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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망치고 있는 '피트의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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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망치고 있는 '피트의 원리'

크루그먼 교수, 부시정권의 무능 통렬하게 비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실리는 자신의 고정칼럼을 통해 공화당과 부시 행정부에게 날카로운 독설을 퍼붓기로 유명하다. 크루그먼 교수가 1일(현지시간) 또다시 독설을 토했다.

그는'피트의 원리'(The Pitt Principle)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미국은 대통령부터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사람을 자리에 앉히는 피트의 원리가 적용되고 있는 사회"라며 부시 정권을 통렬히 비판했다.

여기서 피트란 바로 현재 미국금융계를 총괄감독하고 있는 하비 피트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위원장을 가리킨다. 크루그먼이 이처럼 하나의 원리로까지 '승격(?)'시킨 피트의 행보는 전후사정을 알게 되면 매우 설득력이 있다.

미국 자본주의 사상 유례없는 분식회계사태로 미국 월가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급기야 미국 의회는 민간회계법인의 자율에 맡겼던 회계감독을 빼앗아 국가회계감독기구를 설치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피트 SEC위원장은 이 기구의 초대위원장에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FBI 국장을 지낸 올해 78세 할아버지 윌리엄 웹스터를 임명했다. 회계업무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인물인 데다가, 유일하게 회계감사와 관련있는 경력이라고는 US 테크놀로지라는 조그만 기업의 내부감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게 고작이었다.

더욱이 US 테크놀로지라는 이 회사는 경영진이 사기혐의로 투자자들로부터 수백만달러의 집단소송에 걸린 상태며, 지난 9월에는 아예 나스닥에서 상장 폐지됐다. 이 기업의 내부감사위원장을 맡았던 웹스터의 경력은 도리어 오욕의 대상일 뿐이다.

NYT에 이러한 사실이 보도되자 하비 피트 SEC 위원장은 마치 사전에 그런 사실을 몰랐다는듯 "어떻게 이런 인물이 뽑혔는지 처음부터 다시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피트 위원장은 모든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으며, 백악관이나 SEC위원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피트 위원장은 이미 기업과의 유착이 심해 기업을 감독하는 기관을 이끌기에 부적절한 인물로 낙인찍혀 민주당으로부터 해임 압박을 받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현재 부시정부는 대통령에서부터 시작해 주요 포스트의 모든 인물들이 '피트'와 같은 부적격자들로 가득 채워져 있어 미국경제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크루그먼 교수의 날카로운 지적이다.

다음은 크루그먼 교수가 쓴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피트의 원리**

하비 피트는 신설회계감독기구 위원장으로 훨씬 자격이 있는 후보를 탈락시킨 뒤 새로 뽑은 인물에 대해 알고 있던 사실을 SEC위원들에게 말하지 않기로 했다. 문제의 윌리엄 웹스터는 US테크놀로러지라는 기업의 감사위원장이었으며, 현재 투자자들은 이 기업 경영진에게 사기혐의로 수백만달러짜리 소송을 건 상태다.

감사위원회가 외부감사법인이 기업의 재정상태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자 피트가 어떻게 한 줄 아는가. 맞다. 그 감사법인을 경질시켰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피트의 대응은 어떤 풍자가도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깨는(bit)'것이었다. 한 신문은 "피트는 자신을 조사하겠다고 한다"는 기사를 실었다. 정확하게 말해 피트가 수장으로 있는 기관이 그가 왜 웹스터를 선택했는지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웹스터는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일까. 그가 부패했다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조그만 기업 하나에서조차 경영진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던 사람이 어떻게 미국 기업 전체에 대해 정직한 회계를 뿌리내리는 일에 자신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그러나 피트가 부적절한 인물을 선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웹스터가 뽑힌 정확한 이유는 바로 회계산업 로비스트들(이 집단에 분명히 피트가 포함돼 있다)이 그가 무능력(ineffectual)하다고 판단했다는 점이다.

이를 '피트의 원리'라고 부르자. 저 유명한 '피터의 원리'(Peter Principle)(최근 국내에도 번역 출간. 편집자주)에 따르면 "상급자는 자신이 무능력해지는 단계까지 올랐기 때문에 실패한다"고 한다.

반면에 피트의 원리는 "때때로 무능력이야말로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필요한 요소"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피트의 원리가 작동하는 예를 들어보자. 일반투자자들은 기업들의 부정행위를 근절되길 요구했다. 피트도 요구를 들어줄 것처럼 나왔다. 그러나 부시행정부는 내부커넥션을 이용해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에 의해,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하켄와 핼리버튼에 대해서-그리고 왜 부시 행정부가 에너지 정책팀에 대해 떳떳히 나오지 못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라.)

그래서 피트는 경력이 화려하지만 업무 관련성이 떨어지는 사람을 골랐다. 일을 제대로 못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 원리로 보면 많은 의문이 풀린다. 예를 들어 재무장관이 할 일은 건전한 재정 및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연방예산이나 거시경제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제조업 출신의 유명한 경영자(폴 오닐.편집자주)를 뽑아라. 그러면 그 재무장관은 기록적인 흑자예산을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막대한 적자로 돌려놓을 것이다.

심지어 소비자신뢰가 9년래 최악으로 떨어진 것이 발표되기 불과 며칠 전 그는 "최근 경제지표가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고 기쁘게 말할 것이다.

법무장관이 할 일은 헌법을 수호하고 법치를 구현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길 원하지 않는다면 법률이나 헌법(특히 정당한 절차, 정교분리 따위 같은 어리석은 규정들)을 별로 존중하지 않는 상원의원(존 애시크로포트) 출신을 선택하라. 그는 1천명이 넘는 시민들을 혐의도 없이 잡아 가두면서 국가 위기에 대처할 것이다. 테러 행위를 저지른 사람이나 심지어 탄저균 소포를 보낸 이는 하나도 잡지 못하면서 말이다.

직급이 보다 낮은 단계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될 수 있다. 정보 및 안보 전문가들은 국가 안보 위협과 미국의 군사행동의 결과에 대해 현실적 평가를 해야 한다. 이런 일이 이뤄지길 원하지 않는다면 실무경험이 전혀 없는 유명한 신보수 논객들의 손에 맡겨라.

그들에게선 CIA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분석한 지역에서 테러리스트 연계조직을 감지해 낼 것으로 기대해도 좋다. 또한 그들은 군이 작전하기에 매우 곤란한 인구밀집 시가지에서 전쟁을 벌여도 좋다고 경솔한 장담을 할 것이다.

그러나 피트의 원리가 적용되는 가장 중요한 케이스는 최상층부다. 대통령이 할 일은 국민을 단결시키고 어려운 시기에 나라를 이끌어 가는 것이다. 이런 일이 잘 되길 원치 않는다면 내부커네션 덕분에 보장된 기업과 정치활동을 영위하는 명문가 출신의 친근한 인물(조지 W. 부시)을 선출하라. 그는 스스럼 없이 국가 위기를 이용해 정파적 이익을 챙기면서 다른 정파들에 대해서는 국가 안보를 고려하지 않는다며 공격하는 부류일 것이다.

이런 식이면 도도하게 분출하던 국민의 단결심과 자부심이 불과 1년도 못돼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하는 미국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면서 낭패감으로 번져가는 상황으로 바뀔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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