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선 검사는 그 후 '세 번 구속, 세 번 무죄'라는 참담한 인생 유전을 겪었다. 그에게 <PD수첩> 재판,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 재판, 용산참사 수사기록 공개 결정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을 서거에 이르게 했다고 '의심' 받고 있는 박연차 사건 수사는 남의 일이 아니었다.
▲ 민주당 박주선 최고위원 ⓒ프레시안 최형락 |
한명숙 수사 "검찰이 '불법 바게닝' 하고 있을 가능성 높다"
"김준규 검찰총장 취임 후 달라진 것이 있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는 검찰이 적법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위법하고 부당한 수사를 할 때 얼마나 큰 부작용을 가져오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피의 사실 공표가 개인의 사생활과 명예를 얼마나 심각하게 침해하는 일인가. 노무현 대통령 수사를 생방송 하듯 전부 공표 했다. 검찰 소환이라는 것은 증거를 확보하고, 확실한 기소 대상이 된다고 인정됐을 때 하는 것인데, 전직 대통령을 소환해놓고 23일 동안 무슨 짓을 했느냐. 언론에 매일 피의 사실을 공표해 마녀사냥을 했지 않나. 노무현 대통령은 (당시) 살아있었지만 이미 범법자가 돼버렸다. 그래서 그 때 '정치 보복을 위한 수사로 변질시키지 말라, 무슨 증거가 있느냐'고 따졌다."
"검찰 수뇌부가 바뀐 후에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인가?"
"달라진 것이 없다. 한명숙 사건을 보라. 이 사건에서도 계속 (혐의를) 공표하고 있지 않나."
"박 최고위원은 한명숙 전 총리 정치공작분쇄 공동대책위원장이다. 사건의 실체가 무엇인가?"
"뇌물죄는 뇌물을 받은 사람이나 준 사람이나 필요적 공범관계에 있기 때문에 똑같이 처벌받는다. 특별한 원한 관계가 없는 한 없는 죄를 뒤집어 써 가면서까지 '저 사람에게 뇌물을 줬다'고 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검찰이 '뇌물을 줬다고 하면 당신의 여죄는 묻지 않겠다'고 하는 사실상의 '불법 바게닝'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제도상으로 바게닝 제도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만약 검찰이 바게닝을 하고 있다면 전부 불법이다. 수사에 대한 직무 유기를 한 것이니까."
"최근 법원과 검찰 간에 공방이 한창이다. 정치권까지 나서고 있는데."
"사법권의 독립은 여론으로부터의 독립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서 심급 제도가 있는 것이다. 1심에서 잘못됐다고 하면 상고심에서 시정하도록 해야지 사법부를 상대로 여론 몰이를 해서는 안 된다."
"용산 수사 기록을 공개하라는 재판부의 명령을 검찰이 1심에서 안 지켰다."
"사법 결정의 최후 보루인 법원의 결정과 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검찰이 과연 위법 행위, 범법 행위를 수사할 자격이 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피고인이나 피해자는 검찰과 대등한 '사건의 당사자'다. 검찰이 법원의 결정도 지키지 않는 초법적인 존재라고 한다면, 피고소인이 검찰 수사에 협조할 의무가 어디에 있느냐. 심지어 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나도 교도소에 안 가겠다면 어쩌겠느냐. 검찰도 법을 안 지키는데."
"법원이 그것을 강제할 수단이 없는 것 같다."
"없다. 제도적 보완을 해야 한다."
"민주, '통합' 위한 조기전대라면 해야 한다"
▲ "제가 할 일은 민주당을 중심으로 반 한나라당, 반 MB 정치 세력들을 통합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최형락 |
"지방선거 전에 전대를 해야 한다는 얘기가 민주당 내에 있는 것 같다."
"통합을 위해서라면 해야 한다. 그러나 당 지도부에 대한 책임, 쇄신 차원에서 전대를 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하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의 집중도가 떨어지고, 당력이 분산되고 세력이 분열되면 지방선거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여하간 전당대회를 하면 당권에 도전하나?"
