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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M 규제, 정부는 법안 막고 시장엔 '변종' 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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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M 규제, 정부는 법안 막고 시장엔 '변종' 난무

중소상인 "입법 성과 못 보면 정치적 행동 나설 것"

기업형 슈퍼마켓(SSM) 출점 문제를 놓고 중소상인과 정부의 갈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최근 가맹점 방식이나 초저가형 매장을 혼합한 '변종 SSM'이 출현하면서 중소상인들의 유일한 대응책이었던 사업조정도 난항을 겪고 있지만 정부는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된 중소상인과 대형유통업체 사이의 SSM 갈등은 해를 넘겨서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중소상인들이 줄기차게 요구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조차 심사를 받지 못하고 장기 표류하고 있다. 지식경제부와 외교통상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조항 위반을 들어 끝까지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기 때문이다.

지경부와 외교부는 상인들이 바라는 개설 허가제는 고사하고 '강화된 등록제'를 해법으로 제시한 국회 지경위 대안마저도 거부하고 있다. 지방선거로 인해 4월 임시국회가 사실상 제 기능을 못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올 상반기에 통과될 기회는 2월 임시국회가 사실상 마지막이다. 하지만 법사위에 상정되기도 전에 정부의 반대에 부딪힌 사이 시간만 흐르고 있다.

지난해 연말 국회에서 "차라리 '강화된 등록제'라고 통과시켜 달라"고 호소할 정도로 크게 물러섰던 중소상인들은 기존의 문제가 해결되기도 전에 새로운 위협을 맞았다. 중소상인 스스로도 "자본의 발전 속도가 제도의 발전 속도를 앞서고 있다"고 자조하듯 정부와 국회의 반응이 미적지근한 틈을 타 대형 유통업체들은 사업조정 제도를 피할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출점 수 줄이고 가맹점 전환하는 것이 상생협약?

▲ 인천 갈산동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 가맹점 추진을 규탄하는 골판지 피켓이 붙어 있다. ⓒ프레시안

중소상인살리기 전국네트워크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지난해 12월 중순 서울 강동구에 초저가형 매장과 슈퍼를 결합한 '마켓999'를 기습 출점했다. 인근 상인들이 신속히 사업조정을 신청했지만 '마켓999'는 이곳 이외에도 5~6곳이 들어선 상태다.

충청북도에서도 CS유통이 가맹 방식의 SSM 5곳을 운영 중이며 지난 6일에는 상인들과 추가로 2곳을 더 늘리기로 상생협약을 맺었다. 자율조정이 타결된 사례지만 상인들의 말은 다르다. "협약이 맺어지지 않으면 올해 충북에 10곳 이상의 SSM을 출점 시킬 것"이라는 CS유통의 압력을 견디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가맹 방식의 SSM을 놓고 상인들과 가장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홈플러스는 가맹 1호점인 인천 갈산점 이외에도 인천 지역의 SSM 4곳에 대한 가맹점주 모집 공고를 게시했다. 울산에서도 사업 일시정지 권고가 내려진 SSM 2곳 중 하나를 포기하고 다른 하나를 가맹점으로 전환하는 상생협약안을 제시한 상태다.

"가맹점, SSM으로 분류 힘들어" VS "상생법 적용 대상에 개인 사업자도 포함"

중소상인들은 갈산점에 대한 사업조정 신청을 접수하고 중소기업청이 가맹 방식 등의 SSM도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하라고 요구했다. 중기청은 관련 법률을 검토해 26일 결정을 내린다는 계획이지만 중소상인들의 요구가 전면적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희박하다.

