 유상부 회장이 이를 겸임함으로써 자체 정화시스템이 마비돼 있다는 지적이다. 그 결과 조직 내부에 권위주의와 관료주의가 팽배하고, 단기수익성에 치중해 향후 수익성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정부의 시각인 것이다.

재경부의 고위관계자는 19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포스코 등의 경우 CEO를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들을 주주가 뽑아야 마땅하나 실제로는 대다수 사외이사들을 CEO가 뽑으면서 내부 견제기능이 마비된 상태"라며 "미국의 분식회계 사태때 크게 문제됐던 이른바 '대리인 모럴 해저드' 문제가 국내에서도 재연될 소지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그러나 이같은 정부 비판에 대해 이날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등 자본주의 어느 나라에서도 사외이사가 최고경영자의 측근들로 채워지는 것이 현실 아니냐”면서 “사외 이사 제도가 문제가 있으면 고치면 될 일이지 민간기업의 CEO 연임에 대해 정부가 나서는 것은 월권”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아직도 포스코에는 정부의 영향력 하에 있는 지분이 많은 만큼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 결과에 따르면 되는 것 아니냐”면서 “해외투자자들이 좋은 경영성적을 올리고 있는 유상부 회장에 대한 신임이 두터운 상태라 연임이 무난하리라 보고 있다”고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정부와 정면대결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회장, 키신저까지 동원해 연임운동 펼쳐**

포스코 관계자의 말에서도 읽을 수 있듯, 현재 유상부 회장의 연임 의지는 강력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 증거는 많다.

포스코는 지난달 17일 헨리 키신저 전 미국무장관이 유상부 회장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의 친서를 보냈다고 공개했다. 포스코의 고문인 키신저는 친서에서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26% 증가한 15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소식을 접했다”며 “이는 세계 철강산업이 겪은 험난한 도전속에 유 회장이 발휘한 경영능력에 대한 평가”라고 노골적으로 유회장 연임을 지지했다. 키신저는 현재 미국의 집권세력인 공화당의 원로로, 키신저의 지원사격은 상당한 정치적 함의를 담고 있는 것으로 재계는 해석했다.

지난 6일에는 해외주주를 대표해 포스코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새뮤얼 슈발리에 전 뉴욕은행 부총재가 "경영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을 때 유 회장을 재추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지원사격을 때렸다. 슈발리에는 사내 상임이사 2명,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되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위원으로 그의 언급은 유 회장 입장에서는 더없는 지원사격. 유 회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지난 4일 뉴욕에서 열린 해외투자가 대상 기업설명회(IR)에 직접 참가, 표몰이를 계속했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 유 회장은 지난 18일 이사회 추천을 통과하며 연임에 성공하는 듯 비쳤다. 지난 98년 3월 최초로 회장이 된 유 회장은 이번에 연임에 성공하면 8년간 회장직을 맡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19일 예기치 못한 기업은행 등의 반격(?)으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외국계 동향이 최대 변수**

포스코는 현재 외국인 지분 61%를 제외하고 포항공대 3.70%, SK그룹 3.34%, 삼성 1.19%, 국민연금기금 2.34%, 기업은행 2.34%, 자사주 9.6%, 개인주주 3.78%, 기타법인 13.08%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7.23%. 이는 포항공대 등 특수관계인 지분 3.59%보다 많아 지분구조로만 보면 표대결에서 정부가 얼마든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포스코의 외국인 보유지분이 61%에 달하고, 슈발리에 이사 등이 유상부 회장 지지 입장을 밝히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총 결과를 예견하기란 대단히 힘든 상황이다. 또한 포스코가 2000년 9월 민영화이래 양호한 실적을 올렸다는 대목도 유상부 회장에게 큰 버팀목이 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그러나 이와 관련, "만약 유 회장이 3월 정기주총에서 연임된다고 하더라도 정부와 불편한 관계하에서 정상적 활동이 가능하겠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지난해 타이거풀스 사건때도 드러났듯 유회장은 상당히 정치적인 인물"이라며 "노무현 정부가 포스코를 문제삼고 나선 데에는 이같은 유회장의 정치성도 한 요인이 되지 않았겠냐"고 덧붙였다.

노무현 새정부는 유상부 회장 건과 별도로 이번 사안을 계기로, 사외이사의 공정한 선임 및 권한강화와 함께 기관투자가들의 역할제고 등 민영화된 공기업에 대한 제어장치를 다각도로 검토 중인으로 알려져,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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