"그런 계획을 갖거나 그런 얘기를 해 본 적이 없다. 제가 할 일은 민주당을 중심으로 반 한나라당, 반 MB 정치 세력들을 통합하는 것이다. 그 역할을 할 것이다."
"정동영계나 친노세력처럼 구 민주당계가 세력으로 있나?"
"있다 해도 지금은 그런 소리해서는 안 된다.(웃음) 통합된 민주당으로 가야 한다. 따로 조직이 있어선 안 된다. 이번 지방선거 공천이 그래서 중요하다. 아주 공정하게해서 당을 화학적으로 융합시켜야 한다.
"일정대로라면 6월 지방선거 후인 7월에 전당대회를 한다. 손학규 전 대표가 도전하나?"
"그럴 수도 있겠다. 정치에서 가정은 얼마든지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가정까지 언급하는 것은 너무 한가해 보인다."
"전체적으로 보면 민주당이 약체다."
"개인의 역량과 자질을 놓고 보면, 한나라당 누구와도 견줄만한 사람들이 민주당에 많이 있다. 이번에 정말 민주당을 혁신하고자 한다면 큰 틀 속에서 능력과 자질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공정한 기회를 보장받고 투명하게 경쟁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민주당 잠룡들이 국민에게 다가가고 이들에게 국민들의 시선이 모아지면 제대로 평가 받게 될 것이다."
"지방선거 전에 통합 전대가 만들어지면 그런 판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더 좋다."
"'공천 배심원제'는 어떤 역할을 하나?"
"배심원제는 일반적인 제도라기보다는 예외적인 경우의, 보완하는 제도로 봐야 한다."
"일종의 완화된 형태의 전략 공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 기존의 경선 방식과 전략 공천의 중간지대다. 그런데 이 제도에도 맹점이 있다. 정당의 뿌리, 정당의 주인인 당원의 의사를 배제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고, 운영을 잘 못하게 되면 최악의 제도가 된다. 배심원을 선정하는 주체, 자격, 선정 절차, 방법 등이 아주 공정하고 사심 없이,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잘못될 수 있다."
"'게임의 룰'이 빨리 만들어져야 될 것 같은데 시간이 많지 않다."
"당헌만 개정이 되면 지침 만드는 것은 금방 할 수 있다. 민주당이 그런 역량은 있다. 2월부터는 그런 룰이 마련돼 작동돼야 한다."
"모든 것이 '통합'을 위한 것이라는 말로 들린다. '미디어법 3인방'의 국회 복귀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환영한다. 함께 하는 투쟁을 해야 한다. 손학규 전 대표, 정동영 의원 다 들어와야 한다."
"추미애 의원 문제는?"
"어떤 이유에서든 간에 날치기로 표결을 했다면 우리 당 의원이라도 비판해야 한다. 날치기 폭력 추방을 위해서 국회 차원에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당론 위배 문제는 당 윤리위원회 차원에서 검토를 해야 하겠지만 해당 행위라는 결론이 나더라도 과연 추미애 의원에게 중징계를 할 지도부의 자격이 있나 냉철히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는 수많은 당론이 있었지만 지도부 차원에서 당론을 관철시킨 적이 결과적으로 한 번도 없다. 당론을 관철시키지 못한 걸 소극적인 해당행위라 한다면 민주당에서 해당 행위를 안 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론만 우선시 한다면 한나라당과 무슨 차이가 있나. 거대 여당의 횡포로 우리 민주당이 분열을 겪는 것이 결국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민주 정부 10년 평가 이뤄진 후에 '뉴민주당 플랜' 나왔어야"
"추미애 의원 문제도 그렇지만 민주당 지도부가 지난 연말 예산정국을 거치면서 실망을 많이 준 것 같다."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원칙이 없다''전략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작년 두 번의 재보궐 선거가 앰플주사처럼 대책도 없이 지도부를 연명시켜주고 있다는 냉소적인 분석도 있다."
