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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경제팀 무능 3인방' 모두 경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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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경제팀 무능 3인방' 모두 경질

경질 알려지자 주가 급등, 차기는 '시장친화적 인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자신의 측근들에게 '절대 충성'을 요구한다. 그 대신 자신이 임명한 측근에 대한 의리도 대단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과거 '전두환식' 통치술이다. 웬만하면 경질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런 부시가 자신이 임명한 지 2년도 안된 경제수장을 경질했다. 백악관은 6일(현지시간) 폴 오닐 재무장관, 로렌스 린지 경제수석이 조만간 사표를 낼 것이라고 공식발표했다. 11월 실업률이 6.0%를 기록해 지난 4월 이후 7개월만에 6%대에 진입하고, 비농업부문 신규 일자리도 4만건이나 감소한 것으로 조사돼 미 경제가 여전히 취약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직후의 일이다.

***시장 쌍수 들어 경질 환영**

경제각료의 유·무능을 판별하는 기준중 하나가 경질 소식이 나왔을 때 '시장의 반응'이다.

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고용지표의 불안으로 급락세로 출발했으나, 경제팀의 사임소식이 날아들자 낙폭을 크게 줄이더니 마감 30여분을 앞두고 마침내 상승세로 반등해 결국 0.26%, 22.49포인트 상승한 8645.77포인트로 거래를 마감했다. 나스닥 역시 급락세로 출발했으나 개장 1시간여만에 상승세로 방향을 정해 0.83%, 11.69포인트 상승한 1422.44포인트로 거래를 마감했다.

시장이 쌍수를 들어 환영한 것이다. 그동안 시장이 얼마나 '부시의 경제팀'을 무능하다고 여겨왔는가를 보여주는 웅변적 증거다.

***오닐은 미국의 '왕따'였다**

이번 인사조치의 배경에 대해 워싱턴 정가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중간선거에서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재선을 위해서는 '부시 행정부 최대 무능팀'이라는 경제팀에 대한 수술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로써 부시 경제팀에서 '무능 3인방'으로 꼽혀왔던 폴 오닐 재무장관, 로버트 린지 경제수석, 하비 피트 증권거래위원장이 모두 물러나게 된 것이다. 하비 피트는 이미 지난달 15개월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그의 임기는 2007년까지였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지난 달 뉴욕타임스의 칼럼에서 부시 행정부에서는 "때때로 무능력이야말로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필요한 요소"라는 '피트의 원리'가 작동하고 있다고 맹렬히 비난한 바 있다.

부시행정부는 내부커넥션을 이용해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에 의해,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부패조직이라는 것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당시 "재무장관이 할 일은 건전한 재정 및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연방예산이나 거시경제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제조업 출신의 유명한 경영자(폴 오닐)를 뽑아라. 그러면 그 재무장관은 기록적인 흑자예산을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막대한 적자로 돌려놓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실제로 오닐은 소비자신뢰가 9년래 최악으로 떨어졌다는 발표 직전 "최근 경제지표가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는 등 경제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을 자주해 시장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오닐은 지난해 1월 재무장관에 임명되기 전 12년동안 알루미늄 기업인 알코아 회장으로 근무한 제조업 출신으로 월가에 대해서 잘 모르는 데다 상원 공화당 의원들조차 그를 무시해 왔다.

오닐이 공화당 상원의원들로부터 얼마나 '왕따'를 당했는지 현역 재무장관임에도 9.11 테러 사태 이후 상원이 개최한 청문회에 한번도 초청받지 못한 점을 들 수 있다. 당시 9.11 테러 사건이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는 상원 청문회에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과 클린턴 정부시절 5년간 재무장관을 역임했던 로버트 루빈 현 씨티그룹 회장이 초청됐었다. 이를 두고 당시 월가에서는 전임 재무장관이 월가에 대한 영향력에서 현직 재무장관을 능가하는 것을 상징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후에도 오닐은 금융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부시행정부 출범 이후 미묘한 금융정책에 대한 말실수로 달러가치나 주가의 급등락을 야기하는 등 시장혼선을 일으켜 월가에서는 "부시대통령이 전쟁에서 이기고도 경제 문제로 재선에 실패한 아버지꼴이 나지 않으려면 하루빨리 오닐을 경질해야 할 것"이라는 경고를 계속 해왔다.

***"시장친화적 인물 뽑아라"**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6일(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후임 재무장관은 3가지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면서 경제에 대한 이해, 금융시장 특히 글로벌 마켓에 대한 감각, 대통령·의회·월가·미국민·외국 정책당국자들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능력을 꼽았다. 한마디로 오닐이 이런 자질에서 어느 것 하나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FT는 "이같은 자질을 모두 갖춘 이가 드물지만 지금보다 나은 인물은 있다"면서 "안정과 번영이 없이는 부시 대통령은 재집권에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 정가와 월가에서는 후임 재무장관에 '시장친화적 인물'이 임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월가에서는 제조업체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오닐 장관이 불명예 퇴진함에 따라 후임자로 은행이나 월가 출신 인사가 임명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초의 온라인 증권사로 유명한 챨스슈왑증권의 챨스 슈왑 회장, 조셉 그라노 쥬니어 UBS파인웨버 회장, 빌 아처 전 공화당 의원, 퇴임을 앞둔 필 그램 상원의원 등이 꼽히고 있다.

챨스 슈왑 회장은 투자은행을 소유하지 않고 있어 월가의 이해상충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으며, 필 그램 상원의원은 UBS워버그의 부회장으로 예정돼 있지만 현직 상원의원의 경우 인준에 유리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인 존 테일러의 승진 기용 가능성도 흘러 나오고 있다. 차기 경제 수석에는 경제 분석에 능한 박사 출신의 경제학자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린지 수석이 정치적인 영역까지 관여한 데 따른 반작용이다.

린지 수석은 경제 문제의 조정자 역할이라는 본분을 잊고 지난 9월 투자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법안을 추진하는 게 중간선거에 유리하다고 주장하는 등 정치영역에서까지 지나치게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려는 태도로 행정부 내부의 갈등을 불러 일으켰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백악관 경제수석 자리에는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학 교수가 거명되고 있다. 그는 글렌 허바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린지 경제수석 등 현 부시 행정부의 경제팀 관리들의 은사로 부시 행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감세정책의 이론적 틀을 제공한 학자로 알려졌다. 골드만삭스 전 회장인 스티븐 프리드만도 백악관 경제수석으로 거론되고 있다.

과연 부시 대통령이 재선을 위한 '유능 경제팀'을 구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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