중기청 법률제도개선팀 관계자는 "가맹 방식의 SSM은 다른 가맹점과 형식이 조금 다르지만 공정거래위원회 승인을 받은 만큼 '변종'으로 구분하기는 힘들다"며 "CS유통의 가맹사업에 대한 사업조정 신청도 대기업의 실질적인 지배관계를 증명하기 어려워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맹점을 사업조정 신청하면 피신청인가 소상공인이 되는데 이를 무조건 '바지사장'으로 간주할 순 없다. 사업 일시정지 권고가 내려져도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은 버틸 수 있지만 개인 사업자는 생존이 어려운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며 "중기청이 행정지도를 통해 조정은 할 수 있어도 사업조정 자체에 포함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중소상인들은 현행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것만으로도 사업조정 신청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황희석 변호사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을 보면 사업조정 신청 대상이 되는 중소기업은 상법상 법인만이 아니라 개인 사업자로 해당한다는 의견을 제기하자 중기청도 이 쟁점은 꺼내지 않고 있다"며 "'상생법'과 '가맹사업법'은 전혀 다른 입법 목적과 취지를 갖고 있고, 홈플러스의 가맹사업 정보공개서를 볼 때 실질적인 지배관계가 성립하므로 사업조정 신청이 가능하다"고 말했다.(☞관련기사: 민변 "가맹방식 SSM도 사업조정 가능")

중소상인들은 한 발 더 나가 중기청이 가맹 방식의 SSM을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시키기 전까지 중기청이 강제조정에 들어간 사업조정 지역의 피해상황 진술과 자료제출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신규철 전국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중기청이 사업조정 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면 현재 조정 대상도 모조리 가맹방식으로 전환해 빠져나갈 마당이라 조정을 진행해도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현재 사업 일시정지 권고가 내려진 SSM을 가맹점으로 전환하려는 시도에만 제동을 걸고 가맹 사업 자체는 허용하는 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헤럴드 경제>는 20일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지식경제부,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중앙회, 한국프랜차이즈협회가 이와 관련해 다음 주 '가맹점 방식 SSM 사업조정 기준 관련 공동간담회'를 열고 이달 안으로 정부안을 확정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대통령 보고에서 SSM 해법의 하나로 가맹 사업 활성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며 "이번 모임은 간담회라고 볼 수 없고 실무자 차원에서 논의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고상인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가맹 방식의 SSM 등에 대한 문제점과 해법을 찾는 토론회를 열고 있다. ⓒ프레시안

"대기업-중소상인 생활영역 선 못 그으면 파이 다 뺏길 것"

중소상인살리기 전국네트워크 등 중소상인 단체들은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변종 SSM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며 깊은 고민을 드러냈다.

토론회에 참석한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지난해 말 법제사법위원회가 상생법 개정안에서 중기청의 사업조정 권한을 강화한 조항을 삭제하고 통과시킨 것이 참 아쉽다"며 "지경위에 올라와 있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규철 공동집행위원장은 "상인들이 열심히 싸우고 있지만 재벌 유통업체들이 지배관계를 입증하기 애매한 개인 사업자들을 내세운다면 사태 해결이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며 "상생법만으로는 방어하기도 어렵고 공격도 예리하지 못한 상황이므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상인들이 다시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황희석 변호사는 "SSM의 문제는 대기업이 시장의 전체 파이를 다 끌어가려 하는 것"이라며 "유통 대기업과 중소상인의 생활 영역에 선을 긋지 못하면 기회를 노린 다른 대기업들도 뛰어들어 중소상인의 '파이' 뺏어 먹기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태연 전국상인연합회 대책위 부위원장은 "법안을 둘러싼 대결이 성과를 보이지 못하면 결국 상인들의 세력을 모아 정치적으로 가야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며 "지난해 말 상인 대집회 당시 여당 의원까지도 참석해 허가제를 언급하다가 시간이 지나자 다시 미온적인 태도로 돌아서는 것을 보며 현장의 상인들도 지방선거 즈음에 지자체를 압박하기 위한 행동에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토론회에서 앞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맹점도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하고 SSM 출점으로 인한 중소상인들의 피해를 적극적으로 조사하는 방향으로 사업조정 제도를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도 자리를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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