"지도부의 한 사람이라 임기 얘기하면 정말 임기에 연연하는 사람처럼 되는데(웃음), 사실 누가 대표를 맡았어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정 대표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좀 가혹하다."
이 인터뷰를 정리할 무렵 정세균 대표는 김효석 의원이 작성한 '뉴 민주당 플랜' 중 교육 관련 정책을 1차로 발표 했다. 이것이 과연 생산적인 당 정체성 논쟁으로 발전해 갈 수 있을까?
▲ "'뉴민주당플랜' 앞서 민주정부 10년간 우리가 뭘 잘못했는지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 ⓒ프레시안 최형락 |
"민주당에서 당 정체성 문제를 제기하는 의원들이 꽤 많다. 그런데 진전은 없다. 정당이 정책 노선, 정체성과 관련된 논의를 이렇게 오랫동안 방치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않나?"
"2007년도 대선, 2008년도 총선에서 몸서리쳐질 정도로 참패를 당했다. 민주당이 어떤 위치에 서 있나. 민주당의 좌표가 뭐냐. 앞으로 민주당이 어떻게 바뀌고 달라져야 국민의 지지와 성원을 받겠느냐 하는 점검과 검증이 신속히 이뤄졌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정부 10년간 우리가 뭘 잘못했는지 엄정한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 그래서 민주 정부 10년 평가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수차례 주장했다. 그것이 작년 10월에 구성이 됐지만 성과는 아직 안 나오고 있다. 거기에서 버릴 것은 버리고, 계승할 것은 계승하고, 새로 창조할 것은 창조하는 비전이 먼저 도출된 다음 그것에 기반해 정체성, 노선, 정책으로 포장된 뉴 민주당 플랜이 나왔어야 하는데 아쉽다."
"순서가 거꾸로 됐나?"
"그렇다."
성찰과 반성에 대한 박 의원의 강조는 지난번에 인터뷰 한 정동영 의원의 주장과 궤를 같이 했다. 흥미 있는 일치다.
"MB 세종시 사과는 거짓으로 표 모은 것 인정한 셈…대통령직 내놔야"
"이명박 대통령을 평가한다면?"
"기업가 출신, 어려운 가정에서 자수성가한 분이기 때문에 계층 간 갈등, 사회적 분열 을 통합과 소통으로 풀어갈 줄 알았는데, 완전히 있는 자만을 위한 국정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갈수록 계층 간 갈등, 지역 간 갈등, 세대 간 갈등, 이념 간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세종시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은 사람이다. 정부는 '국가백년대계를 위해 세종시를 수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라가 거덜난다'고 주장하는데, 그렇게 자신이 있다면 여론몰이를 할 필요가 없다. 빨리 2월 국회에서 언론악법처럼 속전속결로 처리하면 될 것이다. 만약 세종시 수정안이 통과되면 혁신 도시, 기업도시, 국가 지방 산업단지가 무용지물이 되고 초토화 될 것이다. 세종시 수정 때문에 행정력의 낭비가 얼마나 큰가. 모든 국가 공권력과 정보기관을 다 동원하고 국무총리가 수차례 충청도에 내려가서 설득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일자리 창출, 민생경제 회복은 내팽개치고 있다. 이게 맞는 것인가. 이명박 정권 들어서서 남북 분열, 동서 분열, 이제는 수도권과 충청까지 분열시키고 있다. 삼중 분열 정권이다. 지금 이 상황은 내전을 방불케 하는 총성 없는 전쟁이다."
"대통령이 사과까지 하지 않았나."
"대선 때 그토록 많은 세종시 건설 약속을 했는데, 대통령이 된 다음에 사과 한 마디 해 놓고 그 약속을 뒤엎으면 앞으로 정책 선거, 공약 선거는 어떻게 할 것이며 메니페스토 운동이 무슨 필요가 있겠나. 대통령이 사과를 했다면, 그것이야말로 거짓으로 표를 얻은 것이니까 대통령 자리도 내 놓아야 하는 것 아닌가? 남의 물건을 사기 쳐서 뺏은 다음 사과 하면 되는 것인가?"
