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은 20일 페루자 구단주의 안정환 관련 비하 및 방출 발언에 대해 한 마디로 "어린애 같은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히딩크 감독은 스페인과의 8강전을 이틀 앞둔 이날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오전훈련을 마친 뒤 "안정환이 월드컵에서 이탈리아축구를 망쳤다"는 페루자의 가우치 구단주의 발언에 대해 "정말 그런 얘기를 했다면 유치한(childish)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가우치 구단주는 19일 독일 벨트지와의 인터뷰에서 안정환에 대해 "이탈리아팀을 쫓아낸 자를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페루자의 세르세 코스미 감독도 "안정환보다는 팝비오 개티(페루자의 스트라이커)와 플레이하기를 원한다"고 말하며 사실상 안정환의 페루자 퇴출을 선언했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 스탐파'는 19일 안정환 방출 소식을 다루며 페루자 감독의 "우리에게는 관심도 없는 형태의 축구를 하도록 안정환이 한국에 남아 있는 것이 좋겠다. 나에게는 도움이 안된다. 차라리 고양이 경기장이나 한국 축구 신화의 상징으로 보내는 것이 좋겠다. 우리 팀에는 아무런 해가 없다"는 감정적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이어 안정환이 "2년이 지나도록 이탈리아어를 배우지 못했으며 이탈리아인들이 스파게티를 사랑하는 것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어 했다"며 "감독은 모든 선수들에게 경기 전에 칼로리가 많은 스파게티를 먹게 했으나 이를 받아 들이지 않아 한바탕 설전을 벌여야 했다. 그는 동양식 생활방식을 끊지 못했으며 밀라노까지 가서 한국식품을 구입했다"는 저급한 페루자측의 인신공격성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히딩크 감독은 이같은 페루자측의 감정적인 안정환 공격에 대해 "스포츠는 기본적으로 다른 나라끼리 싸우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한국대표로 나선) 그가 골을 넣지 말아야 한다는 말인가. 한마디로 우스꽝스럽다"고 덧붙였다.
히딩크는 또 이탈리아에서 안정환이 펼친 플레이에 대한 구단측의 혹평에 대해서도 "안정환이 여기서 잘하긴 했지만 이탈리아에서는 몸상태가 완전치 못했다"고 안정환을 두둔하기도 했다.
히딩크는 월드컵 이후 안정환의 진로와 관련해 "어쨌든 그는 이 대회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한 뒤 자기 스스로 진로를 선택할 것이다"며 "만약 내가 충고할 것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히딩크는 스페인의 공격수 라울에 대해 "젊지만 풍부한 경험을 갖춘 그는 매우 영리하며 냉정한 데다가 상대 수비의 조그만 실수를 놓치지 않는다"며 "부상중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의 출장을 예상하고 있으며 스페인에는 그를 대신할 선수도 충분하다"고 경계감을 드러냈다.
히딩크는 오는 22일 광주경기장에서의 스페인과의 8강전에도 안정환을 선발 선수로 출장시킬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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