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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의 관심 끈 룰라의 '양줄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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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의 관심 끈 룰라의 '양줄 외교'

'빼어난 조정자' 호평속 "최종선택은 글쎄?"

'브라질의 노무현'에 비유되는 룰라(루이스 이나치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세계화를 지지하는 세계경제포럼(WEF)과 이에 대항하는 반세계화 사회운동가들의 모임인 세계사회포럼(WSF) 양쪽에 모두 참석해 다같이 환영받는 절묘한 '조정자'의 행보를 보여 국제사회의 큰 주목을 끌고 있다.

두 행사는 같은 기간(1월23일~28일) 열렸다. 지금으로부터 3년전 반세계화 운동가들이 세계화의 상징인 다보스 포럼에 대항하기 위해 같은 기간 동안 WSF를 열기로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쪽 모임의 성격상 다보스 참석자들에게 기쁜 소식은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열린 WSF 참석자에게는 우려로 받아들이는 것이 당연하다는 게 일반의 통념이었다.

포르투 알레그레 참석자들은 통상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아돌프 히틀러와 동일시하고 미국이 추진하는 미주자유무역협정(FTAA)를 인류에 대한 범죄로 몰아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다보스 참석자들은 최근 다소 기가 죽긴 했으나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에 대한 변함없는 신봉자들이다.

***반세계화와 세계화 진영 모두에서 환영받은 룰라**

이처럼 물과 불 사이인 두 회의에 룰라 브라질대통령은 모두 모습을 나타냈다.

룰라는 지난 1월24일 브라질 남부 항구도시 포루트 알레그레에 모인 7만5천명의 WSF 참석자들로부터 'WSF의 지도자'로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캐나다 노조운동가 토머스 드 카스트로는 룰라를 일컬어"그는 브라질 국민뿐 아니라 전세계 빈곤층에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고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로 세번째를 맞는 WSF의 창시자가 다름아닌 룰라이기 때문이다.

룰라는 하지만 자신이 창립한 WSF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개막식에 끝나자 그는 곧바로 스위스 스키휴양지 다보스로 건너가 지난달 26일 연설에서 "부자 국가들과 다국적기업들이 후원하는 '제3세계 빈곤퇴치 기금' 창설을 역설했다.

이러한 제안에 대해 다보스 포럼 회장은 "적극 검토하겠다"는 화답을 보내는 등 WEF에 모인 각국 기업가들과 금융계 인사들은 호의적 반응을 보였다.

이같은 환대는 노무현 당선자와 북한의 김영남 두사람에게 동시에 초청장을 보냈다가 성사되지 못하자, 한국 취재단의 회의장 입장을 차단하는 등 자못 오만한 모습을 보였던 다보스답지 않은 것이었다.

***"룰라는 빼어난 조정자"**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1월30일자)는 이와 관련,"룰라가 양쪽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그것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의한 것이 아니라 기존 질서 안에서 묘안을 찾아내는 것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튼 그 첫번째 근거로, "룰라는 조정자"라는 점을 들었다.

"석유를 위해 피를 흘리지 말라"는 시위대의 구호는 룰라의 입을 통해 "세계는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원한다"는 말로 바뀌었다. 그래도 그의 연설은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환영을 받았다.

"FTAA를 철폐하라"는 시위대의 구호는 룰라에 의해 다보스포럼에서 "우리는 자유무역을 원하지만 호혜적이어야 한다"는 말로 바뀌었다.

룰라는 같은 메시지라 할지라도 듣는이로 하여금 거부감을 최소화하도록 하는 뛰어난 조정자적 자질을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두번째로, 룰라는 주로 다보스가 인정하는 수단으로 진보적인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평가였다. 룰라의 경제팀은 집권후 서방의 우려를 씻고 부실재정과 고인플레에 시달리는 국가들에 대해 내리는 IMF의 흑자예산과 고금리 같은 처방을 받아들였다.

97년 외환위기직후 집권한 김대중 대통령이 긴급금융지원의 대가로 IMF의 요구를 전폭 수용한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한마디로 말해 룰라에 대한 다보스의 평가는 "얘기가 통할만한 친구"라는 것이었다.

***룰라의 양줄타기 언제까지 가능할까**

이코노미스트지는 그러나 과연 룰라가 앞으로 이같은 양줄타기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선 회의적으로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는"경제성장과 빈곤퇴치에 필요한 자원을 창출하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인정한 IMF, 연금, 노동 개혁 프로그램에 반발하는 당내 좌파들이 룰라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이라면서 "룰라 대통령이 다보스 포럼이 경제사회적 정의에 결코 장애물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한다면 그의 임기말에 포르투 알레그레의 호응이 냉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요컨대 룰라가'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를 통해 현재 극한대립을 보이고 있는 세계화와 반세계화의 양대 진영 사이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으나, 실제 추진과정에서는 서방자본의 요구대로'세계화 질서 내에서의 묘수찾기'에 머물러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인 셈이다.

과연 브라질 최초의 노동계 출신대통령인 룰라가 심각한 국내경제위기와 반세계화라는 상호모순된 대립구도하에서 어떤 정치적 해법을 찾아낼지, 앞으로 예의주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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