▲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 될 거라 생각한 사람이 몇이나 있었겠나. 민주당은 저력 있는 정당이다. ⓒ프레시안 최형락 |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지난 번 언론 악법 처리 과정을 보면 결과적으로 기회주의적인 처신을 했다. 이번만큼은 정책과 소신으로 세종시 문제를 결단해 주길 바란다."
"정세균 대표가 박근혜 의원에게 세종시 반대 연대 제안을 했었는데 같은 맥락인가?"
"아니다. 정 대표의 뜻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공개적으로 제안할 일이 아니다. 박근혜 의원은 한나라당이다. DNA가 다른데 연대가 되겠나. 남의 당 파괴한다는 소리나 안 들으면 다행이다. 아무리 급해도 원칙은 지키면서 가야한다."
"박 의원이 강적은 강적인가?"
"아무래도 지지율이 있으니까."
"다음 대선에서 이길 수 있을까?"
"이긴다는 자세와 마음가짐으로 경쟁을 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좋은 선례를 만들었다. 노 대통령이 경선 참여할 당시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몇 사람이나 생각했겠나. 그런데 결국은 대통령에 당선됐다. 민주당이 저력이 있고 나름 전략이 있는 정당이다. 이명박 정권은 심판 받을 현안들을 너무 많이 양산했다. 거기에 대한 심판이 있을 것이다. 여기에 민주당이 뉴민주당플랜을 제대로 잘 만들어서 대안 정당 역할을 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통합을 먼저 얘기하고 안되면 선거 연합으로 가야 한다"
지방선거가 어느새 넉 달 앞으로 다가왔다. 민주당의 지방 선거 전략은 '연대'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러나 방법론으로 들어가면 논의의 가닥을 잡는 것 부터가 쉽지 않다. 대통합부터 선거연대까지, 강한 통합론부터 느슨한 연대론까지 그야말로 '백가쟁명'이다. 박 의원은 그 중에서도 아주 강한 '통합론'자다.
"민주당은 혁신과 통합위원회가 발족돼 운영되고 있다. 혁신과 통합위원회는 당의 지도체제를 포함해 공직 후보자 선출 등 모든 것을 큰 틀 안에서 관리할 것이다. 공정한 기회와 투명한 경쟁이 보장되는 방법으로 제도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통합을 통해 모두에게 기회가 열리고 경쟁이 보장돼야 한다. 그래야 위력적인 통합이 가능하다. '선 혁신, 후 통합'을 해야 한다."
"제대로 가고 있나?"
"사실 벽에 부딪혔다. 민주당이 좀 더 적극적으로 기득권 포기를 선언해야 한다. 통합에 어떤 조건도 있을 수 없다는 방침을 재천명하고 제 정파 세력이 일괄 동시통합을 할 수 있도록 제 3지대에서 원탁회의를 제안해야 한다."
"통합의 대상은 어떤 세력인가?"
"반 한나라당, 반 MB 세력이면 다 된다. 노선과 정체성에서 차이가 있는 정당과는 쉽게 통합이 안 될 것이지만 당 5개(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와 4개의 세력(희망과대안·2010연대·민주통합시민행동·시민주권) 모두 통합 대상이다."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도?"
"그렇다. 통합 대상으로 봐야 한다."
"민주당이 민노당, 진보신당과 당을 같이 해야 한다?"
"그렇다. 통합을 위한 노선 조정 과정에서 합치가 안 되면 어쩔 수 없지만 누구든지 통합 대상은 될 수 있다."
"일단 민주노동당, 진보신당도 통합 대상으로 놓고 폭 넓게 통합 논의를 해 나가되, 그 과정에서 정치 노선과 이념상 같이 할 수 없다고 확인되면 그 때 가서 정치 연합으로 선회해야 된다는 뜻 같다."
