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재벌 총수들을 청와대로 초청하는 자리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참석하지만,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배제됐다. 청와대는 '사회적 논란'이 부각될까 대한상공회의소가 내린 조치라고 밝혔지만,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를 연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 초청하는 재벌 총수는 상위 25개 기업이 대상이다. 대기업을 대표해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허창수 GS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등 22명이 참석한다.
하지만 총수 일가의 '갑질 행위'가 논란이 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횡령과 조세포탈'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운전기사 상습 폭행과 일감 몰아주기로 논란이 된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은 상위 25대 재벌 가운데 초청에서 빠졌다.
이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참석 대상에서 일부 대기업이 제외된 것은 대한상공회의소가 자체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사회적 여론, 논란이 부각될 경우 기업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기준을 적용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국정농단' 문제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돕는데 박근혜 정부 시절 국민연금공단이 동원됐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최근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자택 공사에 삼성 계열사의 회삿돈이 쓰였다는 의혹이 제기돼 정의당이 이재용 부회장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롯데와 SK도 '국정농단' 재판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국정농단' 재판이 진행 중인 삼성, SK 등 재벌 총수들이 초청 대상에 포함된 이유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명단 작성의 주체가 대한상공회의소라 자세한 것은 대한상의에 물어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경제 성과를 앞세워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오는 15일 대통령과 기업인과의 만남은 서면 질문을 미리 받아 청와대가 기업들의 애로사항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청와대는 기업인들의 질문이 많을 경우에 대비해 미리 서면 질문을 받고, 해당 정부 부처가 직접 답하는 내용을 모아 책으로 내겠다고 예고했었다. 그만큼 문 대통령과의 만남은 개별 기업으로서는 숙원 사업을 공개적으로 청와대에 청원할 수 있는 기회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기업과의 스킨십을 늘리는 이유는 문 대통령이 새해에 예고한 '일자리'과 '경제 활력' 제고 행보에 힘을 싣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대기업, 중소기업뿐 아니라 노동계와도 만나겠다고 예고했지만, 노동계와의 만남이 이뤄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와 관련해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정태호 일자리수석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선으로 지난 11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청와대는 민주노총과 문재인 대통령의 면담을 2월 중으로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할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확정된 일정이라기보다는, 청와대가 민주노총에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제시한 '당근'책에 가깝다. 김의겸 대변인은 "청와대가 민주노총의 요구와 의견을 진지하게 경청했지만, 그 자리에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노총의 만남이 성사 여부는 1월 28일에 열리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가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김명환 위원장 등 민주노총 지도부는 경사노위 참석에 긍정적이지만, '탄력근로제 확대' 예고가 확실해진 상황에서 민주노총 산별 단위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김의겸 대변인은 문 대통령과 민주노총의 만남과 관련해 "1월 28일 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총이 어떤 선택을 할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저희들이 먼저 말씀 드리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들어가지 않을 경우 문 대통령과 면담이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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