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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2위 항공사 '유나이티드' 사실상 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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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2위 항공사 '유나이티드' 사실상 파산

9.11 저주인가, 지난 8월 US항공 이어 올들어 2번째

9.11테러의 저주는 실현되고 마는가. 지난해 9월11일 뉴욕 세계무역센터를 전소시키고 워싱턴 미 국방부(펜타곤) 건물을 파괴하는 등 대참사의 뇌관 역할을 했던 4대의 민간 항공기는 각각 미국 1위 항공사 아메리칸항공 소속 2대, 2위 항공사 유나이트항공 소속 2대였다.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 북쪽 타워를 덮친 것은 유나이티드항공 소속 UA175편이며 남쪽 타워와 충돌한 것은 아메리칸항공 보잉767기였다. 또한 펜실베니아 피츠버그부근에 추락한 것은 유나이티드항공 보잉757이었고, 펜타곤을 덮친 것은 아메리칸 항공 77편이었다.

***9.11테러의 저주**

이후 두 항공사는 '저주받은 비행기'가 되어 버려 승객들이 급감했다. 아메리칸 항공(1위)은 올해 들어 9월까지 30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지난해 항공산업 사상 최대 적자였던 21억달러의 손실을 냈다.

지난해 10억달러의 적자를 낸 델타 항공(3위)도 경영위기가 심각한 상황이어서 8천명의 인력을 감축하는 한편, 연금지급제도를 바꿔 향후 5년간 5억달러가량의 비용절감을 목표로 하는 등 파산을 면하기 위해 다각도의 자구방안을 마련중으로 알려졌다. 노스웨스트항공(4위), 콘티넨털항공(5위)도 올들어 매분기마다 각각 수천만 달러 이상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9대 항공사는 지난해 77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70억달러 이상의 적자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항공사들이 이처럼 집단적인 경영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매출의 대부분을 국내선에 의존하고 있지만 항공여행 기피 경향이 뚜렷해지고 특히 항공사 수익의 70%를 차지하는 기업 고객이 항공기 이용을 줄이거나 저가 항공사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게다가 9.11 테러 이후 1년 동안 보험료 인상 등 보안 관련 추가 비용이 업계 전체로 40억달러에 이른 점도 어려움을 가중시킨 요인으로 작용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항공업계가 호황을 누리던 90년대 중반이후 대형 항공사들 사이에 전개된 무분별한 확장 경쟁이 위기의 근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항공시장이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렀음에도 이들은 해마다 3%씩 운항편수를 늘렸으며, 그 결과 9.11 테러직전 미국 항공시장은 15%의 과잉상태였다는 분석이다.

***유나이티드 항공 파산 확실시**

9.11테러가 터지자 가뜩이나 치열한 경쟁과 경기침체에 시달리던 항공업계 전체가 어려웠던 마당에 승객의 대폭적인 감소까지 겹쳐 한계상황에 와있던 항공사부터 쓰러지기 시작했다.

파산의 신호탄을 올린 것은 지난 8월 파산보호신청을 한 US항공(7위)이었다.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12월 들어 이제 유나이티드항공(2위)이 파산이 확실시되고 있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신규대출을 위한 정부보증 요청안마저 기각됐다"고 보도하면서 "이번 결정은 관에 마지막 못을 박은 셈으로 유나이티트항공은 파산신청이 불가피하며 그것도 매우 빠른 시간내에 이루어질 것"이라는 국제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항공전문분석가 필립 배글리의 분석을 전했다.

AP통신도 "정부의 보증과 신규대출 없이는 파산신청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유나이티드항공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의 보증요청을 심사한 미 항공운송안정이사회(ATSB)는 2대1로 기각결정을 내렸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위원으로 이번 심사에 참가한 에드워드 그램리치는 AP와의 인터뷰에서 "납세자에 대한 책임과 항공산업의 장기적 안정을 위해서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재무부 부장관으로 ATSB위원인 피셔도 "보증액수만의 문제가 아니라 보증요청안에 포함된 자구안 자체가 근본적으로 부실했다"고 말했다.

***내년 1월이면 파산 불가피**

ATSB는 9.11사태 이후 미 항공사들이 위기에 몰리자 지난해말 의회에 의해 설립된 항공산업대책기구다. ATSB는 1백억달러에 달하는 지급보증프로그램을 마련해 이미 대형항공사 2곳에 보증을 승인했다.

지난 7월 US항공이 9억달러 연방정부보증을 승인받았고, 지난해 12월 아메리카 서부항공이 3억8천만 달러의 보증을 얻어냈다. 그밖에 몇몇 군소항공사들도 지급보증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US항공의 경우 지급보증에도 불구하고 다음달 파산신청을 했다. US항공의 전례를 볼 때 ATSB는 유나이티드항공 역시 지급보증에도 불구하고 파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ATSB는 기각 결정문에서 "유나이티드항공의 자구안이 대출상환 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납세자에게 용인할 수 없는 높은 위험을 안고 있다"고 언급했다.

유나이트항공은 지난해에만 21억 달러라는 기록적인 적자를 냈다. 올해는 이보다 더 많은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각결정이 내려지면서 유나이트항공의 모기업 UAL의 주가는 주당 1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UAL항공의 주가는 올해초만 해도 13달러가 넘었다.

S&P는 이미 지난달 29일 유나이티드항공과 모기업인 UAL의 장기 회사채 신용등급을 'CCC'에서 'CCC-'로 강등했다. 최악의 투기등급이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이달 만기가 되는 부채만 10억달러다. 20억 달러의 신규대출과 18억 달러의 정부보증이 시급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2만4천명의 비행승무원들이 4억달러의 임금삭감을 감수하기로 결정한 유나이티드항공의 승무원 노조는 "ATSB는 항공사를 살리려고 만든 것이지, 항공산업을 구조조정하라고 있는 게 아니다"면서 이번 결정에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항공사 양대 노조인 정비공 노조가 6억달러의 임금 삭감안에 여전히 반대하고 있는 것이 이번 기각결정에 적지 않는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UAL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항공기 조종사들이 이 회사 주식의 25%를, 다른 종업원들이 30%를 소유하고 있는 독특한 지분구조다. 이 때문에 감원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JP모건의 제이미 베이커 애널리스트는 "유나이트항공은 매일 7백만달러를 까먹고 있어 내년 1월이면 자금이 바닥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9.11 테러 이전 유나이티드항공의 직원수는 10만명을 넘었으나 현재는 8만명으로 줄었으며 또다시 1만명을 감원하기로 하는 등 갖가지 경비절감안을 들고 나와도 역부족인 상태인 것이다.

유나이티드항공의 파산이 확실시되자 이제 항공업계의 관심은 수십억달러씩 적자를 내고 있는 1위 아메리칸항공에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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