"그렇다. 그러나 통합을 최고 목표로 삼는 이 상황에서는 연대를 먼저 얘기해서는 안 된다. 통합이 아주 불가능하다고 확정이 됐을 때 임시방편으로 연대나 연합 얘기를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지금은 연대를 얘기하면 통합을 포기하게 된다."
"정세균 대표의 공동 지방정부 제안이 사실은 통합을 포기한 것 아닌가?"
"그렇게 보일 수가 있다. 통합을 주장하면서 공동정부론을 먼저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앞서간 것이다."
"국민참여당은 통합 대상…민주, 기득권 포기하고 포용해야"
강한 통합론자인 박 의원에게 통합의 구체적 조건을 물었다.
"열린우리당 때 개혁당과 열린우리당이 함께 했는데 지구당 위원장 몇 퍼센트를 준다는 식으로 권리를 보장했었다. 지금 주장하는 통합의 방법은 그것과 다른가?"
"그것은 지분 정치다. 그런 식의 지분 나누기로 어떻게 통합 정치가 될 수 있겠나.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고, 투명한 경쟁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민주당 안으로 못 들어올 이유가 없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기득권 포기 선언을 하고, 실제로 포기해야 한다. 민주당이 제 1야당이고 유일하게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있다. 민주당에 들어와 고칠 것은 고치고 새로 만들 것은 만들어서 외연을 확대하고 한나라당에 대항할 수 있는 정당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유일한 길인데 생각들이 다르다고 이렇게 가면 되나. '노무현 대통령도 생존해 계실 때 새로운 당의 창립은 곤란하다'고 얘기 했었다. 새로운 당을 만드는 것이 과연 노 전 대통령의 뜻을 계승하는 것인가. 국민참여당이 성공을 하고 못하고 간에, 이렇게 분리돼 있는 상태는 민주당에는 적지 않은 장애가 될 것이고, 한나라당 정권을 심판하고 대체하는데 큰 장애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통합이 절실하다."
▲ "국민참여당으로 분리돼 있는 상태는 민주당에 적지 않은 장애가 될 것이고, 한나라당 정권을 심판하고 대체하는도 장애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통합이 절실하다." ⓒ프레시안 최형락 |
"국민참여당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지방 선거에서 20% 지지율을 보여주고 2012년 총선 대선으로 가면서 정국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 국민참여당의 전략으로 보인다. 당장은 통합에 뜻이 없는 것 같은데?"
"그래서 고민과 시름이 깊다. 이렇게 가면 누구에게 좋은, 누구에게 유리한 결과가 도출 되겠나. 결국 한나라당에게만 유리한 국면으로 가는 것 아닌가. 그래서 제 1야당인 민주당이 기득권을 포기하면서까지 포용해서 같이 가야 하는 것이다."
"당 지도부는 그렇게 적극적인 것 같아 보이지 않는데?"
"그게 문제다. '결과가 뻔하지 않느냐'하는 선입견이 작용하고 있다. 해봤자 안될 것이라는 성급한 판단이 문제다. 안 될 땐 안 되더라도 지금은 최선을 다 해야 한다. '진인사대천명'의 심정으로 해야 한다. 여기에 모든 것이 걸려 있다고 생각하고 해야 한다."
"박 의원부터 국민참여당을 거칠게 비판하지 않았나? '기생정당'이라면서."
"통합할 대상이기 때문에 숨기고 말하지 못한다? 통합대상이지만 할 말은 해야 한다는 게 내 입장이다."
"박주선, 노무현 같은 '제2의 희생자' 없애기 위해 검찰개혁 해야"
박 의원은 인터뷰 내내 자세를 똑바로 했다. 사실 자세를 똑바로 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자리가 비좁기도 했다. 사무실 여기저기에 서류와 자료가 수북이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분위기가 일만 하는 초임검사 방 같다.(웃음)"
"김영삼 대통령 보고 머리에 든 것이 없다고 욕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국회에 들어오고 나서 저는 김영삼 대통령이 머리에 든 것이 없다고 얘기하지 않는다. 실제로 신문을 들여다볼 시간이 없다. 지방에 내려가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다닌다. 세종시 때문에 단식하고 있는 위원장이 있어서 거기에도 가봐야 하고..."
