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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는 호랑이, 응원단은 악마"

세계언론 격찬-"새로운 대륙의 숨결을 느끼게 한 멋진 시합"

"새로운 세기, 새로운 대륙, 새로운 축구의 숨결을 느끼게 한 멋진 시합이었다.(FIFA월드컵닷컴)"

고난의 48년 터널을 통과하며 '14전 15기'의 신화를 이룩한 한국축구를 보고 세계가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다.

세계언론은 특히 한국축구가 아시아의 자존심과 가능성을 드높인 대목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한국전에 앞서 사우디아라비아가 독일에게 8대0으로 참패한 데 이어 중국이 코스타리카에게 2대0로 패배하고, 일본이 벨기에와 2대2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역시 아시아는 안돼"라는 시니컬한 여론이 팽배하던 시점에 한국이 폴란드를 2대0으로 격침시키면서 1백80도 급변한 시각이다.

FIFA의 공식 뉴스사이트인 FIFA월드닷컴은 5일자 속보에서 "한국선수들은 호랑이처럼 싸웠고 응원단은 악마처럼 응원해 폴란드를 마법에 걸었다"며 한국의 승리를 격찬했다. 특히 FIFA월드닷컴은 한국팀의 승리를 "새로운 아시아의 시대를 느끼게 해준 세계축구사의 의미있는 족적"으로 높게 평가했다.

우리나라의 다음 상대팀인 미국의 언론들도 한국의 승리에 경악했다. 미국언론들의 대부분은 FIFA랭킹 12위인 미국팀이 FIFA랭킹 40위인 한국팀을 가볍게 제칠 것으로 예상해왔기 때문이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98 프랑스 월드컵에서 약체로 여겼던 프랑스팀이 우승을 거머쥐게 된 것처럼 이번 월드컵에서 '뭔가 운명적인 사건'이 벌어질 것"이라고 놀라움과 경계심을 표현하기까지 했다.

이들 기사의 전문을 소개한다. 편집자

***"한국선수는 호랑이, 응원단은 악마"(FIFA월드컵닷컴 6.5)**

아시아의 세 나라가 출전한 시합 닷새째날(6월4일), 대조적인 시합이 펼쳐졌다. 이날 하루는 이변 없는 평범한 시합으로 시작됐으나, '새로운 세기, 새로운 대륙, 그리고 새로운 축구의 숨결'을 느끼게 하는 멋진 시합으로 하루를 마쳤다. 여지껏 FIFA 월드컵에서 14번을 싸워 한번도 이기지 못했던 한국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폴란드를 압도한 것이다. 반면에 처녀출전한 중국은 세계에 큰 인상을 줄 수 없었으나 일본, 특히 한국은 크게 빛났다.

이날 첫번째 게임(중국-코스타리카전)은 두 팀 모두 빛을 발하지 못했다. 로널드 고메즈와 마우리시오 라이오가 후반에 두 점을 넣어 코스타리카가 승리를 거두었으나, 관객도 적었고 시합내용도 빈약했다. 중국은 코스타리카보다 1백87배나 많은 인구를 자랑했으나, 축구 전통에서는 중남미의 소국보다도 못했다. 이날 게임은 전날 같은 조의 브라질-터키전 못지않게 평범했다.

이어 등장한 것은 월드컵 공동개최국인 일본. 이날 두번째 시합에서 일본은 H그룹 첫번째 경기로 벨기에와 대전했다. 히노마루(일장기)를 휘저으며 수만 관중이 일본축구계의 '젊은 사무라이들'을 응원했다. 그러나 프랑스감독 필립 트루시에가 이끄는 젊은 팀에게 벨기에가 가하는 압박은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긴장 때문인지, 거친 벨기에 팀에 대해 경기 개시 직후 일본은 본래의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사이타마 스타디움의 푸른 응원단의 응원이 계속되던 와중에 일본팀이 숨겨진 재능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벨기에의 마르크 빌모츠에게 선취점을 내준 뒤부터였다. 우선 스즈키 다카유키가 바람처럼 몸을 날려 '가미가제(神風) 득점'을 올린 뒤 이어 이나모토 준이치가 후속골을 터뜨리며 일본이 경이로운 리드를 하자 관중은 열광의 도가니로 빨려들어갔다.

이렇게 경기는 끝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벨기에의 페테르 반데르헤이덴이 일본 골키퍼의 키를 넘기는 냉정한 골을 터뜨리면서 일본팀의 리드는 사라졌고, 관중들은 조용해졌다. 이날 게임에서 일본팀은 세계최대 축구대회에서 처음으로 승점 1점을 기록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한국이 폴란드를 상대로 월드컵 최초로 화끈한 승리를 거두면서 '아시아의 힘'을 과시했다.

한국은 시합개시부터 호랑이처럼 싸움에 나서 부산의 악마같은 붉은 응원단의 응원에 기가 질린 폴란드에 마법을 걸어 마침내 세계축구계에 아시아의 족적을 남겼다. 시범경기에서 예상됐듯 황선홍과 유상철의 압도적인 두 골로 거스 히딩크가 이끄는 한국팀은 승점 3점을 낚아챘다.

'아시아의 날'이었던 이날 한국은 월드컵 출장 여섯번째만에 개최국의 진면목을 과시했다. 이날 성적은 1승1무1패로 아시아에게 나쁜 날은 아니었다.

***"뭔가 운명적인 사건이 벌어질 것"(미 워싱턴포스트 6.5)**

히딩크 감독은 "내가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우리 팀이 극대화된 능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유럽의 강팀과 맞서 오늘밤 멋진 실력을 보여준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또한 우리는 강력한 응원군을 갖고 있다. 팬들과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 있다."

2002 월드컵 공동개최를 위해 엄청난 땀과 비용을 쏟아부은 한국으로서 국가대표팀이 첫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보다 큰 보상은 없다.

황선홍 선수가 전반 26분경 환상적인 발리슛으로 선취골을 뽑아내 일찌감치 승부를 압도해 나갔다. 황선수의 득점은 그가 치른 98번의 국제경기에서 50번째 골이기도 하다.

미드필더 유상철 선수는 후반 8분경 폴란드 수비수를 따돌리고 승부에 쐐기를 박는 통렬한 두 번째 골을 날렸다.

한국대표팀은 국민들의 엄청난 기대 속에 시합에 임했기 때문에 만일 첫 경기에서 패배한다면 실망한 팬들의 분노에 주눅이 들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우려했었다.

그러나 이번 승리로 한국대표팀은 골프의 박세리, 텍사스 레인저의 투수 박찬호, 올림픽 금메달 제조기인 양궁팀 등 한국의 스포츠영웅들을 뛰어넘는 '구세주'로 떠올랐다.

폴란드전 승리는 이제 98 프랑스 월드컵에서 약체로 여겼던 프랑스팀이 우승을 거머쥐게 된 것처럼 이번 월드컵에서 '뭔가 운명적인 사건'이 벌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폴란드는 한국과의 시합에서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최근 폴란드로 귀화한 에마누엘 올리사데베가 한차례 득점 기회를 잡았을 뿐이다. 미드필드가 받쳐주지 않아 올리사데베는 거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폴란드의 미드필더 야첵 크리노벡은 "한국은 강했으며 수많은 응원단이 그들을 격려하는 홈팀의 이점을 누렸다. 한국 팬들이 그처럼 정열적으로 응원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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