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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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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이탈리아

영국 BBC 방송이 전하는 이탈리아의 분위기

무릇 승리란 달콤한 것이다. 특히 상대가 패배를 깨끗이 인정했을 때 그 달콤함은 더해진다. 하지만 상대가 패배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뭔가 찜찜한 구석이 남을 수밖에 없다.

불행하게도 한국에 패배한 이탈리아는 패배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탈리아팀을 이끈 트라파토니 감독에서부터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승리는 이탈리아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승리를 도둑맞았다’는 주장도 들린다.

물론 이는 패자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다. 세계 대부분의 언론들은 한국의 승리에 ‘별다른’ 이견을 제기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세계의 중심으로 진입하겠다는 한국으로서는 승자의 아량으로 이들의 불평에 한번쯤은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번 경기와 관련, 비교적 제3자에 해당되며 공정하기로 평판높은 영국 BBC 방송의 2개 기사를 통해 이탈리아측의 분위기를 알아본다. 편집자

***‘주심, 이탈리아의 분노를 느끼다’**

이탈리아팀이 한국팀에 의해 16강전에서 탈락하자 이탈리아에는 장례식장과 같은 분위기가 감돌았다. 좌절과 함께 도저히 (패배를)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였다.

지오바니 트라파토니 감독이 이끄는 이탈리아팀은 전반 18분 크리스티안 비에리의 골로 게임 종료 2분전까지 한국을 리드했으나 결국 2대1로 역전패 당했다.

경기 종료 직전 설기현의 동점 골, 그리고 (연장전에서의) 안정환의 골든 골은 이탈리아의 월드컵 꿈을 산산조각냈으며 이탈리아 관중들은 경악과 함께 침묵 속에 빠져들었다.

섭씨 40도 가까운 무더운 날씨에 이탈리아 전역의 축구팬들은 그들의 분노를 이번 경기의 주심에게 보냈다.

에콰도르 출신의 바이론 모레노 주심은 하나의 (이탈리아측의) 페널티킥 요구를 일축했고, 오프사이드를 이유로 한 골을 무효화시켰으며, 시뮬레이션 액션을 이유로 프란체스코 토티를 퇴장시켰다.

경기가 끝나자 로마 시내의 한 광장(피아자 델 포폴로)에 모인 관중들은 “주심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또한 로마의 중앙역 광장에서는 이탈리아인들이 소수의 한국인 응원단에게 물병을 던지고 욕설을 하는 등의 소란이 벌어졌다. 이탈리아인들은 “도둑놈들, 도둑놈들, 너희들이 승리를 훔쳐갔어”라고 외쳤으며 경찰이 나서서 질서를 회복했다.

이탈리아 언론들도 이번 경기와 주심에 대한 관중들의 이같은 의견에 동조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축구해설자인 브루노 피줄은 “솔직히 말해서 이것은 완전한 날강도짓”이라고 말했다. 최고위급 관리들도 피줄의 분노에 동감했다.

프랑코 프래티니 행정부 장관은 “이번 주심은 수치이며 완벽한 스캔들(absolutely scandalous)"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 평생 이런 경기를 보기는 처음이다. 그들은 마치 테이블에 모여 앉아 우리를 몰아내기로 모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심지어 존경받는 카를로 아제글리오 치암피 대통령까지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탈리아가 “이긴 경기(deserved to win)”라고 선언했다. 치암피 대통령은 “나는 우리 팀의 투지와 조직과 페어플레이를 보았다. 그들은 이탈리아 축구의 전통을 빛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 리퍼블리카’도 이러한 분노에 동조했다. 이 신문은 모레노 주심에 대해 “수치스럽다(disgraceful)”고 지적했다. 스포츠 신문 ‘가제타 델로 스포트’는 이번 경기는 “저주받은(cursed and damned)” 경기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어 “이탈리아는 지독한 분노와 함께 월드컵을 떠난다”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골문 앞에서는 변변한 실력도 없는 팀(한국)을 상대로 시간을 낭비했다는 분노, 대회 첫 게임부터 우리를 괴롭혔던 불운의 그늘 속에 최악의 상태에서 월드컵을 떠나야 하는 분노와 비탄.”

***‘트라파토니, 놓쳐버린 찬스들을 아쉬워하다’**

이탈리아팀의 지오바니 트라파토니 감독은 한국전에서 이탈리아 선수들이 놓친 찬스들에 대해 매우 아쉬워했다. 그는 그러나 아주리 군단이 사실상 이긴 경기(deserved to have won)라고 주장했다.

이탈리아팀은 전반 18분 선제골을 넣은 이후 경기 내내 수비에 치중했다. 그러나 그들은 경기 종료 2분전 불의의 일격으로 동점을 허용했으며 연장전에서 안정환의 골든골로 패배를 당했다.

트라파토니는 “우리가 더 많은 찬스를 가진 반면 한국팀은 진짜 열심히 싸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름다운 경기였다. 그러나 승리는 이탈리아가 차지해야 했다. 우리는 한국보다 훨씬 많은 골 찬스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팀이 놓친 찬스 중 가장 극적이었던 것은 한국팀이 동점골을 넣은 직후 스트라이커 비에리가 맞은 것이었다. 비에리는 토마시가 센터링해준 볼을, 한국 수비수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한국 골 약 6m 앞에서 슈팅했으나 허공으로 날려버리고 말았다.

트라파토니는 “우리는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는 3,4번의 기회를 가졌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후반 종료 직전 가투소나 비에리가 결승골을 넣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었다. 그 기회를 성공시켜 경기를 끝냈어야 했다”고 그는 아쉬워했다.

그는 이어 “그게 바로 축구다. 하지만 나는 두 팀중에 8강에 올라가야 할 팀은 우리라고 생각한다. 이번 경기에서 우리 팀의 활약을 고려한다면...”이라고 말했다.

트라파토니 감독은 또 “불행하게도 이번 월드컵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이탈리아의 상황이 갈수록 나빠졌다. 나는 우리에게 내려지는 징계들을 보아왔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 좋은 경기를 펼쳤다”고 밝혔다.

“‘우리는 고개를 똑바로 들고, 그러나 수많은 원망을 가슴에 품고 돌아갈 것이다’라고 말하고 싶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또 “우리 선수 1명이 퇴장당했다. 나는 도무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우리는 정말 열심히 싸웠다.”면서 “이번 경기에서 승자를 고르라고 한다면 그것은 당연히 이탈리아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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