"처칠을 존경한다고 했다. 어떤 점을 존경하나."
"처칠은 '대기만성'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젊은 시절 여러 역경과 시련을 겪다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서 유감없이 자기 능력과 자질, 경험을 발휘해서 영국을 구원하는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살아온 과정이 나와 비슷한 것 같다. 처칠은 집념과 극기심이 대단했다고 한다."
"어떻게 비슷한가? 박 최고위원이 어렵게 살아왔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다."
"지금까지 죽을 고비를 3번 넘겼다. 5일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던 적도 있었다. 그 때마다 신기하게 살아나게 되더라. 그리고 3번 구속이 됐는데 3번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 때 심정은 뭐라 말할 수도 없다. 노무현 대통령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화병'이 뭔지 알겠더라. 정말 참담했다. 당시 내 수사 기록을 본 변호사들이 자살을 안 한 것이 대단하다는 말까지 했다. 「任人大事 天驗筋骨(임인대사 천험근골)」이라고 하늘이 사람에게 큰 일을 맡기려면 뼈와 살을 도려내는 시험을 한다는데, 그 말이 와 닿아서 위로도 되고 용기도 얻게 됐다."
1999년 옷로비 사건 내사 보고서 유출 사건, 2003년 나라종금 사건, 2004년 현대건설 비자금 사건, '세 번 구속, 세 번 무죄'의 기록을 세우게 한 사건들이다. 이 사건들을 얘기할 때 박 의원은 땀을 흘렸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이 소주도 안 주고 가버리셨다" 고성국 박사와 박주선 최고위원 ⓒ프레시안 최형락 |
"두 대통령이 무죄 판결 후에 뭐라고 했나?"
"세 번 모두 대통령이 나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구속됐을 때 김대중 대통령과 식사를 했는데 내가 대통령에게 '정말 억울한 일을 당했다. 반드시 무죄를 받아 돌아오겠다'고 했더니 대통령께서 '나는 사형 선고를 받고도 대통령이 됐다. 의지와 집념을 버리지 말아라. 진실은 반드시 승리한다'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노무현 대통령은 뭐라고 했나?"
"2008년 7월 11일 봉하마을에 정세균 대표 등 지도부와 함께 갔었다. 그 자리에서 내가 '몇 가지 정황으로 보면 박주선 구속의 최후 배후는 노 대통령이라고밖에 생각이 안 든다'고 했더니 분위기가 싸 해지더라. 내가 저간의 상황을 설명하자 이를 다 듣고 노 대통령이 바로 미안하다고 했다. 그런 솔직함이 있더라. 헤어지면서 따로 손을 잡고 언제 소주나 한 잔 하자고 했다. 그런데 이 분이 나한테 소주도 한 잔 안 주시고 가셨다. 그 때 내가 '나는 노무현 대통령 욕하는 재미로 살아온 사람인데, 오늘 부로 대통령과 화해를 하고 다시는 대통령 욕을 안 하겠습니다'고 했다."
"지금은 쌓인 게 없나?"
"쌓인 것은 없다. 개인에 대해서는 아무런 원한이 없다. 저와 같은 제 2의 희생이 다시 있으면 안 된다. 그래서 누가 듣든 안 듣든 검찰 개혁을 이야기하고 있다."
내내 꼿꼿하던 박 의원도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얘기를 할 때는 자세를 풀었다. '소주도 한 잔 안 주고 가셨다'는 대목에서는 눈가가 촉촉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박 의원 말 그대로리라. 억울한 옥살이를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씩이나 한 심정을 뉘라서 짐작이나 하겠는가. 박 의원은 이마에 맺힌 땀을 손으로 훔치며 일어섰다. '홧병'을 다스린 인품과 지혜가 정치에도 오롯이 구현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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