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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와 냉소', 재계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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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와 냉소', 재계의 두 얼굴

손길승 회장 盧에게 사과, 자유기업원 "재벌개혁 NO"

전국경제인연합회 손길승 신임회장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10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의 면담을 통해 재계가 차기정부와의 화해를 시도했다.

***"인수위와의 갈등설, 송구스럽다"**

손길승 신임회장은 이날 오후 4시30분 정부종합청사 별관 당선자 집무실에서 노 당선자를 예방한 자리에서 "인수위와 갈등을 빚는 것처럼 이야기가 나오는 데 송구스럽다.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최근 사회주의 발언파문 등에 대해 전경련 신임 수장으로서 다시 한번 사과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노 당선자는 "그렇게 말하니 오히려 내가 그렇다. 개인적 견해를 가지고 한두사람 그리 이야기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단 사과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였다.

또한 노 당선자는 "요즘 다들 어렵게 생각하는데 전경련 잘 운영해서 국가경제나 여러 분야에 기여해주길 바란다"면서 "오래 전 저에 대한 인식이나 고정관념에 있어서 개별적으로 발언한 것을 전경련 전체의 생각으로 보지 않는다. 그런 인식이 있더라도 풀고 걱정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손 회장은 "그렇게 포용해 주시니 감사하다"면서 "본인들도 깊이 반성하고 있고 재계에서도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느냐는 말이 많다"고 전했다.

노 당선자 역시 "인수위 부분도 그런 게 많다"며 "결정이 안됐는데도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어 서로 잘 조율해야 한다. 누구라도 기업이 잘되는 것이 국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예방에는 노 당선자측에서 문희상 비서실장 내정자와 이낙연 대변인이 배석했다.

외형상 이날 만남은 '데땅트'로 비쳤다.

***자유기업원, "모든 것을 풀어달라"**

하지만 이날 오전 여의도 전경련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자유기업원의 '새 정부에 대한 자유주의 정책제안 세미나' 분위기는 결코 그렇지 않았다.

전경련의 분신격인 자유기업원은 이날 세미나에서 기업, 노동, 금융통화, 교육, 조세재정, 정치, 외교국방, 토지환경 등 8개 분야에 대한 정책을 제시했다. 재계의 주문사항인 셈이다.

자유기업원은 이날 세미나에서 노무현 정부가 추진중인 3대 재벌개혁 등 경제개혁에 대해 정면으로 제동을 걸었다.

기업 부문과 관련해선, 공정공시제도 폐지, 출자총액규제 폐지, 집단소송제 도입 반대, 공정거래법의 경쟁촉진 정책으로의 전환 등을 요구했다.

노동 부문과 관련해서는, 노사정 위원회 폐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요구 금지, 파업중 대체근로 허용, 법정근로시간 단축시기 (연장) 조정 등을 주문했다.

금융.통화 부문과 관련해선, 은행소유 자유화, 금융감독원 조직과 기능 축소, 금융감독 정책기능과 감독기능 분리, 예금보험공사 민영화 등을 요구했다.

조세.재정과 관련해서는, 법인세 폐지, 헌법에 조세부담률 상한선 명시, 세무조사 재량권 축소 등을 주문했다.

토지.환경과 관련해선, 그린벨트 규제 폐지, 수도권 억제책 폐지, 휘발유세 인하와 경유세 인상, 재건축 및 재개발 규제 폐지 등을 요구했다.

요컨대 "모든 것을 풀어달라"는 것이었다. 이는 노무현 후보 당선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통해 윤곽을 드러낸 시장 투명성 제고를 위한 경제개혁 정책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요구들이었다.

자유기업원이 사실상 '빅4'의 출연금에 의해 세워진 전경련의 분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재계의 주문이자 노 당선자가 추진코자 하는 경제개혁에 대한 분명한 'NO' 사인이었다.

***서로가 '미소와 냉소'**

노 당선자측도 손길승 회장과의 만남에서 '미소'로 화답했으나, 재계의 본질적 태도에 대해선 분명한 인식을 하고 있는 분위기다. 노 당선자는 지난주말 이와 관련, "일부 경제단체와 언론단체가 제동을 걸고 있으나 할 일은 할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노 당선자는 12~14일까지 `새로운 희망, 새로운 리더십, 경제강국을 향한 대도전'이라는 주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영원 주관으로 열리는 `제6회 2003년 최고경영자 신년포럼'에 오는 14일 참석, 자신의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울러 금주말로 예정된 각료 인선에서 재벌개혁 의지가 분명한 경제팀을 출범시킴으로써 더이상 말이 아닌 행동으로 개혁의지를 밝힐 예정이라는 게 인수위의 전언이다.

노 당선자와 재계는 지금 서로 '미소와 냉소'를 머금고 있다. 과연 누가 최후에 웃는자가 될지, 앞으로 예의주시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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