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현 게이트'를 수사중인 서울지검 특수1부(박영관 부장검사)는 29일 민주당 권노갑 전 고문이 지난 2000년 7월 진승현씨 돈 5천만원을 받았다는 진씨의 진술을 확보, 권 전 고문에게 내달 1일 오전 10시 출석토록 소환통보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한 이에 앞서 지난 20일 권 전고문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는 권 전고문이 지난 18일 마포의 개인 사무실을 폐쇄, 국내 정치활동을 그만 두고 해외로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지 이틀 뒤에 신속하게 내려진 조치로, 권 전고문에 대한 검찰의 수사의지가 얼마나 분명한가를 보여주는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재 권 전고문은 진승현 게이트외에 '최규선 게이트'에서도 이름이 거명되고 있어, 권 전고문 소환에 따른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동교동계 대부'로 불리던 권 전고문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화할 경우 향후 정치권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검찰, 권 전고문 수사의지 단호**
29일 검찰에 따르면, 현재 서울지검 특수 1부는 권 전고문이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재직할 당시 진씨로부터 진씨 계열사에 대한 금감원의 조사를 무마해 달라는 등 청탁과 함께 돈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해 구체적 경위를 캐고 있다.
검찰은 진씨가 당시 금감원의 조사 및 검찰 내사를 받아 사실상 수배 상태에 있었던 점 등에 비춰 진씨가 건넨 돈이 대가성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진씨 돈의 대가성이 인정될 경우 권 전고문에 대해 대해 알선수재 등 혐의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권 전 고문은 지난 18일 자신의 개인 사무실인 '마포 사무실'을 폐쇄하고 미국 하와이 등지로 출장을 준비중이었다.
검찰은 권 전 고문의 측근 인사로 알려진 민주당 김방림 의원이 진씨 돈 1억원을 받은 사실을 이미 확인한 상태이며, 진씨가 김 의원에게 자신의 계열사에 대한 금감원 조사 무마 청탁을 했던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 진승현 게이트를 조사중인 서울지검 특수1부와는 별도로, 최규선 게이트를 수사중인 서울지검 특수2부 역시 최씨 비리에 권노갑 전 고문의 사위 이름이 거명된 대목에 대해 수사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져 혐의가 확인될 경우 권 전고문에 대한 병합심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규선씨 전 운전기사였던 천호영씨가 지난 8일 공개한 최씨와 손모회장간의 대화 녹취록에는 '권노갑씨 사위'라는 표현이 나오고 있어, 권씨의 연루 의혹을 짙게 하고 있다.
***여야의 엇갈리는 반응**
검찰의 권 전고문 전격 소환 방침을 접하는 여야 반응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한나라당 남경필 대변인은 29일 환영논평을 내고 "현 정권 비리의 빙산의 일각이 드러난 것"이라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그는 논평에서 "정권의 구조적 비리를 권씨 개인의 비리로 축소 수사하면 안된다"며 "특히 중요한 것은 주가조작 등을 통해 조성된 자금이 누구에게 모여져서 어떤 경로를 거쳐 어떻게 쓰였느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권 전고문 소환 소식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권 전고문이 비록 지금은 권력 중심에서 멀어진 처지이나, 한때는 민주당의 핵심 권력으로서 선거자금 모집 및 사용 등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왔던 핵심실세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권 전고문은 얼마 전 "나는 정거장이었다"는 표현을 통해 그동안 해온 자신의 정치자금 모집 역할을 간접 시인한 바 있다.
이낙연 대변인은 이에 논평을 통해 "권 전고문이 불미한 혐의로 검찰에 소환된다는 것 만으로도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며 "검찰이 엄정하게 조사해 혐의에 대한 흑백이 가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또 "검찰의 조사결과 책임질 일이 확인된다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권 전고문은 현재 진승현씨를 일면식한 사실도 없다며 게이트 연루 혐의를 강력부인하며 검찰 자진출두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검찰이 18일 권 전고문의 마포사무실 폐쇄 발표 이틀 뒤인 검찰인 권 전고문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대목을 중시하며, 권 전고문의 사법처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70~80년대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여러 차례 투옥됐던 권 전고문은 그러나 97년 한보철강으로부터 4억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98년 정권교체후 출범후 형 집행정지로 석방됐었다. 따라서 이번에 또다시 실형을 받을 경우 중형이 불가피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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