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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 승리',무명 기업연구원이 노벨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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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 승리',무명 기업연구원이 노벨상 수상

작업복 차림으로 기자회견, 연구 계속하려 승진도 거부

노벨상 역사상 전례를 찾기 힘든'신데렐라'가 탄생해 화제다.

9일 스웨덴 왕립 과학원이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 3명을 선정했다. 이 가운데 미국의 존 펜 교수(85)와 스위스의 쿠르트 뷔트리히 박사(64)와 함께 공동수상자로 뽑힌 일본의 다나카 고이치는(43)는 그 '흔한' 박사 칭호도 없는 무명의 화학자이자, 대학이 아닌 산업현장의 연구원이다.

***자그마한 기업의 연구원이 노벨상 수상**

다나카의 최종학력은 일본 도호쿠(東北)대 공학부 전기공학과 졸업이 전부다. 그는 지난 83년 정밀기기 메이커인 시마즈제작소에 입사, 생명과학연구소 주임으로 근무중이다. 세계 최고의 과학엘리트와 명문대학 교수들이 휩쓸다시피 해 온 노벨상에 평범한 일반 기업의 연구원도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다는 귀한 선례를 남긴 것이다.

기업체에 근무하면서 상을 받기로는 물리학상을 받은 일본의 에사키 레오나박사에 이어 두번째다. 레오나박사는 소니에 근무했었다.

다나카는 펜 교수와 함께 그동안 불가능했던 단백질 등 생물학적 고분자의 구조를 분석하고 증명하는 방법론을 발전시킨 업적으로 수상자로 뽑혔다. 왕립과학원에 따르면 이들의 생체분자 연구는 신약개발을 앞당겼으며, 유방암 및 전립선암의 조기 진단에도 공헌했다.

그중에서 다나카는 기업체 연구원답게 바로 실용화될 수 있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는 점에서도 보기 드문 케이스다. 그는 레이저를 단백질 혼합물에 쬐여 단백질을 분리할 때 나오는 분자를 통해 단백질의 질량을 기존보다 훨씬 간편하면서도 정확하게 측정하는 기법을 개발했으며 바로 실용화시키는 데도 성공했다.

다나카는 노벨화학상을 받았으나 원래 전공은 공학이었다.

어려운 가정에서 자란 그는 도호쿠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시마즈 본사 계측사업부에 근무하고 있다. 자신의 연봉이 현재 8백만엔쯤돼 생활에 불편이 없다고 밝힌 다나카씨는 "전문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발상의 전환이 쉬웠고 무(無)에서 출발하니까 오히려 답이 빨리 나왔다"며 겸허하게 자신의 연구업적을 행운으로 돌렸다.

그는 43세에 노벨상 수상자로 결정됨에 따라 42세때 상을 받은 유가와 히데키교수(물리학상, 교토대)에 이어 두번째 최연소 기록도 남겼다.

***연구 계속하고 싶어 승진시험도 거부한 채 주임직책 고수**

그는 산간벽지인 도야마현에서 고교를 졸업한 뒤 국립명문대이긴 하지만 센다이에 자리잡은 도호쿠대를 거쳐 교토의 시마즈회사에 몸담아 왔다.

수상소식이 전해진 후 하늘색 작업복 차림으로 기자회견장에 뒤늦게 도착한 그는 "회사에서 회의를 하느라 시간에 대지 못했다"며 "노벨상 받을 줄 미리 알았으면 정장 차림으로 왔을 텐테 미안게 됐다"를 멋적어 했다. 그는 수상자로 결정됐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영어로 노벨상 어쩌구 하며 축하한다는 말을 하기에 진짜 노벨상이 아니라 또 다른 노벨상이 있는 줄 알았다"고 말하면서 "전혀 생각지도 못해 웬일인가 했다"며 얼떨떨해 했다.

그러나 그는 "주위에 별난 사람으로 알려질 정도로 엉뚱한 실험을 자주해 왔다"며 "기존 실험보다 실패할 확률은 높았지만 이같은 시도가 좋은 결과를 내 기쁘다"고 말했다.

위대한 과학적 발견들이 대체로 우연한 실수와 연관이 되어 있듯 다나카도 실험중 잘못 떨어뜨린 용액에서 위대한 발견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동료에 따르면 다나카씨는 자신만의 연구를 계속 하고 싶어 회사 승진 시험을 거부한 채 주임 직책을 고집해 왔다.

경제불황으로 의기소침해 있는 일본사람들은 전날 고시마 마사토시 도쿄대명예교수가 노벨물리학상에 선정됐다는 소식에 이어 일본 역사상 처음으로 한 해에 두 명이나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되자 "과학 일본의 승리"라면서 모처럼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

'장인'이 노벨상을 수상하는 시대가 왔다. 세상이 분명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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